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국회의원 비서를 보좌관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비서라고 한다. 그 비서들이 지금 국회의원과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민당이 어느 누구도 예상 못했던 싹쓸이 당선을 했기 때문이다.자민당 소속 신인 83명이 당선되어 본인들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26세의 최연소 당선자는 제일 먼저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이 국회의원 연간 보수였는데 2억5천만원이어서 무척 놀랐으며, 하루 빨리 요정에 가고 싶다는 발언들로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신인 의원들을 각종 메스컴은<코이즈미 칠드런(아이) >이라고 비아냥 거렸는데,어느 사이엔가 이 숙어는 시민권을 얻고 대 유행어가 되었다. 함량 미달의 의원은 물론 신인 의원 모두가 당당한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데뷔 시킬려면 우선 비서진이 확보였다.

그런데 이 비서진의 공급과 수요에 커다란 이변이 일어났다. 의원 당선자 한 사람에게 공설비서 3명을 인정하고 있는데 자민당 소속 신인 의원83명에 대해 비서는 249명이 필요하다. 더자세히 계산한다면 자민당 의원 중 인퇴자와 낙선자는 모두 15명이었다. 이들 중의 비서들을 전부 신인 의원들에게 충당한다 해도 68명 의원이 새로 구해야 한다.

자민당 본부는 신인 의원들의 비서 채용에 대해서“새로운 자민당”으로 태어났다고 선언 한 후, “비서 고용에 대해서는 비서 경험자보다 미경험자의 채용 등이 새로운 방법으로서 좋다”라는 이례적인 간사장 통달을 했다.

당 개혁과 연계한 비서 개혁까지 노리면서 각 파벌에 비서 공급을 의뢰하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됐지만 미경험자 비서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더욱 강했다. 그만큼 비서 부족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역사적인 참패를 당한 민주당의 비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64명이 의원석을 잃고 신인13명이 겨우 당선된 민주당은 정반대로 51명 의원의 비서진이 남게 되었다.

공설비서 인원만도 153명이다. 이들은 새로운 의원의 비서로 갈 곳이 없어서 대량 실업자를 양산했다. 동당 비서들 사이에서는 “비서로서 계속 활동할 수 있다면 다른 당으로 가는 것도 상관없다”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얘기지만 중견 이상의 비서들이 갖고 있는 정보와 인맥등의 넷트워크는 의원 이상의 실력자들이다. 그들이 다른 당의 의원 비서가 된다는 것은 정적 앞에 이제까지 비밀을 고스란히 바치는 꼴이 되고 만다.이러한 위험은 일방적이 아니고 양면성을 갖고 있어서 자민당이나 민주당에서는 서로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설비서만 해도 이런 상황인데 지역구의 사설비서까지 포함하면 그 여파는 더욱 심각하다. 신인 의원들보다 우수한 비서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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