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여배우라면 누구나 연기 생활 중 한 번쯤 직면하게 마련인 첨예한 문제다.

두 여배우를 만나 노출과 관련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람은 지성(34) 김아중(30)의 로맨틱 코미디 ‘나의 PS파트너’(감독 변성현)에서 지성이 연기한 ‘현승’의 옛 여자친구 ‘소연’을 열연한 신소율(27), 다른 한 사람은 고수(34) 한효주(25)의 멜로 ‘반창꼬’(감독 정기훈)에서 한효주가 맡은 ‘미수’의 동료 여의사 ‘하윤’으로 호연한 진서연(30)이다.

먼저 신소율.

신소율은 찌질남 현승이 자신의 잘못으로 헤어진 소연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지성과 농도짙은 베드신을 벌인다. 치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알몸을 노출한다. 올 봄까지 촬영된 작품이다. 그리고 한창 후반 작업 중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방송됐다. 9월18일 종방한 이 드라마로 2007년 데뷔한 신소율은 마침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신소율에게는 러브콜이 이어져 10월9일 MBC TV 일일극 ‘엄마가 뭐길래’가 막을 올렸고, 이어 12월1일에는 SBS TV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가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12월9일 문제의 ‘나의 PS 파트너’가 개봉했다. 누구나 신소율이 후회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신소율도 “그런 얘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까지도 제게 ‘후회하지 않느냐’면서 괜히 미안해 하시더라구요”라면서 “그래서 오히려 제가 ‘괜찮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감독님을 달랬답니다”고 고백했다.

신소율의 첫 노출신이자 베드신은 관객들의 찬사를 들었다. 사랑하는 남녀의 감정이 오롯이 살아있다는 것과 정말 예쁜 베드신이라는 것이다. 호평들을 전하자 신소율은 환한 표정으로 “정말 괜찮았어요?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이네요”라며 반가워했다. 결과야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이 쉬울 수는 없었다.

여배우라면 언젠가는 노출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작품만 좋고, 캐릭터를 위해 필요하다면 노출을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기는 했죠. 그런데 막상 닥치니까 쉽게 결정하지는 못하겠더군요. 가장 큰 두려움은 ‘인지도 높이려고 벗었다’는 말을 듣는 것이었죠. 하지만 저는 떴떴했어요. 솔직히 뜨기 위해 벗는 것이라면 기왕 주연을 하면서 벗는 것을 하지 왜 조연을 하겠어요? 부모님도 그러시더군요. ‘너는 연예인의 길을 갈 것이 아니라 배우의 길을 갈 것 아니냐. 배우라면 꼭 필요할 때 용기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요. 그 말씀에 더욱 힘을 내서 열심히 찍었어요.”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후회 안 해요?” “네. 그럼요. 그 베드신이 있었기에 현승이와 소연이가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과거나, 헤어지고 난 지금의 현승이가 소연이를 그토록 못 잊는 이유를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효과적으로 진정성있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관객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 속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꼭 필요했던 베드신이고 노출신이었던 거죠. 저로서는 후회되기는 커녕 그런 멋진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음은 진서연.

진서연은 ‘반창꼬’에서 환상적인 S라인과 볼륨있는 가슴으로 연출한 클리비지 룩으로 주인공(고수)의 동료 소방관 ‘용수’(김성오), 미수의 애정상담을 해주는 ‘방제수 형사’(양동근) 등 뭇 남성들을 사로잡는다. 진서연의 베드신이나 노출신은 없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데뷔작인 에로틱 멜로 ‘이브의 유혹-좋은 아내’(감독 곽정덕)에서 하반신 불구가 된 남편 ‘상호’(안내상)의 후배 ‘진영’(진태현)을 유혹해 성관계를 갖는 여주인공 ‘인애’를 맡아 과감한 베드신과 노출신을 펼쳤다. 이미 2007년 작품이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데 진서연은 ‘반창꼬’ 인터뷰 자리에서 연극배우 시절부터 이야기하다 당시 노출신 이야기까지 숨김 없이 털어놓았다. “지나간 이야기인데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문득 1990년대 초 데뷔 시절 노출신을 찍은 어느 여배우가 몇 년 뒤 스타가 된 뒤 그 영화의 모든 비디오 테이프를 사들여 폐기처분했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서연은 당당했다. “나쁜 짓이나 창피해 할 일을 한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당시 작품과 여성이 주도하는 팜파탈 캐릭터인 인애에 대해 애정이 많았고, 인애의 감정선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 지금 그때의 노출신이나 베드신이 제게 마이너스가 된다고 해도 절대 숨기거나 모르는 체 할 생각은 없어요.”

진서연의 선택에 큰 힘을 준 것은 역시 어머니다. “고민을 하던 때에 엄마가 그러셨어요. ‘배우의 길을 걷기로 해놓고, 못하는 연기, 가리는 역할이 있다면 그게 배우야?’ 그래서 용기를 내서 출연을 할 수 있었죠. 어머니에게도 떳떳했던 노출인데 대중의 눈이 무서울리 없답니다.”

신인 시절 촬영한 노출신이나 베드신 때문에 고착화될 수 있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타가 된 뒤 노출신이나 베드신을 극도로 기피하는 여배우들도 있다. 진서연은 어떨까. “작품을 하다 보면 우리 영화처럼 노출이나 베드신이 없는 캐릭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더 과감한 노출이나 베드신이 뒤따르는 캐릭터를 해야할 경우도 있겠죠. 그때 제 선택은 하나에요. ‘나를 납득시키면…’입니다. 연기를 할 배우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노출신이나 베드신을 관객들이 어떻게 편안하게 지켜만 보겠어요?”

오늘도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우리의 수많은 여동생, 누나, 딸, 여조카들은 여배우와 여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치열하게 베드신과 노출신을 연기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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