10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이끈다는 것은 진행능력과 성실성, 청취자들의 호응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10년이나 지속됐다는 것은 해당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BC가 이러한 진행자들을 포상하는 이유다.

개그맨 최양락(50)이 4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2012 MBC 브론즈 마우스 시상식'에서 10년 간 프로그램을 묵묵히 지켜온 DJ에게 주는 브론즈마우스를 받았다. MBC 표준FM(95.9㎒)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성공적으로 이끈 덕분이다.

'재미있는 라디오'는 허를 찌르는 순발력과 재치, 시의적절한 풍자 등으로 청취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 최양락의 능란한 화술, 배칠수(40)와 전영미(40) 등 성대모사에 탁월한 패널들의 재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요즘 같은 대선 정국에서는 뉴스보도는 못하는 촌철살인의 멘트도 쏟아낸다.

"지금 입이 근질근질해요. 박근혜, 문재인 두 대선후보를 성대모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선거 기간이라 참고 있거든요. 개표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실컷 (성대모사를) 할 겁니다. 짝퉁이지만 20일부터 두 사람이 우리 프로그램에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라디오'를 듣고 통쾌해 하는 청취자가 있는 반면, 너무 '야당색'이 아니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양락은 "집권당을 더 풍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풍자의 타깃은 주로 집권당과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죠. 정권도 못 잡았고 대중적이지도 않은 당은 풍자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너무 야당 편향적이지 않느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0년이 됐으니 정권이 한 번 바뀌었잖아요. 그 때도 저희는 여당을 주로 풍자했다고요. 그 때의 여당이 지금의 야당 아닙니까."

최양락은 라디오 만큼 풍자 방송을 하기에 적합한 매체는 없다고 믿는다. PD의 방송시작 신호가 떨어지기 직전에도 새로 들어온 뉴스로 대본을 쓰는 등 따끈따끈한 풍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대통령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오히려 TV에서는 풍자 방송을 하기 힘들 겁니다. 인터넷보다 노골적이지도 않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짜릿한 맛도 없고 어정쩡하게 하면 욕도 먹게 되니까요. 특히 일주일 전에 미리 녹화를 해 놓고 편집 과정을 거쳐야 하니 생방송도 쉽지 않고요. 하지만 라디오는 언제든 생방송을 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유리하죠."

10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라디오'이기 때문이다. "TV에 비하면 평화롭죠. TV는 매회 시청률이 나오지만 다행히도 MBC 라디오는 6개월에 한 번 청취율 조사를 하거든요. 6개월에 한번 조사하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갑자기 그만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청취율이 떨어졌을 때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어요."

프로그램 폐지나 DJ 교체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도에 '왕의 귀환'이라는 표현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주목받기 직전에 슬럼프가 왔어요. 담당 PD가 브론즈 마우스 받기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집에 가서 아내한테 '어쩌면 라디오도 다음 개편에 잘릴 지 모르겠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예능에서 살아나서 라디오 청취율도 올라가더라고요."

'재미있는 라디오'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풍자다. 최양락이 풍자 개그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은 '못 하는 것이 참 많았던' 1980년대에 개그를 처음 시작한 데서 기인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개그맨으로서 '대머리', '주걱턱', '순자' 등의 단어를 쓸 수 없는 방송 현실은 답답하기만 했다.

"데모를 많이 하던 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니까요. 하면 안 되는 말을 할까봐 방송 검열도 엄격하던 시절이었어요. 속어도 아닌데 '대머리'라는 말을 못 했고 드라마와 코미디에서 '순자'라는 이름을 쓰지 못했어요. 어떻게 이런 나라가 다 있나 싶었죠. 그러다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나 이 사람을 코미디로 다뤄도 좋~습니다"라고 말하기에 이 때다 싶었습니다. 해도 좋다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니까 당시 '네로 25시', '회장님 회장님', '동작그만' 등의 코너가 나왔죠."

최양락은 '1년 하면 오래 하는 것'이라고 했던 주변인들의 예상을 물리치고 브론즈마우스까지 받은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까다로운 제 비위를 잘 맞춰준 담당 PD와 작가들, 기량이 뛰어난 후배들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동안 주옥같은 작품을 만들어 준 박찬혁 작가와 배칠수, 전영미, 안윤상 등 고맙습니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