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하여 사목활동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교황의 말 한마디나 몸짓 하나가 화제요 뉴스거리다.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나 감동스토리 때문만은 아니다. 더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겸손함과 있는 그대로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소박함과 소탈함, 거기에다 지치고 힘들고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로하고 감싸 안는 진심어린 사랑의 실천이 사람들의 마음에 징소리 같은 울림으로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한국에 첫발을 디딘 후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평화와 정의와 희망’을 이야기 했다. 청와대 환영식 연설을 통해서다.

교황은 박대통령과 회담 후 가진 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했다.
“정의는 상호 존중과 이해와 화해의 토대위에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평화·일치로 상징되는 ‘희망의 목표’를 향해 좌절하지 말자는 뜻도 이야기했다.
“한국의 평화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마음에 절실한 대의(大義)”라고도 했다.

교황은 또 “점점 세계화 되는 세상에서 공동선과 진보의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긍극적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 후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자유주의와 경제만능주의 폐해에 일침을 가하고 결국은 ‘사람중심, 사람이 대의(大義)’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 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억 전 세계 가톨릭의 지도자이지만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세계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가난한 이의 벗’, ‘겸손의 성자’, ‘아픈 이의 위로자’ 등등 교황에게 바치는 사랑의 헌사는 많다.
교황에 대한 존경과 찬사는 단지 ‘교황’이라는 직위와 호칭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종교와 인종과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어 가장 낮은 자세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삶을 실천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4박5일간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각계각층의 갈등과 분열, 반목과 질시, 가난과 소외로 상처받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서로 서로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난친 욕심일 것인가.

다만 경계해야 할 일은 교황의 말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소속 계층에 따라 자의적으로 자기들이 유리하게 해석하는 일이다. 아전 인수식 자의적 해석은 교황이 전하는 정의와 평화의 실현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의 씨앗일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교황의 언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교황의 메시지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정의를 독점하려 하거나 평화와 화해를 정치적 레토릭이나 정치적 짜깁기로 악용 하려다가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정국’에서 교황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에 보냈던 ‘가슴 아프다’는 메시지를 침소봉대하여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다.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에 보내는 메시지는 위로와 마음의 치유다.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여 유가족의 한과 아픈 마음을 치유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이 정의실현을 통해 평화를 얻어내야 한다는 말을 전한 것도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교황이 말한 정의는 상호존중과 이해와 화해의 토대위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상호 존중과 이해, 이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평화를 일구어 내라는 것’이 교황이 한국방문에서 전하는 메시지다.


물론 이런 가치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자기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약한‘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데서 정의가 싹트고 평화가 실현된다는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확실한 사회사목 메시지인 것이다.

징소리 같은 울림으로 다가서는 교황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냥 심상히 흘려버릴 수 없는 깊고 오묘한 뜻이 담겨있다.
한국방문길에 모두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선물인 것이다. 깊이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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