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인 현직 검사장이 대로변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전 제주지검장은 현직이던 지난 13일 오전 1시경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소방서 인근 한 분식점 앞에서 체포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는 12일 밤 11시 58분경 “대로변에서 한 남성이 성기를 드러내놓고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 2명이 순찰차를 타고 현장에 출동했다.

여고생 A양(18)이 귀가하다가 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린 채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아저씨가 00행위를 있다”고 신고했다.
A양은 이 남성이 “대로변에 있는 분식집 주변에서 10분가량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차가 출동하자 분식집 옥외 테이블에 앉았던 이 남성은 급하게 일어서 빠른 걸음으로 현장에서 벗어나려 했고 경찰은 이를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해 검거했다.
현직 검사장이 ‘공연음란 혐의’의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순간이었다. 그가 바로 김수창 제주지검장이었다.

김 검사장은 13일 0시 45분경 오라지구대로 연행됐지만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신원확인도 거부했다.
‘성명불상 현행범’으로 경찰서로 인계돼 유치장 입감직전에는 동생 이름을 대며 자신을 숨겼다.
지문조회 결과 사실과 다르게 나타나자 그때야 ‘김수창’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그때까지도 경찰은 ‘김수창’이 제주지검장인 사실을 몰랐다.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 특별수사대의 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11시 30분경 귀가한 김지검장은 14일 오라지구대에 자신의 운전기사를 통해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서를 냈다.

그런데 여기서 운전기사와 경찰관 사이에 크게 실랑이가 있었고 경찰은 운전기사를 모욕죄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기사가 검찰직원으로 드러났고 인터넷 검색으로 ‘김수창’이 제주지검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악화되자 김지검장은 17일 서울 고검기자실에서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완강한 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혐의 부인 발언들이 속속 거짓말로 드러나고 초기 대응역시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CCTV영상은 그의 ‘공연음란 혐의’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심증을 굳힐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있다.

김지검장이 대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날 밤에 김지검장과 비슷한 남성이 여성의 뒤를 쫓아가는 듯한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체포되기 약 1시간 50분 전, 체포된 장소인 제주시이도이동 제주소방서 인근분식집에서 150m 떨어진 건물 내·외부 영상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해 공개했다. 8월12일밤 10시10분22초에서 10시 11분 26초까지 1분4초 분량이다. CCTV 4대가 비추는 장면이 한 화면에 나타났다.

화면에는 분홍색 윗옷을 입은 여성과 짙은 상의에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여성 2명이 건물 1층 출입구를 열고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그 뒤를 짙은 녹색 티셔츠에 흰바지를 입고 머리가 약간 벗겨진 김검사장과 거의 비슷한 용모의 남성이 따라 들어온다.

1층 복도를 걸어가던 두 여성은 화장실 앞에서 문이 잠겨있자 돌아섰다.
이들을 뒤따라가던 남성은 이들을 흘깃 쳐다본 뒤 지나쳐 반대편 출입구로 나갔다.

이어 건물 밖으로 나온 남성의 모습이 잡혔다. 그는 유리로 된 출입문 안쪽 건물 내부를 살피는 듯 계속 뒤를 돌아보다가 오른 쪽으로 사라졌다.

남성이 사라진 방향은 김검사장이 체포된 분식집과 관사가 있는 쪽이다. CCTV에 잡힌 남성은 옷차림은 물론 육안으로 보기에도 김검사장과 흡사하다.

그동안 김검사장은 사건 당일 행적에 대해 “저녁 식사를 한 뒤 멀리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분식집 옥외 테이블에 앉아 쉬고 있었다”고 해명해 왔다.

CCTV속 남성이 김검사장이라면 그날 오후 늦게 분식집과 관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었던 셈이다.
“멀리 산책을 했다”는 해명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9일 “CCTV에 음란행위라고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장면이 잡혔다” 고 밝혔다. 사건 당일인 12일 밤 11시 58분 직전에 찍힌 CCTV다.
바지 지퍼는 열려 있었으나 성기노출여부는 얘기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시간대의 CCTV에는 남성 한 명만 나온다“고도 했다.

경찰은 체포당일 소지품 검사에서 김검사장 바지주머니에서 베이비 로션을 찾아냈으나 촬영 뒤 돌려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출동과 사건초기 김지검장의 대응, 경찰수사과정과 법무부의 사표수리 면직 처분, CCTV영상자료 등을 종합해 볼 때 김지검장의 “음란행위 혐의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우선 혐의가 없고 떳떳했다면 출동 경찰관에게 당당히 신분을 밝히고 경찰에 협조하고 지원하는 것이 순리다. 그가 봤다는 남성을 찾는 일에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러질 안했다. 지구대에 와서는 동생 이름까지 팔며 신분을 속였다. 비겁하기도 했거니와 혐의를 짙게 하는 행위다.
“검찰에 누가 될까봐”, “검·경 갈등이 염려되어서” 운운은 국면을 모면하거나 호도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사건현장 인근 분식집 옥외 테이블에 한 남자가 앉았다가 바지를 올리며 가는 것을 봤다는 김검사장의 말도 CCTV를 근거로 한다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순전히 거짓말 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CCTV에는 남성 한 명만 나올 뿐”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황당하게 봉변을 당해 정말 억울한 누명을 썼다”면 자신과 검찰조직의 명예를 위해서도 사표를 제출하지 말아야 했다.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성도착증 환자이거나 변태 성욕자의 변태”라는 모욕적이고 입에 담기 부끄러운 비난과 막말이 쏟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사표제출 하루도 안돼 즉각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처분을 한 것은 김검사장의 혐의를 인정하고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과 부정적 시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발 빠른 꼬리자르기가 문제해결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실여부에 따라 상응한 조치와 책임을 지는 것이 옳은 처방이다.

파면을 시키든, 해임을 하든, 아니면 직을 수행토록 하든 그것은 경찰 수사 결과 후에 해도 늦은 일이 아닌 것이다.
면직으로 면죄부를 주고 꼬리자르기로 국면을 호도하려 한다면 검찰은 또 다시 제 식구 감싸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는 국민적 불신과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말 부끄럽고 창피하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법과 양심에 따라 범죄를 다스리고 판결을 한다는 검사와 판사, 이번 기회에 법조문에만 코를 박고 살아가면서 사회성도 없고 인성이 마비되고 비윤리적이기까지 한 엽기적 법조 구성원들을 가려내는 혁명적 수준의 사법 대 수술에 임해야 할 것이다.

김수창전제주지검장만이 법조의 물을 흐리게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 말 그대로의 엽기적 일탈을 했던 판검사가 얼마나 국민을 놀라게 하고 분노케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