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만종>을 보면 누구나가 두손을 모우고 기원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자연의 숭고한 은혜 속에 하루 농사 일을 마친 달성감에서 기도하는 노을 속의 부부상은 기도의 원점을 보는 것 같다.

"작품 앞에서 두손 모우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무척 기쁩니다."
겸손해 하면서도 타마노 세이조<玉野 勢三. 59> 씨는 부인 미유키<美雪> 씨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 6월 18일부터 6월 24일까지 오사카 중앙구 난바 타카시미야<高島屋>백화점 6층 미술화랑에서 <타마노 세이조 칸시쓰:乾漆조각전>이 열렸다. 약 35점이 전시된 작품 테마는 <어미니와 아이:하하토 코. 母と子>였다.

채 걸음마도 못하는 갓난 아기를 품에 안은 젊은 어머니의 모습, "자비" "따뜻함" "사랑의 모습" 등과 아기를 양손에 떠받든 "넓은 하늘로"의 작품들은 모성애의 극치였다.

"조각은 정면만이 아니고 옆 얼굴이나 뒷 모습, 아이의 손끝이나 발바닥까지 어디서 보아도 정면입니다. 얼굴 표정도 보는 시선의 각도에 따라 미소를 짓거나 세침데거나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처럼 많은 변화를 이르킵니다. 조각의 즐거움과 훌륭함입니다."

"저는 <아이. 코도모:子供>를 모티프로 제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네 자녀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나누는 일상생활의 정 속에서 작품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제각기의 테마 속에 표현된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의 동심 세계를 즐길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아이들의 순진하고 티 없는 모습, 일상적인 사랑이 넘치는 모자상 속의 어미니 표정. 흔하고 당연한 어머니와 아이들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사랑의 세계를 표현해 왔습니다."

조각은 정면만이 정면이 아니라 보는 시각이 위치가 바로 정면이라는 말의 신선함 속에 모자상과 동자상 등의 세밀함에는 사랑이 넘치고 있었다.

자연과 노동과 부부애의 대상으로서 밀레의 <만종>에 기도하고 싶다면 모자상의 사랑과 가족애가 넘치는 이 작품들 앞에서는 그 사랑에 기도하고 싶었다.

작품들을 보면서 <건칠 조각전>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건칠이라면 한자 뜻 그대로 옻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말린 것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작품은 모두 금속으로 제작한 것 같은데 <건칠 조각전>이란 무슨 뜻입니까?"

"아, 그렇습니까." 타마노 씨가 웃으면서 설명을 했다.
"이 작품들을 보고 금속제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이것은 금속이 아니고 점토와 석고와 삼베로 만들었습니다. 건칠은 숫돌 가루와 같이 섞어서 칠했습니다."

<작품을 손으로 만지지 마십시오.>라는 주의서가 써 있는데 타마노 씨가 들어보라면서 작품 하나를 필자에게 주었다. 작품을 든 나는 놀랬다. 작품이 아주 가벼우면서도 견고했다.

"가벼워서 놀랐을 것입니다. 조각 안에 있는 점토는 도려내기 때문에 더욱 가볍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검게 보이던 작품이 시일이 갈수록 나무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색입니다."

전시장에는 제작 과정을 촬영한 20분의 비데오가 있었다. 작품 이미지를 그린 데생으로부터 작품 완성까지의 과정을 여성의 자세한 내레이션으로 필자와 같은 문외한도 쉽게 알 수 있는 시청각 자료였다.

"창작 과정이 많은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부인께서도 그 사이 도우십니까?"
"네. 가끔 거들어 주기도 합니다. 아, 이 비데오의 내레이션이 바로 마누라입니다."

6년 전에 수록한 비데오라는데 전문 여성 못지 않은 고운 목소리로 설득력 있는 내레이션이었는데 끈끈한 부부애를 느낄 수 있엇다.

<건칠 조각전>이라는 생소한 단어 의미를 알기 위해 필자는 인터넷에서 조사해 보았다.
2008년 5월 한국의 <문화유산 발굴조사단> 임석규 씨의 <한국 건칠불상의 광학적 조사연구제1회 학술세미나 한국의 사찰문화재>가 있었다.

제작 과정은 타마노 씨의 석고 이용을 제외하면 비슷하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건칠불에 대한 자료는 지극히 빈약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우리나라 건칠불은 약 15구에 이른다.

아직 전국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건칠불상이 확인되리라 기대되지만 건칠불을 확인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현재 사찰에 봉안된 불상들은 대부분 두터운 금박을 입혀 놓아서 육안 조사만으로는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건칠불만의 문제가 아니고, 목불이나 소조불 같은 다른 재료의 불상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지금까지 우리니라 건칠불상의 제작기법에 관한 연구는 거의 시도된 적이 없다.

최근 본격적으로 건칠불상을 연구한 학위논문이 발표되었지만 제작기법보다는 제작 배경이나 작품을 밝히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계종 문화유산발굴단에서는 2003년부터 일부 중요문화제에 한해 비파괴 광학조사를 실시해 오고 있다. 그중 특히 건칠불상에 대해서는 엑스선 조사를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10구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이상이 발췌문이지만 6년 전이었으니까 더욱 진진되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는 불상만이 아니고 타마노 씨와 같이 현대 조각에도 건칠 조각이 응용되고 있는데 한국은 많이 늦은 감이 있었다.

한국의 건칠 조각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타마노 씨가 필자에게 조사해서 알려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그는 <제주.일본신화 미술교류전>에는 언제나 참가한다고 들려주었다.

한국에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방문했는데 그중 제주에는 상기 미술전을 겸해서 네 차례나 방문했다고 하는데 이번 교류전에서의 재회도 무척 즐겁게 기다린다고 한다.

오는 7월 4일부터 7월 8일까지 <제5회 제주.일본신화 미술교류전>이 일본 톳토리현<鳥取縣> 요나고<米子>시에서 열린다면서 제주에서 오는 화가들을 마중하러 오사카 칸사이공항에 자기도 간다고 했다.

이 교류전은 제주와 일본에서 번갈아 개최하는데 제주에서 열린 때에는 조각작품은 출품할 수 없으니까 타마노씨는 두 아이가 말에 탄 입체화를 출품했었다.

<제1회 제주.일본신화 미술교류전>은 오사카 민단본부에 있는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2009년 7월 10일 열렸었는데 필자도 참관해서 제주투데이에 동월 12일 날 기사를 썼었다.

이번에는 오사카에서도 아주 떨어진 한국 동해 쪽에 있는 요나고시여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즈모신화의 발상지인 톳토리현에서 개최하게 되었다면서 7월 6일에는 요나고시립공회당에서 <제주와 일본의 신화를 말한다>라는 포럼도 갖는다.

제주에서는 홍진숙, 고영만, 김연숙, 강술생, 강동균, 소희진, 이승민, 최선경, 박금옥, 송창훈, 조윤득, 고경화, 박지혜, 유종욱,  조이영 화가 15명이 참가 예정이고, 일본에서는 김석출씨 등의 동포와 타마노 세이조, 고나타 이키 화가 등 44명이 참가 예정이다.

그는 제주와의 교류만이 아니고 김석출 동포화가들의 소개로 서울과 다른 저역의 화가들가도 적극적으로 교류를 나누고 있다.

최근 필자가 아는 것만도 두 건이 있었다. 경기도에 사는 화가 두 사람이 오사카에서 제각기 개인전을 열기 위해 왔을 때 공항 마중은 물론 자기 집에 초대해서 부인이 만든 요리를 직접 대접하고 머물게 하여 온천까지 안내하곤 했다.

같은 한국인인 재일동포도 좀처럼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한국어 수강을 위해서 동포 아동작가 고정자 씨가 운영하는 <콩나물 아카데미>에도 나와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의 앞에는 혐한이나 겸한, 한국 때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타마노 세이조 씨는 오사카 출신이며 아이치현<愛知縣>립 예술대학과 동대학원연수과 졸업.
고교 재학시부터 각지 미술전 입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1991년부터 현재까지 약 40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몇권의 <타마노 세이조의 조각> 사진집도 출판. 일본 전국 각지에 그의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다.

부인 타마노 미유키 씨와의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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