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갈등’ 해소에 의미 있는 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희망의 빛이다. “갈등구조 8년만의 추석선물”이라는 성급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원희룡제주도지사와 강정마을회 회장·제주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장 등이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하 강정해군기지) 추진 과정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사실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원지사는 2일 “강정해군기지 추진 과정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는 진상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지사는 이에 앞서 1일 오후 도청에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고권일 제주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 등 마을 회장단 5명과 면담했다.

마을회장단은 이날 면담에서 원지사가 이미 제안 했던 ‘강정마을 주도의 진상조사’에 대해 일단 공감을 표하고 진정성 있는 도의 지원을 요청했다,

마을회 조경철 회장은 “마을 주도의 진상조사는 강정마을의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마을회 간부들은 원활한 진상조사를 위해 진정성 있는 진상조사 지원, 강정마을 주변 지역 발전계획 사업 중지 및 2015년도 관련예산 편성 유보, 제주도정의 일상 사업을 발전계획과 분리 운영, 강정주민과의 대화 마련 등을 건의했다.

이에 원지사는 “진정성을 갖고 진상조사가 제대로 진행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마을회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전면 수용했다.

이에 따라 도는 마을주민들이 마을 총회를 열어 원지사의 견해를 수용하면 진상조사에 필요한 조례나 훈령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 내용은 해군기지 유치 당시 마을총회의 적절성 여부, 환경영향평가의 진정성 여부, 절대보전지역 해제의 적절성 여부 등이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원지사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해군기지 최초 입지 선정과정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공개적인 사과와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정해군기지건설로 인한 갈등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촉발됐다.
지난 2006년 5월 정부에서 해군전략기지 강행방침을 세웠고 2007년 2월 당시 한명숙 총리가 ‘제주해군기지는 군사전략상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후 같은 해 6월 강정마을 유치결정을 내리면서다.

2007년 5월 18일 강정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이때부터 해군기지는 8년간 제주지역에 찬·반 논란과 주민갈등과 분열을 야기해온 제주최대 갈등구조 현안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원지사와 마을회·해군기지반대대책위간의 ‘진상조사’ 합의는 지난 8년의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화해와 통합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적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의미 있는 진전인 셈이다.

갈등해소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기에 원희룡지사와 강정마을회는 그들의 다짐대로 진정성과 신뢰를 갖고 진상조사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해야 한다.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판단과 소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조사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작은 부분에 연연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통 크게 화끈하게 화해와 통합의 문을 활짝 여는 일이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나 조사방법 조사결과에 대한 처리 등을 논의함에 있어 논의 상대를 인정하고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에 깔아야 한다.

외부의 입김이나 강경세력에 의해 조사행위가 방해 받거나 조사 방향이 왜곡되는 현상은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마을회가 주도권을 잃게 되면 외부세력이 개입하게 되고 이들의 편견과 이념적 진영논리에 따라 더 큰 갈등과 분열을 야기 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진상조사에 앞서 이른바 외부 시위 꾼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돼 강정마을에 상주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강경외부세력이 철수되어야 한다.

찬·반 어느 쪽도 진상조사와 그 과정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진상조사의 왜곡현상으로 인한 더 큰 화가 닥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상조사를 마칠 때까지는 찬·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종교행사나 각종 문화행사 퍼포먼스 등도 자제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

진상조사의 성공여부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이 같은 외부세력의 입김이나 영향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상조사 준비과정이나 진상조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점 거듭 거듭 되새겨야 할 일인 것이다.

진상조사는 흥정이 대상이 아니다. 협상의 과정일 수도 없다.
사실대로 파악하고 편견 없이 사실대로 밝히는 일이다. 진영논리나 욕심, 감정이 개입해서는 아니 되는 이유다.

도는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수단과 역량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진상조사 과정이나 결과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오랜만에 원지사가 보람된 일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정해군기지 추진 과정의 진상조사에 합의한 원지사와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고권일 제주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등이 수고 했다는 소리도 있다. “신뢰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고도 한다. “참으로 잘했다“는 환영일색은 짐이자 보람일 수도 있다.

첫걸음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도민적 기대에 실망을 주지 말아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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