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 (4)

#9일째 심청이의 고향에서 춘향이의 고향으로~

*걸은 구간:전남 압록 2리~전북 남원시
*걸은 거리:31km
*누적 거리:251km
*걸은 시간:8시간 40분 (7시~오후 3시 40분)
*오늘 쓴 돈:44,700원
-우유, 삶은 계란, 빵, 물:6.700원
-저녁:8.000원
-숙박:30.000원(삼익모텔) 
-심청이의 고향, 전남 곡성에서 춘향이의 고향, 전북 남원으로 넘어왔습니다. 보성강과 섬진강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날씨도 좋고 경관도 예쁜, 강둑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를 걸으니 훨씬 덜 피곤해서 발 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어제, 그젠 숙소땜에 애를 먹었었는데 오늘은 고진감래라고 숙박업소가 아주 산뜻하였습니다. ​​

허름한 내 행색을 보고는 선뜻 5.000원을 깎아 주셨습니다.

냉장고 안엔 비타민 500과 생수가 각기 두 병씩에, 믹스 커피도 있었습니다. 웬 횡재???

 바지가 너무 더러워 내복 ,양말, 장갑, 티와 함께 빨아서는 방바닥에 널어놓았습니다.

처음 4-5일 간은 고질병인 오른 발 엄지발가락에서 계속 피가 나오고 멈추고 하더니 이젠 괜찮습니다.

수 년간 고질병으로 고생 하다가 장기 도보만 나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병이 깨끗이 낫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마음이 행복하고 신경과 관심을, 온통 걷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낫는 게 아닐까하는 막연한 추측만 할 따름입니다.

아름다운 섬진강 기차 마을 가정 역

섬진강을 따라 한창 건설 중인 자전거 도로~
-완성된 도로는 1km 정도, 거리가 너무 짧아 아쉽습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보성강의 아름다운 모습~

예쁜 강변을 따라 계속 자전거 도로가 건설 중이네요~~

남원의 명물 추어탕 식당 가 입니다.

8일 간의 전남 길 도보를 마치고 드디어 전북 남원에 도착 했네요~

숙소에 도착하면 매일 빨래를 하지만, 바지는 오늘 처음 빨았습니다.

#10일째 나도 놀라고 기사도 놀라고~

*걸은 구간:전북 남원시~인월
*걸은 거리:26km
*누적 거리:277km
*걸은 시간:7시간 55분 (7시 20분~오후 3시 15분)
*오늘 쓴 돈:45,000원
- 점심:6,000원(두부 찌개)
-사과:5,000원
-숙박:28,000원(모텔)
-저녁:6,000원(백반~기사식당)
-눈을 뜨니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의를 착용 하고 밖을 나섰습니다. 이백 마을을 지날 때 쯤엔 비가 개이고 안개가 잔뜩 끼어 시정이 20여m도 채 안 되었습니다. 구름 운, 봉우리 봉~ 마을이름 '운봉'이 가리키듯, 이백 마을부터 운봉까지 가는 길목의 여운재 까지는 근 세 시간가량  480여m의 고지를 계속 올라 가는 오르막 길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급커브가 많아서, 손으로 헤드 랜턴을 들고 전방에 신경을 바짝 세우고 걸었습니다.

커브를 돌 때 갑자기 차가 나타나면, 나도 놀라고 차 안의 기사도 놀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6년여 동안 10.000여km 이상 국내외 트래킹 코스를 걸었는데, 오늘처럼 위험을 느끼며 걸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하긴 이번 '국토종단 길'은 트래킹 코스는 아니지만~~

드디어 이제부터 안개가 서서히 덮쳐 오기 시작 합니다. 공포의 안개가~ 이런 커브 길에선 나도 놀라고 기사도 놀라고~

그나마 헤드랜턴이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오아시스 발견
-너무 피곤하고 발바닥이 아파 도저히 더 걸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쉴 만한 곳을 찾던 중 길가에서 5m 떨어진 곳에 가족 묘 비석이 보였습니다.

짙은 안개 비 때문에 비록 양말은 못 벗었지만 신발 끈을 느슨하게 하고 간식을 먹으니 한결 낫습니다.

나중에 보니 그 곳에서 20여m도 채 안된 거리에 여원재의 정상이 나타나고 버스 승강장 쉼터도 있었는데~

#11일째 흥부전의 도시 함양으로~
걸은 구간: 전북 인월-경남 안의면
*걸은 거리:32km
*누적 거리:309km
*걸은 시간:8시간 50분(6시 50분~오후 3시 40분)
*오늘 쓴 돈:46,200원
-아침, 점심:6,200원
-저녁:10,000원(갈비탕)
-숙소:30,000원(운성모텔)
~어제부터 콧물이 계속 나왔습니다.

 어제 저녁에 이어 오늘 아침도 새벽 5시에 눈 뜨자마자 반신욕을 했더니 한결 나은 것 같습니다.

 모텔이나 여관이라고 다 욕조가 있는 게 아니므로 욕조가 있는 곳을 만나면 대박을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처음 출발시에는 눈비로 조금 쌀쌀 하였으나, 2시간 후 부터는 걷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오후 2시부턴 발바닥이 약간 아파오기에 수시로 쉬면서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옛날 김삿갓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봇짐에다 마을에서 구한 고구마, 감자, 주먹밥에 물 한 통을 넣고, 죽장에 삿갓 쓰고 터벅터벅 정처 없이 걸었을 것입니다. 나와 별 다를바 없지만, 난 정처가 있고 시멘트 길을 걷는데 반해 그 당시는 시멘트 길이 아니기에,  걷는데도 훨씬 편하고 운치도 한결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 예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어느 집 마당
-함양 어느 집 마당에 산수유가  꽃을 피웠습니다.
가로수를 산수유 나무로 심은 마을도 있었습니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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