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3월 4일 제주를 출발하여 3월 31일 까지 28일 동안, 전남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821km를 걸었습니다.

 출발한 날 5km와 마지막 날 12km를 제외하면 하루 평균 31km를 걸었고, 가장 많이 걸은 날은 경북 농암리에서 충북 수안보 까지 12시간 10분 동안 43km를, 가장 적게 걸은 날은 강원도 하진부에서 병내리 까지 6시간 10분 동안 21km를 걸었습니다.

 2009년, 2010년, 2012년, 3년에 걸쳐 스페인 산티아고 길 3개 코스(프란세스 길, 은의 길, 북의 길)  2,900여km를 걷고 난 후, 다음엔 프랑스 내륙에서 부터 시작해 스페인 산티아고 까지 걷는 2,000여 km의 '레퓌'길을 걷자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에 한비야, 김남희 여행 작가님의 책을 보고 '언젠가 나도 기회가 닿으면 국토 종주를 하자'고 계획을 세워 놓았었습니다.

 어느 날  그 자료를 우연히 보게 되는 순간, '바로 이거다' 하고 한비야, 김남희씨의 일자별 코스 루트와 지도 책에서 간추린 부분만 오린 자료를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 하였습니다.

출발 시기는 한 겨울과 한 여름을 피한 5-6월이 가장 좋지만, 따뜻한 남쪽 지방부터 출발할 것이기에 3월 초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걸어 보니 정식 트래킹 코스가 아닌 국토종단 길에서는, 3월 달은 난방이 필요한 계절이라 문 닫은 민박집이 많았고, 관광지가 아닌 곳을 많이 걷는 관계로, 민박집이 아예 없는 마을도 많았습니다.

사전에 이런 저런 자료를 충분히 준비 하였다면 훨씬 수월하게 국토종단을 할 수 있었을 터인데……하는 때늦은 후회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한비야 씨는 개인 사정상 49일 만에 종단 하였고, 김남희 씨는 29일 만에 걸었기에, 난 김남희 씨 루트를 따라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김남희 씨가 묵은 곳에 가면 반드시 민박 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막상 가서 보면, 손님이 없어 폐업한 곳도, 동절기라 문 닫은 곳도 있어서 많이 당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걷는 길은 정식 트래킹 코스가 아니므로 리본, 화살표시 등, 길 표식이 없는 '국도 길' 을 걸으므로 스마트 폰의 내비게이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걸은 거리를 계산할 때는 정말 유용 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국내외 트래킹 코스 10,000여km를 걸었습니다만, 이번 국토종단은 여타 길과는 여러모로 특이 했습니다.

우선 전 여정 동안 나 이외에 걷는 사람을 한 사람도 못 만났고, '삼남 길' 2-3km, 문경새재 6km와 '해파랑 길' 10여 km를 제외하면 전 구간이 아스팔트 길이었습니다.

아침, 점심은 식당에서 거의 못 먹었으며 매일 숙박업소 찾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95% 이상이 '국도 길'을 걷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이 상존 하였고, 특히 짙은 안개 속에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 시점인 '여원 재'를 올라갈 때, 800m의 긴 '호계 터널'을 통과할 때, 차량 왕래가 빈번한 약 1km의 '국도길' 을 우측 통행 할 때의 공포감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오싹하고 아찔한 순간 들이었습니다.

매번 장기 도보시 마다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만, 이번 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해남 송호 마을의 기사 식당 아주머니께서, '장거리 도보 한다'는 말에 7,000원 짜리 정식을 굳이 1,000원 깎아 주신 일, 해남 송호 마을에서 잘 곳이 없어 지친 몸으로 두 시간 더 걸어 가야 하는 딱한 사정을 듣고는 자신의 집에 데려가서, 숙박비는 물론 점심, 저녁, 다음 날 아침까지 무료로 제공해 주신 마음이 따뜻하고 고마우신 강 선생님, 강진에서 쉬면서 스틱을 놔둔 채 걷던 중, 한 시간 만에야 분실 사실을 알고 찾기를 포기 하였는데 경찰관이 가던 길을 되 돌아가서 찾아 갖다 주신 일, 강원도 평창군 병내리 마지막 민박 집에서 숙박을 못하면 20여km를 더 가야하는데, 힘이 부쳐서 도저히 더 갈수 없는 형편에서, 내 사정을 듣고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흔쾌히 '혼자 들어가서 쉬고 있으라' 하시고는 고소리 물 2리터,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을 무료로 제공해 주신 '안개 잔이 농장 민박집' 사장님과 사모님등…….

이 처럼 28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 숱한 사연들을 겪었으나 다행히도 물집 한 번 안 생기고 아무런 육체적 고통과 조그만 사고도 없이 완주하게 된 것은, 그간 수시로 전화나 문자로  격려와 응원을 해 주신 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덕택 이라고 생각 합니다.

 마지막 날,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이름의 열차처럼 나 역시 북한의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까지 계속 걷고 싶었지만, 가로막힌 철조망 때문에 더 이상 갈수 없음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언젠가 통일이 되는 날, 최남단 해남 땅끝 마을에서 최북단 온성 땅끝 마을까지 완전한 국토 종단을 하고 싶습니다.

 분명코 그런 날이 머지 않아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제 다음 장기 트래킹 코스는 어디가 될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마음이 요동칩니다.

 
 날짜 별  걸은 거리와  쓴 돈

 

일차(지역)

일자(요일)

구간

거리

누적거리

오늘 쓴돈

쓴돈 누계

1(전남)

2013.3.4.()

전남 해남땅끝마을-송호마을

5km

 

61,000

61,000

2(전남)

35()

송호마을-서홍마을

25km

30km

31,000

92,000

3(전남)

36()

서홍마을-송천마을

35km

65km

5,000

 

97,000

 

4(전남)

37()

송천마을-강진

22km

87km

15,100

112,100

5(전남)

38

()

강진-장동면

31.5km

118.5km

 

57.700

 

169.800

6(전남)

39()

장동면-벌교

39km

157.5km

 

50.500

220,300

7(전남)

310()

벌교-송광사

26.5km

184km

43,200

263,500

8(전남)

311()

송광사-압록2

36km

220km

49,000

312,000

9(전북)

312()

압록2-전북 남원

31km

251km

44,700

357,200

10(전북)

313()

남원시-인월

26km

277km

45,000

402,200

11(경남)

314()

인월-경남 안의면

32km

309km

46,200

448,400

12(전북)

315()

안의면-전북 원삼거리

38km

347km

41,000

489,400

13(충북)

316()

원삼거리-충북 조동면

31.5km

378.5km

 

43,900

533,300

14(충북)

317()

조동면-황간

 

 

31.5km

410km

38,500

 

571.800

 

15(경북)

318()

황간-경북 상주시 대포리

22km

432km

41,500

613,300

16(경북)

319()

대포리-농암리

 

 

26km

 

 

 

458km

37,500

650,800

17(충북)

320()

농암리-충북 수안보

43km

501km

29,000

679,800

18(충북)

321()

수안보-수산면 자드락

38km

539km

3,000

682,800

19(충북)

322()

자드락 마을-제천시

37km

576km

 

47,000

729,800

20(강원)

323()

제천시-

강원 평창군 판운리

32km

608km

40,000

769,800

21(강원)

324()

판운리-대화리

29km

637km

39,000

 

808,800

22(강원)

325()

대화리-하진부

31km

668km

43,000

851,800

23 (강 원)

326()

 

하진부-병내리

21km

689km

38,000

889,800

24(강원)

327()

 

병내리-강릉시 주문진

36km

 

725km

 

41,000

 

930,800

25(강원)

328()

주문진-양양군 동호리

27km

752km

46,800

971,600

26(강원)

329()

동호리-고성군 봉토리

27km

779km

62,000

1,031,600

27(강원)

330()

봉토리-거진

30km

809km

46,000

1,049,000

28 (강원)

331()

거진-통일 전망대

12km

821km

31,000

1.080,000

 

초록색은 한비야씨의 루트, 황색은 김남희 씨의 루트 - 첫 3일간은 '삼남 '길을, 상원사 직전 까지는 김남희 씨의 루트로, 그 후 이틀은 제가 정한 루트로, 그 후는 다시 김남희 씨가 걸은 코스로 다녔습니다.

황당한 일을 두번 씩이나~(1일 째:2013.3.4)  2013년 국토종단  

*오늘 일정: 제주~완도(카페리)~해남(금호고속) ~땅끝 마을(버스)~송호 마을(도보)
*걸은 거리: 5km
*걸은 시간: 1시간 20분(2시 40분~오후 4시)
*오늘 쓴돈: 61.000원
-뱃삯: 21.300원(제주-완도:08:20-11:30)
-택시: 2.800원(부두-버스 터미널:11:30-11:40)
-점심: 7.000원(터미널 앞 기사식당)
-버스: 5.100원(해남-땅끝 마을:13:50-14:35)
 -숙박: 25.000원(송호 모텔)

-(첫날 부터 황당한 일이 두 번이나 발생)
완도항에서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에 내려 해남 행 시간표를 보니 12시 30분에  출발 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른 벽에 붙여진 시간표도 확인 하였으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터미널 길 건너 기사 식당에서 12시 15분 까지 식사를 하고 여유롭게 12시 20분에 터미널에 도착하니, 막 출발 하려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달려 가서 “이 차가 땅 끝 가는 버스냐”니까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터미널 안의 시간표는……???틀린 시간표 였던 것입니다.

1분만 늦었어도 차를 놓칠뻔 한 상황이었습니다. 다음은, 오후 1시에 해남에 도착, 땅 끝 마을로 가는 버스 시간표를 보니 오후 1시  50분,  50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터미널 안의 휴게실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다가 자리를 옮겨 TV를 시청하며 휴식을 취 하였습니다. 출발 시간이 되어 버스표를 내려니 버스표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차는 출발 하기 위해 이미 시동을 건 상태이고...이때 버스표를 검사하던 직원이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하였습니다.

“혹시 저 의자에 앉은 적이 있습니까?” 하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조금 전에 어떤 손님이 저 자리에서 이 표를 주워서 가져 왔다"고 하면서 내게 표를 내미는 게 아닌가...?도보를 시작도 하기 전에 두 번의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긴장이 풀린 탓이리라....내일부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오늘 같은 황당한 일이 발생 하지 않도록 해야 겠다고 굳게 다짐해 봅니다. 출발지에 보니 '삼남 길'이란 표식과 함께 설명이 있었습니다.

'삼남 길'은 조선시대의 유배의 길로 한양에서 해남을 거쳐 제주 관덕정에 이르는  길을 말합니다. 코오롱 스포츠가 '해남에서 서울까지 500km의 '삼남 길''을 개척 중인데, 현재는 해남 땅끝 탑에서 강진 누릿재 구간 까지 90km만 조성 되었기에 강진 까지는 '삼남 길'을 걷기로 하였습니다. 헌데 문제는 코스 표시와 시작점, 끝나는 지점만 있을 뿐, 숙박 시설 및 식당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하자!!

 원래 계획은 땅 끝에서 1박한 후 내일부터 걸을 예정 이었으나, 땅끝 도착 시간이 오후 2시 40분 밖에 안 되므로 다음 숙박시설이 있는 곳 까지 걷기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송호 마을의 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삼남 길' 1코스 종점인 통호리로 가기 위해 마을을 벗어 나서 길 가에서 쉬고 있으니 마을 주민이 지나 갔습니다.

“통호리 까지 가는 동안 숙박 시설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없다" 고 합니다. 통호리 까지 남은 거리는 12km로, 거리도 거리지만 산 길이라 더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해수욕장 마을로 되돌아 왔습니다. 몇 군데 모텔과 민박집을 전화 해보니 숙박비가 35,000~40,000원 수준이습니다. 계속해서 저렴한 곳을 수소문 하다가 드디어 착한 가격의 모텔을 찾았습니다.

해남 땅 끝 마을의 땅 끝에서의 인증샷~

땅끝 탑

전라도 인심에 감동을~(2일 째:2013.3.5)  2013년 국토종단  

​​*걸은 구간: 전남 해남군-송호 마을-서홍 마을
*걸은 거리:25km
*누적 거리:30km
*걸은 시간:8시간 10분(6시50분~오후1시)
*오늘 쓴 돈::31,000원
 -아침:6.000원(백반)
-저녁:5,000원
 -숙박:20.000원
 -점심은 제주에서 가져온 빵과 한라봉으로~

-4시에 기상하여 스트레칭과 반신욕을 한 후, 6시에 모텔에서 약 200m 떨어진 기사식당으로 갔더니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어제 들은 얘기로는 분명히 6시에 문을 연다고 했기에 아무런 음식 준비도 안 했는데…….그냥 문 열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 입장이라 머리에 헤드랜턴을 끼고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을을 벗어나기 직전, 뒤 돌아보니 그때서야 식당에 불이 켜집니다.
 
다시 되 돌아가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7,000원 짜리 정식(백반)인데 역시 전라도 음식답게 맛깔스런 반찬이 많이 나왔습니다.

제주에선 정식 1인분은 팔지도 않는데~~

식사를 하며 주인과 얘기 끝에 국토종단 중이라고 하였더니 계산할 때 굳이 천원을 깎아 주셨습니다.

7,000원 짜리 음식 값에서 1,000원 할인, 따뜻하고 훈훈한 인심에 진한 감동을 받습니다.

​오후 3시에 서홍리에 도착하니 숙소가 없었습니다.

6km 떨어진 남창리로 가다가 만난 할머니께서 자신을 따라 오라며 교회 수양관이라는 곳에 데리고 갔습니다. 한 여름엔 민박집으로도 이용하는데 그 외 계절엔 손님이 한 사람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 혼자만을 위해 난방을 하려니 미안한 감이 들어 자청해서, 5년 째 이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와 같이 잤습니다. 어제, 오늘 '삼남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흙길과 해안 길을 따라 걸으므로 너무 좋습니다.  다만 흠이 한 가지 있다면, 코스 종료 지점에 숙박 시설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늘은 다행히 교회에서 잠을 자지만 내일은 어떨지 ...???

허나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 해결 하면 되니까~

6,000원 짜리 아침에 진한 감동을 ~

반찬 가지수가 무려 14개나 되는 본동 기사 식당의 7.000원 짜리 정식, 역시 음식은 전라도가 단연 최고!!!

음식 인심도 전라도가 최고!!!

​꼬불꼬불 아리랑 고개를 넘어 마련리로 갑니다

예쁜 호수 길도 지납니다~

새파란 보리 밭을 보니 봄은 봄인가 봅니다.

지붕 모양이 어쩜 저리 예쁠까???
걸어 가시던 할머니와의 대화
안녕하세요?- 어디가요?- 통호리 갑니다-저 쪽 길로 해서...
할머니는 어디 가시는 길에요?-응, 난 딸이 택배를 보냈다고 해서
-정정 하시네요- 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이제부턴 해안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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