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인가요? 하도 오랜만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5일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시작된 맨해튼 뉴욕총영사관 투표소에서 만난 주옥근 화백(79)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 화백은 이날 투표가 시작되기 2시간전인 오전 6시에 도착, 가장 먼저 투표하는 기쁨을 안았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도 1호로 투표, 역사적인 두차례의 재외선거를 모두 선착으로 투표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팔순을 코앞에 둔 원로화백이 이처럼 열심히 선착 테이프를 끊는 이유는 한가지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먼저 본을 보여야 젊은 사람들도 열심히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어요?”

뉴욕에 이민온지 25년이지만 대통령선거는 지난 1971년 참여해보고 근 40여년만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국민의 기본권이 박탈되고 또 이민온 후로는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옥근 화백은 “몸은 멀리 미국에 있지만 매스컴을 통해서 모국의 돌아가는 사정은 잘 알고 있다. 내 나라 내 고향을 위해서 재외 유권자들이 많이 나와서 정말 좋은 대통령을 뽑아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날 진승엽 뉴욕선관위원장으로부터 1호 투표 축하의 꽃다발을 받은 주옥근 화백은 “팔순을 맞는 내년에 개인전을 위해 50여점의 작품도 준비하고 있다”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소개했다.

한편 2호 투표는 주화백보다 정재건 새누리 재외선대위 국민행복단장이 행사했고 여성으로는 젖먹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강모씨가 첫 투표를 해 시선을 끌었다.

손세주 뉴욕총영사와 함께 투표한 부인 남영희씨는 “해외에서 처음 투표를 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본국에서 하는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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