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발발 65주년을 앞두고 4·3 기록물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용범)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영훈)은 22일 오후 제주도의회에서 '새 정부의 4·3 해결과제 및 4·3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편집자 주>

▲ 고창훈 제주대 교수 '4·3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고창훈 교수 "문화예술 통한 4·3 세계화…4·3특별법 개정 기금 규정 마련해야“

고창훈 제주대(행정학과) 교수는 "제주4·3의 완전한 해결과 세계평화의 섬 정신 정립을 위한 제주4·3 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실현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고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4·3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고 교수는 "제주도의회와 제주4·3평화재단이 4·3의 완전 해결을 위해 4…3특위를 구성해 △국가적 추념의 원리 △단계적 배상의 원리 △국제적 해결의 원리 △평화섬 교육의 원리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 교수는 4·3과 관련 미국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이 같은 이유로 크게 2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1947년 3월 1일 시위 후 미국정부에 의해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제주도를 '빨갱이의 섬'으로 조직해 ‘레드 콤플렉스’를 야기한 직접적인 책임이다.

둘째, 1948년 4·3 이후 한국군의 집단적 학살을 자문하고 지원하는 등 정책적으로 자문한 간접적인 책임이다.

그러면서 고 교수는 "제주4·3이 미국정부의 인권탄압 사례로 인식되는 만큼 제주도와 하와이 지역 공동으로 대한민국 4·3보고서 등을 근거로 미국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청하는 절차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4·3특별법에 4·3의 문화예술적 치유기금으로 '4·3문화예술 진흥기금'을 규정해 4·3 문화예술가들의 자율적 노력을 뒷받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평화문화의 예술이 4·3 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규명하면서 4·3평화교육의 세계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 교수는 "제주4·3에 관한 기록에 원본들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기록 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을 검토하고 준비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제주지역의 경우 제주시 주정공장을 비롯해 다랑쉬굴·4.28 화평회담 현장 등의 복원과 백조일손지지·북촌리 학살현장 등 유적지를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문제도 같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 교수는 "도의회도 '완전한 제주4·3 해결'을 위해 4·3특위를 설치해 4·3의 국제적 해결은 물론 제주대와 대학원 4·3평화교육과 설립, 4·3평화예술진흥기금 조성을 통한 제주4·3의 인권과 평화 가치를 세계화 하는데 지혜를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 안종철 박사가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의'주제발표을 하고 있다.

# 안종철 전 5·18기록물 등재추진단장 "4·3 자료 지속적 수집 필요"

이어 안종철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조정관(전 5·18기록물 유네스코 등재추진단장)은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의'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분산돼 있는 제주4·3 자료들을 한곳에 통합시키고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안 조정관은 "제주4·3 자료의 통합 재분류에 앞서 보다 세밀한 분류기준을 만들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한다"면서 "원본 자료, 증언 자료, 사진 자료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안 조정관은 "제주4·3과 비슷한 성격의 세계기록유산 신청서를 수집해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광주의 경우 5·18 관련 사진을 편집해 심사위원들이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5·18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조정관은 "세계기록유산 심사는 현지에 대한 실사가 없기 때문에 신청서를 얼마나 잘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신청과 관련 팀이 구성된 후 토론과 연구를 통해 면밀하게 진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안 조정관은 "4·3 역시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동서냉전이 시작된 시기에 발생했다“면서 ”냉전체제가 구축되는데 어떤 영향과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라는 관점 등 세계사적 시각에서 정리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조정관은 "4·3 역시 신청 대상물이 현대사 분야이고 또한 그에 대한 시각이 다른 단체 등이 있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새 정부의 4·3 해결과제 및 4·3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을 주제로 정책세미나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박찬식 4·3평화재단 추가진상조사단장은 "기존 수집자료의 체계적 정비를 위한 인적·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이를 위해 제주도와 도의회의 특별한 관심과 인원 및 재정 확보 방안이 절실하다"며 "도민이나 유족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은 "광주 사례를 선례로 삼더라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정부 등 범국민적 차원의 지지와 협조를 얻어내는 한편 4·3 세계화에도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권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등재 사료와 사건 등의 가치가 가급적 국지적 차원이 아닌 세계문명의 흐름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고찰돼야한다"며 "지역, 국가적 차원의 중요성에 머문다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재순 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 과장은 "4·3 기록유산의 세계사적 의미와 그 중요성을 어떤 입장에서 정리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며 "세계사적 비극을 증거 하는 기록물과 그 역사적 교훈으로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제언했다.<제주투데이>

▲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제주4·3평화재단은 22일 오후 도의회에서 '새 정부의 4·3 해결과제 및 4·3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고 있다.

<문춘자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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