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잭맨(44), 앤 해서웨이(30), 러셀 크로(48)의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국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레미제라블'은 21~23일 주말 3일간 673개관에서 7761회 상영되며 78만8886명을 모아 전주 1위였던 할리우드 3D 판타지 블록버스터 '호빗: 뜻밖의 여정'을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했다.

18일 전야 개봉에서 4위로 출발했지만 원래 개봉일이었던 19일이 되자 바로 이언 매켈런(73), 마틴 프리먼(41), 리처드 아미티지(41)의 '호빗'을 밀어내고 일일 흥행 1위에 올라서서 23일까지 5일 연속 흥행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영화다운 성적이다.

주말 3연전 모두 3위인 '호빗'은 물론, 2위인 고수(34) 한효주의 멜로 '반창꼬'(감독 정기훈)를 두 배 가까이 차이를 벌이며 압도했다.

'레미제라블'의 흥행 1위는 사실 수입배급사인 UPI코리아에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성과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보다 앞서 13일 '호빗'이 개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호빗'은 연출자 피터 잭슨(51) 감독의 전작인 할리우드 판타지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리퀄로 2003년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 막을 내린 뒤 근 10년만에 찾아온 기대작이다. 2000년대 초반 '반지의 제왕'에 열광했던 국내 20대는 말할 것도 없고, 당시 부모와 함께 극장을 찾았던 10대들이 이어느덧 독자적인 구매력을 갖춘 20대가 된 만큼 경쟁이 버거워 보였다.

게다가 '레미제라블'은 대사와 노래가 적절히 배합된 다른 뮤지컬과 달리 거의 모든 대사를 배우들의 노래로 하는, 오페라에 더 가까운 '송스루 뮤지컬'이다. 영화에서도 대사 없이 노래로 모든 것을 대신한다. 팝스타 마돈나(54), 안토니오 반데라스(52)의 '에비타'(감독 앨런 파커)나 메릴 스트립(63), 피어스 브로스넌(59), 콜린 퍼스(52), 아만다 사이프리드(27)의 '맘마미아'(감독 필리다 로이드) 등 기존 국내에서도 상영된 뮤지컬 영화들과도 확연히 다르다. 뮤지컬이라면 그런 점을 감안하고도 가겠지만 이번에는 영화다.

그러나 이 모두를 극복했다. 단순히 관객 수뿐만 아니다. CJ CGV가 지난 주말 아시아 최대 스크린과 최첨단 음향시설을 갖춘 서울 영등포점의 스타리움관을 '호빗' 대신 '레미제라블'에게 내줬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흥행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연말 뮤지컬 관람 수요가 이 영화에 선회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성화(37), 문종원(33), 조정은(33)이 주연하는 한국어 라이선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지난 7일부터 내년 1월20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어서 가장 큰 뮤지컬 시장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게 된 아쉬움을 영화가 대신한 셈이다. 또한 영화가 뮤지컬 보다 티켓 값이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도 다른 뮤지컬로 가려던 발걸음을 이 영화로 이끌고 있다.

'레미제라블'이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돼 1985년 초연 이래 27년간 40여 개국에서 공연되며 검증을 마친 뮤지컬을 다시 영화화했다는 것이나 원작 뮤지컬이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더불어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이며, 그 모두를 제작한 캐머런 매킨토시(66)가 손수 영화로 제작했다는 것 등에서 갖게 되는 호기심과 신뢰도 작용하고 있다.

'장발장' 잭맨, '판틴' 해서웨이, '자베르' 러셀 크로, '코제트' 사이프리드 등 주요 배우들이 국내서도 인기 높다는 점, 연출자가 2011년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톰 후퍼(40) 감독이라는 점, 내년 1월 제70회 골든글로브 4개(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주제가상) 부문, 제18회 크리스틱 초이스 어워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점 등 영화적 강점들과 연기력을 갖춘 이들 배우들이 과거 뮤지컬 배우 출신들답게 노래 솜씨가 뛰어나 몰입을 쉽게 할 수 있게 한다는 점, 2010년 영국 O2 아레나에서 열렸던 '레미제라블'의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에포닌'으로 열연한 사만다 뱅크스(22)가 이 영화에서도 에포닌을 맡아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를 향한 절절한 짝사랑을 담은 최고의 '온 마이 오운'을 들려준다는 점 등 뮤지컬적 강점을 모두 갖췄다는 사실도 영화 팬, 뮤지컬 팬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다.

온 국민이 지켜본 피겨여왕 김연아(22)의 복귀전이었던 9일 독일 도르트문트 NSW 트로피 프리 프로그램에서 '어 워크', '온 마이 오운',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 등 이 뮤지컬의 넘버들을 배경음악으로 채택했던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성원 속에 23일까지 누적 관객은126만5753명으로 급증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심야시간대까지 좌석이 일찌감치 동난 것을 볼 때 이날 150만 관객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다만 올 겨울 한국 영화 최대작인 설경구(44) 손예진(30) 김상경(40)의 재난 휴먼 블록버스터 '타워'(감독 김지훈)가 24일에 전야 개봉하는 것이 가장 큰 위기다. '타워'가 재난 블록버스터다운 재미와 휴먼 드라마로서의 감동을 모두 잡았다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투자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타워'가 야심차게 밀어붙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4~25일 CGV영등포점 스타리움관은 '타워'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이 때문에 200만 관객 돌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진위 예매율 집계에서 30% 후반대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희망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반창꼬'는 주말 3일간 톱4 중 가장 적은 규모인 426개관에서 5921회 상영되며 41만6929명을 끌어 2위다. 18일 이후 누적 관객 70만3270명이다. '호빗'은 585개관에서 6035회 상영되며 39만6951명을 들여 3위다. 13일 이후 누적 관객은 198만8638명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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