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제작보고회에서 김정태가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뉴시스>
영화배우 류승룡(42)이 또 한 차례 변신을 예고했다. 휴먼 코미디 ‘7번방의 선물’에서 6세 지능의 주인공 ‘용구’를 맡았다.

18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살짝 엿볼 수 있었던 이 영화에서 류승룡은 지난해 750만 관객을 모은 액션 블록버스터 사극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에서 청나라 정예부대 니루의 수장 ‘주신타’로 보여준 파워풀한 모습도, 올 상반기 관객을 들인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에서 불세출의 카사노바 ‘성기’로 드러낸 능글능글한 섹시함도, 올 하반기 1200만 관객을 넘긴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에서 책략가 ‘허준’으로 드러낸 묵직한 카리스마도 아닌 순수하고 귀여운 백치 중년으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승룡이 열연한 캐릭터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보니 놀랍기도 하지만 그는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가, 이환경(42) 감독은 그의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했는가에 관심이 쏠린다.

류승룡을 이끈 것은 역시 이 감독의 호소력 있는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이 왔다. 보면서 좋은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듯하다. ‘최종병기 활’은 박해일(35), ‘광해’는 이병헌(42)이라는 흥행 보증수표와 함께 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선균(37), 임수정(33)과 부담을 나눠 가졌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은 오달수(44), 박원상(42), 김정태(40), 정만식(38), 김기천(55) 등 ‘감방동료’들이 포진했지만 사실상 그가 원톱이다.

새로운 변신을 위해 마음을 비웠다. “전작들이 잘 되긴 했지만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이번에도 늘 하던대로 했다. 욕심이 생기면 오히려 그르치기 때문에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늘 하던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류승룡은 “1986년부터 연기했지만 처음에 용구를 만났을 때 너무 어색했다. 캐릭터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대본 리딩을 했는데 온 몸에 땀이 났다”며 “그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어린아이 같은 감정을 지니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딸 ‘예승’으로 출연한 (갈)소원이와 하루 종일 이야기도 나누고, 동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촬영 내내 긴장감을 유지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여섯살 지능을 가진 캐릭터라고 해도 희화화된 전형적인 연기를 하려 하지 않았다. “경기 일산의 빵 공장에서 일하는 어느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친구를 4~5번 만났다. 너무 밝더라. 3시간 정도만 같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다 웃고 있을 정도였다, 그 친구의 웃는 습성, 말하는 습성이 캐릭터 구축에 많은 힘이 됐다”면서 “기존 작품들에서 이런 인물들이 너무 희화화된 감이 있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면 너무나 순수해서 오히려 반성이 되는 부분들이 많다. 전형화에서 탈피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그 점이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된 것도 사실이다”고 전했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도맡은 이 감독은 “류승룡의 전작들 중 센 작품이 많다보니 용구 캐릭터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캐스팅하게 된 데에는 그만의 보는 눈이 있었다. “예전에 류승룡이 흉기를 들고 다른 사람을 해치려 하는 연기를 하는 장면을 봤다. 그런데 문득 ‘저렇게 강아지 같은 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 반대 편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면서 “그런 느낌으로 보니 류승룡으로부터 세거나 어두운 느낌을 받지 못했다. 류승룡의 이면적인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딱 만났을 때 느낌 같았다.”

이 감독은 “류승룡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 머릿속 용구는 태어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둬야 했을 것”이라면서 “겉으로 보이는 얼굴 뒤에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얼굴을 숨긴 류승룡은 정말 무섭고 대단한 배우다”고 칭찬했다.

동료 배우들도 거들었다. 오달수는 “류승룡이 이 역할을 과연 어떻게 해낼까. 굉장히 기대됐다. 그런데 연기를 하는 걸 보고 옆에서 깜짝 놀랐다. 류승룡이 나중에 완전히 변해서 왔다. ‘승룡이가 맞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치켜세웠다. 박원상은 “류승룡이 겉으로는 편하게 얘기하지만 정말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라며 “그런 역할이 기존에 다른 영화들에서도 보여졌던 부분이 많아 고민이 정말 많았을 것이다. 그 고민의 흔적을 1월24일 개봉날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류승룡은 “연기할 때 작품에 충실하게 임하려 하고, 연기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굉장히 고생해 만든 영화가 많은 분들에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됐을 때 보람을 느끼게 된다. 그런 뜻에서 우리 영화가 개봉 첫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면 관객들한테 따뜻한 떡국을 대접하겠다. 직접 끓이고 담아서 대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7번방의 선물’은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7번방 패밀리들이 용구의 순진무구함에 감화돼 용구의 평생소원인 딸 ‘예승’과의 만남을 이뤄주기 위해 예승을 외부인 절대 출입금지인 교도소로 들여오기 위해 벌이는 미션을 그린다. 화인웍스·CL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NEW 배급으로 내년 1월24일 개봉한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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