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6시20분께 대전 서구 용문동 최모(38)씨 집. 이곳이 끔찍한 살인사건의 장소가 될지 최씨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성모(61)씨가 최씨의 집에 들어와 미리 준비한 흉기를 최씨에게 마구 휘둘렀다. 성씨는 범행 당일 대절한 택시를 타고 최씨의 집 앞에서 1시간가량 기다리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귀가하는 최씨를 따라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지난 9월 한 마트에서 최씨를 우연히 만나자 가만두지 않겠다며 한차례 협박을 했다. 최씨의 거주지를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하기도 했다.

최씨는 성씨의 무자비함에 결국 목숨을 잃었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도주한 성씨는 지난 8일 충북 옥천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서 경찰에 꼬리가 잡혀 살인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그는 왜 지체장애 1급이었던 최씨를 살해하게 됐을까. 이유는 이랬다. 성씨는 2002년 발생한 상해치사 사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최씨가 "성씨가 이모(당시 51세)씨를 마구 때렸다"는 결정적인 진술을 했다. 성씨는 상해치사 등 혐의로 5년6개월을 복역했다.

자신을 교도소로 보낸 최씨에 대한 복수심은 출소할때까지 이어졌다. 2010년 출소한 성씨는 최씨를 보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성씨의 최씨에 대한 복수와 보복심리가 살인을 저지른 악마로 변하게 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복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범죄자들은 범행을 신고한 피해자나 가족, 증인 등에 대해 앙심을 품고 다시 한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단순 협박에서 폭행까지 심지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보복범죄는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신고자와 증인,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보복범죄가 61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복범죄는 2008년 87건에서 2009년 139건, 2010년 124건, 지난해 122건, 올해는 8월까지 142건을 기록하는 등 총 614건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20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부산(114건) ▲경기(69건) ▲충북(36건) 등의 순으로 분석됐다. 보복범죄는 피의자의 90%가 남성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복범죄로 인해 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총 76명이었다.

문제는 올해 최초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보복범죄의 수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는 지난달 27일 폭행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신고자를 다시 찾아가 폭력을 행사함 혐의(보복범죄 등)로 기소된 전모(45)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씨가 이 사건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며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등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지난 9월 사귀던 주점 여주인(50)을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조사를 받았다. 그는 폭행사실을 신고한 여주인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고 영업을 마치고 택시를 기다리는 여주인을 마구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단순 폭행을 넘어서 끔찍한 살인행각도 벌어지고 있다. 40대 중국교포는 성폭행 사실을 신고한 동거녀를 보복살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지난 9월 동거녀를 감금한 뒤 성폭행하고 성폭행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살해한 혐의(보복살인 등)로 기소된 중국교포 이모(44)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4월 동거녀인 중국교포 강모(43)씨가 성격 차이와 돈 문제 등으로 헤어지자고 했다. 그는 사흘간 자신의 집에 강씨를 감금한채 수차례 성폭행했다. 이후 강씨는 경찰에 이씨를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풀려난지 18일만에 강씨를 살해했다.

재판부는 "자신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보복 살해해 범행 동기가 불량하고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복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신고자에 대한 철저한 정보보호와 증인 및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나 법원이 재범 가능성이 큰 사람의 경우 영장기각이나 집행유예를 줄이고 보복범죄 가능성이 있는 범죄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자 정보보호와 보복행위시 구속수사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처벌도 동반돼야 한다"며 "강한 처벌만이 신고자와 증언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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