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정운영 방향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당선인과 독일과의 특별한 인연과 관계가 새삼 주목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독일 여성 총리인 메르켈과 돈독한 친분을 맺고 있는 것은 물론 선거운동과정에서 공약업무를 총 지휘했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역시 독일에서 수학(修學)한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새정부가 국정운영과정에 독일식 정책이나 시스템을 참고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경제민주화 등 참고사항 많아… 박정희때부터 독일과 인연

통일문제를 비롯해 경제민주화와 사회복지 등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주요 정책방향 역시 독일과 유사한 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은 박 당선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다. 즉 박 전 대통령은 정권초 경제개발을 위한 재원확보를 위해 독일에서 대규모 차관을 도입한 것은 물론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 양국관계를 맺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과 독일은 꽤 의미있는 관계가 형성, 유지될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분석이다.

정권출범과정에서 국내외 성공적 모델은 항상 벤치마킹 대상이 돼온 것이 사실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전부터 '두바이'를 바람직한 발전 모델로 삼았다.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개발하겠다"고 언급했으며 인천 송도와 부산신항만의 개발모델로도 두바이를 꼽았다.

또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감독청(DIFCA) 회장을 인수위 소속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으로 전격 발탁하며 '두바이 배우기'에 열을 올렸다.

다만 2009년 두바이의 몰락으로 MB 정부의 '두바이 따라하기'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박 당선인의 경우 대선공약 곳곳에서 이미 '독일'을 롤 모델로 삼은 흔적이 엿보인다.

독일이 원조인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에 휘청였던 독일은 90년대 막대한 통일비용 부담까지 더해져 저성장·고실업의 수렁에 빠지자 기업문화 개선을 통한 생산성 증대를 위해 현장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독일식 경제민주화'를 창안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의 이점은 살리되 대기업집단의 불법행위나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엄중 대처한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은 국가가 심판 역할을 하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일정 부분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되 독과점방지법, 환경법, 노동법 등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은 엄단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하겠다는 공약도 독일이 주거지역과 촌락지구 등에 대형마트의 개설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박 당선인이 "적절한 복지재정 지출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같이 풀어가야 한다"며 내놓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기조는 과도한 사회보장 지출을 개선한 독일의 복지개혁과 맥이 닿아 있다. 반값등록금과 고교무상교육, 0~5세 전면 무상보육 등도 독일의 무상교육 정책을 일정 부분 닮았다.

◇공약 주도한 김 전 위원장 "朴, 메르켈 총리 벤치마킹했으면…"

이처럼 박 당선인의 공약에서 독일이 보이는 것은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의료보험제도를,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공동주택 분양가 상한제를 입안했고 1987년 개헌에서는 헌법 제119조에 경제민주화 항목을 도입한 인물로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찍부터 박 당선인의 정치·경제 멘토가 돼 왔던 김 위원장은 "메르켈 총리는 보수정당인 기독민주당이었지만 사회민주당의 정책적 에센스를 다 흡수했다. 그러다보니 사민당이 오히려 차별화를 할 수 없게 됐다. 복지제도의 원조도 보수정치인 비스마르크였다"며 독일 벤치마킹을 제안했다고 한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 이후 주요 장관을 사민당에 맡겼고 사민당의 정책도 상당수 포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2009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할 수 있었다"며 "박 당선인이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닮은 점도 많아, 朴 내년 獨 방문예정…양국관계 더욱 깊어질 듯

실제 박 당선인은 메리켈 총리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두 사람은 각기 한나라당 부총재와 기민당 당수 시절이었던 지난 2000년 처음 만나 친분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외국 수반 가운데 처음으로 당선 축하 전화를 준 것도 메르켈 총리였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대선 선거기간에 박 당시 후보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서신을 보내 논란을 야기한바 있다.

닮은점도 많다. 물리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과 야당 당수로서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한 경력, 한 번 결심이 선 일엔 '황소고집'이라 할 만큼 주장을 꺾지 않는 성격 등이다. 메르켈 총리가 국회의원 경력 15년만에 독일의 지도자가 된 것처럼 박 당선인은 정치입문 15년만에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두 사람간 정치적 상황도 유사하다. 메르켈 총리가 재정위기 등으로 곤경에 처한 유럽과 독일을 진두지휘해 나가야 하는데 박 당선인 역시 국내 극심한 경기침체와 세대간 갈등 등 주요 현안들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뚝심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두 지도자가 현안에 대한 해법과 처방을 놓고도 향후 깊게 교감할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독일이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였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이 독일의 통일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이란 전망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박 당선인은 서독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끌어 냈듯이 '주권과 안보 확실히 지키기'와 '억지력을 바탕으로 협상의 다각화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외교·통일 공약의 맨 앞머리에 뒀다.

또 통일까지 친미·친서방 노선을 고수해 미국의 지원을 확보했던 것처럼 북핵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미국은 물론 주변국 및 국제기구와 외교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내년 한독 수교 130주년이 되는 것을 계기로 독일을 방문할 것으로 보여 양국관계 친숙도와 발전이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더불어 새 정부에서는 독일 학파나 전문가들이 중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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