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면서도 몰랐는데 어떻게 일본에서 알아서 제주에서 나무를 다 심고 그랬지."
만나는 사람마다 제주에서 나무를 심었다니까 건네는 말이었다.
 
11월 9일 제주시청 공원 녹지과 주최로 -제주도민 60만 시대 개막 기념- "추억의 나무 심기 행사"가 한라도서관 북측에 있는 오등공원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있었다.
 
필자는 이 기사를 10월 23일 제주투데이에서 읽고 이메일로 공원 녹지과로 자세한 자료 요청을 했더니 담당 직원 앙진호씨로부터 친절하게 신청서와 장소 등의 안내 메일이 왔다.
 
필자는 나무 심기를 좋아 해서 오사카에서도 아들과 나무 심기 행사에 참가하여 심은 적이 있었다.
제주투데이 기사를 읽고 필자는 무척 기뻤다.
 
딸이 5월 달에 결혼하여 사위와 우리 부부 모두 4명이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고향 제주에 갈 예정이었다. 어머님과 친지들에게 인사차 가는데 추억의 나무 심기는 다시 없는 좋은 기회였다.
 
오사카에서 바로 신청을 하고 당일 한라도서관 주차장에 갔더니 앙진호씨가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를 잘 모르는 우리 가족을 위한 그의 세심한 배려가 더욱 기뻤고 송구스러웠다.
 
10시 30분 행사 직전 이창흡 공원 녹지과장의 사회로 재선충병에 대한 설명이 있은 후, 김상오 시장의 개최 인사로 나무 심기 행사는 시작됐다.
 
오늘 행사를 위해 약 2미터를 훤씬 넘는 먼나무 110그루가 무상으로 준비되어 삽과 장갑 등까지 제공 받고 가족들끼리 배당 받은 나무를 심었다.
 
어린 아기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옷 차림 속에 나무를 심는 행사장은 즐거움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 즐거운 추억의 나무 심기 속에는 외국인까지 동참하여 분위기를 돋구고 있었다.
 
필자는 인사말을 마친 김상오 시장님을 찾아가서 이러한 좋은 행사를 마련하여 주신데 대해서 감사의 말과 오사카에서 온 우리 가족들에게는 더없는 추억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까지 이 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고맙다는 시장님과 우리 가족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까지 찍었으며, 이창흡 과장님도 고맙다고 찾아주셨다.
 
약 한시간 사이에 나무 심기를 마치고 가족들끼리 심은 나무에는 추억의 글을 쓴 표찰을 달고 오등공원을 뒤로 했다.
 
신청 수속을 할 때 받은 "추억의 나무 심기 참여 인증서"를 필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보이면서 자랑을 했다.
 
그럴 때마다 들은 첫마디가 "제주에 살면서도 몰랐는데 어떻게 일본에서까지... "였다.
 
모르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무관심의 낳은 결과가 아닐까 하고 필자는 생각했다.
 
몰랐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홍보 부족이라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일본에 있는 필자까지약 10여행에 지나지 않는 안내 기사를 놓치지 않고 읽고 곧 신청했다. 홍보 부족이 결코 아니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즉 나무 심기에 대한 관심도이다. 필자는 몇년 전부터 연중행사로 실시되는 "재외도민 자녀 향토 학교"의 프로그램에 기념 나무 심기 행사를 꼭 넣으라고 호소해 왔다.
 
제주도지사는 물론 지난 6월에는 박희수 의장에게도 직접 편지를 쓰고 나무 심기 행사를 넣어 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진전과 그에 대한 회신도 없었다.  
 
제주 출신 재외도민 향토 학교는 처음에는 제주 출신 재일동포 자녀만이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은 물론 제주를 떠나 국내에 살고 있는 자녀들도 그 대상으로서 매해 여름에 실시되고 있다.
 
그들이 부모 고향에 돌아와서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떠나고 나서, 언젠가는 말 그대로 추억의 나무를보려고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아니, 모두가 찾아오지 않아도 좋다. 그들에게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떳떳한 명분과 기회를 제주도가 제공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왜 제주를 떠난 1세 이후의 세대가 제대로 제주를 찾지 않는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제주 출신이 가장 많이 사는 오사카 이쿠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를 떠난 1세와 다음 세대 사이에 제주를 이어줄 수 있는 끈끈함이 한 그루의 나무가 이어 준다면 그 부가가치는 아주 높다.
 
그리고 그러한 대의명분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인생보다 더 수명이 긴 생명체인 나무를 부모 고향에 심었다는 삶의 본질적 자세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
지금은 진부하기까지 한 스피노자의 말이지만 이것은 바로 "생명 사랑"이 아닌가 말이다.
 
비약적인 논리이런지 몰라도 그것을 부모 고향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그 이상 차원 높은 교육은 없을 것이다.
 
제주시청 공원 녹지과의 사업 업무에 보면 300만 그루 나무 심기 추진도 있었다.
 
이 나무 심기에 내년 여름부터는 재외도민 자녀 향토 학교도 연중행사로서 꼭 동참할 수 있기를 필자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희들은 앞으로 이 나무가 자라나는 것을 보기 위해 자주 제주에 오겠습니다. 또 이러한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필자의 딸과 사위가 김상오 시장님들께 감사드리며 약속한 말이었다. 곁코 필자가 강요해서 나온 발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다름없겠지만 필자도 종종 찾는 고향 방문 중에 가족들과 "추억의 나무 심기"는 가장 잊을 수없는 방문의 하나로서 마음에 새겨질 것이다.
 
그들이 부모 고향 제주에 대해 이러한 인식을 새롭게 갖게 해준 제주시에 필자 또한 깊은 감사 드리며 오사카에 돌아와서도 추억의 나무 심기를 여기저기서 자랑하며 선전하고 있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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