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동벚꽃다방 입구
세월호의 충격으로 모두가 안타까워하며 무사 귀환을 기대하며 숨죽이고 기도하던 4월18일 제주시내 고마로 (일도2동)대로변에 소리 소문 없이 다방하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인화동벚꽃다방”이 그 곳입니다. 조화(造花)로 만든 요란한 개업축하 화환 하나없이 문을 연 이곳은 최근 몇 억원씩 들여가며 시설하여 문여는 여유있는 엄마들의 <수다>방이된 고급 커피숍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그냥 다방입니다.

전체 면적이 네평이 채 안되는 이 곳은 주상복합건물의 한 모퉁이 공간으로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2인용 소형탁자와 보조의자 단 세개가 응접 시설의 전부입니다. 남는 면적에는 커피를 뽑는 기계 한 대와 싱크대가 빠듯하게 차지하고 바리스타 한명이 들어 갈수 있는 좁디 좁은 공간이 전부입니다.
이 다방의 방장(?)겸 바리스타는 올해 만 24세 터벅머리 총각 이광훈씨입니다.

앳되고 티없이 예쁜(?)얼굴이 “씨”보다는 “군”이라는 칭호가 더 어울릴 것 같은 그가 옛날식<다방>이란 상호를 내걸고 창업한 과정도 그리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4월초 어느 날 가게 앞을 지나다 <점포임대>라는 안내문을 보고들어가 바로 계약하고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개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 씨가 투자한 창업자금은 모두 2천6백만원. 지출내역을 보면 점포 임대료 사글세 5백만원 .커피를 뽑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1천1백만원. 전기공사 1백만원. 소형싱크대와 소품구입비 1백만원. 탁자와 의자 등 비품구입과 페인트와 벽지구입비 2백만원. 실내장식 과 인테리어는 본인이 직접 했지만 재료구입비 1백만원 등 모두합해 2천6백만원이 들었답니다.벽에 걸린 중고에어컨은 1백만원의 권리금을 받은 앞의 세입자가 놔두고 간 것이라고 합니다.

가게를 장식하는 인테이어 소품들
그런데 그가 창업자금을 마련한 과정이며 <다방점주>가되기까지 유·소·청년기도 소설(?)만큼이나 찡합니다.

이 씨는 비록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는 아들만 둘인 가정의 큰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런 형제는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만났고 외할머니의 보살핌속에 아버지와 함게 살아 왔습니다.

그러던 중 광훈씨가 고교를 졸업할 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그는 어려움속에서 대학(제주대 무역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생산직에 근무하던 아버지가 중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큰 일을 당했습니다.

단촐한 세식구지만 광훈씨가 학교를 휴학하고 가장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런속에 한 살 터울의 동생이 대학을 진학하고 본인은 공익요원으로 2년의 병역의무도 마쳐야 했습니다.

그동안 광훈씨가 돈을 벌기위해 일해 온 직업은 나열하기가 힘들정도입니다. 신발가게 판매원에서 출발, 호프집 서빙. 김밥과 라면가게. 통닭집 종업원으로 뛰었습니다. 전북 군산조선소에서는 용접공으로 일하기도 했고 초밥집에서 허드렛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이처럼 많은 일에 종사한 것은 특별한 기술도 없이 급여가 많은 일을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은 시급 5천원 전후였고 하루 15시간을 일할때도 많았습니다. 자는시간 빼고는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죽도록(?)일만을 한 것입니다.

이토록 독하게 일했기에 한 달에 2백만원을 모을 수도 있었는데 6개월에 1천2백만원을 저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위해서는 버스비와 핸드폰비만 빼고 전액 저축했다고합니다. 식사는 일터에서 모두 해결하고 진구들과 여유롭게 차한잔나누지 못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 억척스런 날들을 보내는 속에 지난해에는 병상의 아버지가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슬픔도 잠깐 어렵게 장례를 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형제 앞으로 아버지의 병원비등 2천2백만원의 빚이 돌아왔습니다. 한자말 설상가상(雪上加霜)은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일 겁니다.

이 씨는 법원을 오가며 어려움을 호소 한정승인(상속을 받으면서 상속재산 한도내에서만 변제 책임을 지는 제도)을 받아 냈습니다.
가게 메뉴판
그 후에 모은 돈이 2천여만원 전부입니다. 바리스타 교육은 커피 기계를 파는 회사에서 받았습니다.
가게가 좁기 때문에 음료는 대부분 테이크아웃으로 파는데<아메리카노>가 1천5백원으로 대형 커피숍의 절반가격정도의 싼값에 팔고 있습니다. 하루 커피 100잔을 팔아야 매출이 15만원인데 하루 매출20만원으로는 한달에 1백만원 손에 쥐기 빠듯하다고합니다.

아침 7시면 문을 열고 밤 열한시에 닫는데 모든 걸 혼자하기에 오픈 시간을 못 맞출 수도 있어 문 여는 시간은 <am ?>로 써놓았습니다.

이런 광훈씨네지만 최근에 경사가 하나있어 실로 오랜만에 미소를 찾았습니다. 전남 목포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의무해경을 마친 동생 주훈씨가 해양경찰 시험에 합격한 것입니다.

동생은 임용을 위한 교육중인데 10월이며 발령을 받아 세월호 참사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든든한 바다지킴이가 된답니다
벚꽃다방에서 사용하는 쿠폰
벚꽃다방도 대박이나고 동생도 늠름한 해경으로 우리곁에오기를 기대 해봅니다. 찾아가는 길은 네이버와 다음에 약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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