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이사장.
<김영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제65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 위령제 고유문 전문>

제주4·3사건 희생자 영령님들이시어!

암울했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속절없이 우리 곁을 영영 떠나야 했던 임들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움에 목 놓아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메아리만 맴돌아 미욱한 후손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더욱 간절한 추모의 마음들을 모아 오늘 제65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를 봉행하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을 삼가 아뢰옵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서울과 부산에서도 위령제례를 올리고 분향소를 갖추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유족과 범국민적 추모를 위한 초석을 다지려합니다. 더불어 국가추념일 지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해 4·3문제의 역사적 진전을 도모하겠습니다.

제주도민의 숙원이었던 추가신고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되어 2만7천여명의 희생자와 유족이 접수되었습니다. 이분들은 앞으로 4·3중앙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희생자와 유족으로 확정될 것입니다.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는 4·3평화공원 3단계 사업도 국비지원이 이루어져 영령님들의 안식처이자 역사교훈의 장소로 거듭날 것입니다.

유족복지를 위해 유족의료비와 생활보조비 지원이 아쉬운 대로 이루어지고 있고, 올해부터 장학지원사업이 시작되며 4·3장한어머니상도 어버이상으로 확대하여 시상할 것입니다.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예공모와 4·3아카데미, 교원연수 등 교훈계승 및 교육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국내외 9개 기관 단체와 ‘동아시아 민주인권평화네트워크' 공동 MOU를 체결하는 등 평화교류를 본격화하고 있고, 국제평화심포지엄 개최, 진상보고서의 외국어번역사업 등으로 4·3의 진실과 교훈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기반을 착실히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4·3문학상이 시상되고, 4·3의 비극을 다룬 영화 ‘지슬’이 국내외의 호평과 함께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는 등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4·3의 진실 홍보와 원혼을 위무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후손들은 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추모사업과 더불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영령들이시어!

영령님들의 육신은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 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4월 제주의 대지에 새싹처럼 평화의 싹으로 돋아날 것이며, 따스한 봄바람처럼 화해의 바람으로 우리 곁에 머물 것입니다.

임들의 고귀한 희생은 후손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을 받아 해원상생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오니, 모든 원한과 설움 내려놓으시고 부디부디 영면하소서!

4·3영령님들 앞에 옷깃을 여미며 삼가 고유하나이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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