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의 PS 파트너'의 배우 김아중이 4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김아중(30)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2006년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로 청순함과 섹시함을 한껏 과시하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우뚝 선 지 자그마치 6년 만이다. 2011년 초 SBS TV 드라마 ‘싸인’ 이후로도 1년여가 흘렀다.

새 작품은 ‘나의 PS 파트너’다. 김아중이 전매특허인 로맨틱 코미디로 복귀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에서 완벽한 몸매와 사랑스런 얼굴을 모두 갖춘 20대 후반 ‘윤정’을 열연한다.

한때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그녀였지만 남자친구 ‘승준’(강경준)과 5년에 걸친 사내 연애가 부담돼 회사도 그만두고 란제리 사업을 계속 구상하면서 승준의 청혼 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 연애가 주는 권태 탓인가, 승준은 윤정의 그 어떤 섹시한 표정과 구애의 몸짓에도 성관계는 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택한 그녀의 회심의 이벤트가 PS, 즉 폰 섹스다.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야릇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와 뜨거운 숨소리로 속삭이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엉뚱하게도 7년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한숨 속에 사는 남자 ‘현승’(지성)이다. 엉뚱하게 잘못 걸린 전화를 계기로 애정결핍 여성과 멘탈붕괴 남성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는 달콤함 가득하면서 깨소금 맛도 곳곳에서 느껴지는 이야기다.

폰섹스로 시작되는 만남이다 보니 김아중이 초반에 펼치는 폰섹스 연기가 이 영화의 백미일 수밖에 없다. 물론 김아중은 경험이 있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못생긴 뚱녀 시절의 ‘한나’가 생계를 위해 폰섹스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수위가 다르다. 더욱 노골적이고 관능적이다. 3분이 넘을 정도로 길기까지 하다. 시사회에서 남성관객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됐을 정도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화를 잘못 걸었다는 설정이다 보니 지성 오빠의 리액션도 없이 혼자서 다 해야했죠. 당연히 쑥스럽고 창피했어요. 그러나 배우에게는 연기라는 방패가 있잖아요. 작품에 몰입하면 자의식은 잊을 수 있는 거죠. 눈 딱 감고 20분만에 다 해버렸어요.”

오히려 연기하기 힘들었던 것은 영화 중반 승준과 현승 사이에 낀 윤정의 마음이다.

“현승과 윤정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남자친구 승준이 있는 사이에서 윤정이 둘 사이를 어떤 감정으로 오갈 것인지가 제게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윤정이가 의도치 않게 현승과 바람을 피우는데 사실 저는 연애를 할 때 한 사람과 오래 사귀었지만 한 번도 바람을 피운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둘 사이를 오가는 윤정의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들에게 확실히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한참 고민을 해야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랑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고, 결혼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갖게되는 마음들을 현승에게서 위로 받고 싶어서 바람을 피우는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했고 캐릭터를 잡아갔죠.”

윤정의 캐릭터는 김아중과 변성현(32) 감독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변 감독이 연애 경험이 풍부하다 해도 남성이고, 주위 여성들에게 물어가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해도 연기할 사람은 김아중이다. 두 사람의 열린 마음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여자에 관해 너무 모르는구나. 상상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가다 보니 이해가 빠르더군요. 게다가 제게 그랬어요. ‘윤정을 같이 만들어 보자. 나는 활짝 열려있다’고요.”

윤정의 심리와 행동들이 여성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면 ‘미녀는 괴로워’의 인기 가수 ‘한나’ 시절 무대 위에서 뽐낸 늘씬한 각선미가 재차 유감없이 과시되는 것은 남성관객을 위한 서비스다. 어느새 30대로 들어섰지만 ‘신이 빚은 각선미’의 유효기간은 없나 보다.

“몸매 관리요? 에이, 그런 것 없어요. 감독님이 잘 잡아준 것 뿐이죠. 윤정은 평범한 여자일 뿐 몸매가 돋보이는 역할은 아니거든요. 그러니 그런데 막 신경을 쓰고, 운동을 하고 그럴 필요가 없었죠. 덕분에 노출이 있는 지성 오빠와 달리 편히 생각하면서 밥도 잘 먹었답니다.”

그렇다면 수시로 등장하는 핫팬츠 차림은 뭔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핫팬츠처럼 짧은 옷을 입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감독님의 취향이지요. 호호호.”

‘나의 PS 파트너’는 6일 개봉했고, 전작인 ‘미녀는 괴로워’는 2006년 12월14일 개봉했다. 로맨틱 겨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당연히 그때의 관객 수가 회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아중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660만 관객을 넘고, TV드라마 ‘싸인’의 최고시청률이 28%나 나오다 보니 다들 제가 다음 영화는 700만 관객, 다음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넘기를 바란다고들 생각하더라구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작품마다 규모가 다르고, 처한 상황에도 차이가 있죠.”

흥행 성적을 초연한 김아중도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감추지 않았다. 다만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다. “우리 영화는 영화에 첫 도전한 지성 오빠나 어린 나이에 힘든 베드신을 펼친 (신)소율, 열심히 만든 변 감독님과 스태프들, 믿고 참여해준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손익 분기점은 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앞에는 ‘26년’, 한 주 뒤에는 ‘호빗’, 그 다음 주에는 ‘타워’가 개봉하지만 12월은 시장이 가장 커지는 때라니 기대해보려고요.”

총제작비 30억원대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50만명 이상이다. 시사회 등의 반응으로 볼 때 200만 명은 너끈해 보인다. 앞뒤로 포진한 막강한 경쟁작들이 변수이기는 하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 마디, “저 올해 크리스마스에 마땅히 할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무대인사를 다니고 싶어요. 지금껏 제 생애에서 가장 바쁘고 행복했던 크리스마스는 ‘미녀는 괴로워’ 무대 인사를 하면서 보낸 크리스마스에요. 다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을 하네요. 6년 전과 같은 크리스마스를 다시 보내고 싶답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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