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뉴스와 함께 보도하는 일기예보는 일본열도를 중심으로 한반도는 물론 중국대륙까지 포함한 기상도 속에서 설명을 하는데 그 중심에 언제나 제주도가 있다.

그 속의 제주도는 잘 여문 콩알처럼 망망대해에 울고 싶도록 외롭게 떠있다. 태풍에 대한 일기예보를 보도할 때는 태풍 진로의 예상 화살표가 때로는 제주도를 송두리째 엄습하고 있다.

그러한 기상도(氣象圖)를 볼 때마다 콩알만한 제주도처럼 필자의 마음도 불안과 걱정 속에 콩알만해 진다. 아니, 이러한 마음은 필자만이 아니고 제주 출신의 동포들 마음은 모두 똑 같은 심정이다.

10월 7일 일본은 태풍 제18호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7개도현(都縣)의 약 220만명에 피난 지시를 내렸다. 이 날 NHK TV는 오전부터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일본열도의 태풍 뉴스를 생중계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오사카에도 태풍경보가 발령되고 각 학교는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8일 오전 7시 NHK TV 뉴스는 이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사망 3명, 행방불명 4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인명 피해는 다른 대형 태풍 때보다 적었지만 물적 피해는 엄청났다. 지난 8월에 일어난 히로시마에서는 폭우와 산사태로 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그 후 창원을 비롯한 전국에서 10명의 사망자가 있었다.

태풍은 오키나와보다 더 남쪽이나 동남쪽 태평양에서 발생해서 북상하는데 일본열도의 첫 관문이 오키나와이다. 오키나와를 거치고 다시 북상해서 12시 방향으로 계속 올라오면 한반도 첫 관문인 제주도로 가게 된다.

이렇게 계속 12시 방향으로 언제나 북상하면 제주도는 물론 한국은 바로 태풍을 맞게되어 "태풍의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오키나와에서 2시 방힝으로 약간 우회전하면 일본열도이다.

연중 태풍 발생 횟수와 그 진로가 한반도인가 일본열도인가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일본이 많다.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10시, 11시 방향으로 진로가 바뀔 때에는 중국대륙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드문 현상이다.

지금 다시 태풍 제19호가 태평양에서 발생하여 북상 중이라고 한다. 과장된 표현일지 몰라도 이때부터 제주 출신 동포들의 마음은 새로운 걱정을 하게 된다. 1세들의 걱정은 더욱 그렇다.

이 태풍의 진로가 제주일 경우 입는 피해를 생각하면 제주로 북상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일본열도로 오드라도 괜찮다는 잠재의식이 은근히 일어난다.

물론 일본열도로 오드라도 자신들이야 피해를 입겠느냐는 설마의 심리도 작용하겠지만 "고향 사랑"이라는 본능이 잠재의식 속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향 사랑의 본능은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만 제주 출신에게는 더 많은 애정이 들어있다.

재일 제주인의 고향 사랑은 여기에서 열거하지 않아도 많은 각도에서 회자화 되고 있다. 일본의 일기예보 기상도를 보면서 느끼는 고향에 대한 연민의 마음 가짐도 그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축적 속에 "재일 제주인"이라는 명칭은 많은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국명 속의 명칭은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인을 칭할 때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외국 지역명을 넣고 부르는 호칭은 거의 없다. 특히 재일동포 속에는 경상도 출신들도 많지만 "재일 경상도인" 아니면 "재일 경상인"이라는 명칭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재일 전라도인" 아니면 "재일 전라인"도 마찬가지이다.

"재일 제주인"이라는 명칭이 사회적으로 시민권을 얻게 된 배경과 흐름의 하나도 이러한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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