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던 다수의 간호사들이 아이를 자연유산한 것은 업무환경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주의료원 전·현 간호사들이 “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에게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행정법원은 5일 해당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제주의료원 소속 근로자의 유산에 대한 역학조사 보고서’에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자연유산은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임신 초기 3교대 근무와 의료원 경영문제로 인한 임금 미지급, 고용불안 등의 스트레스, 임산부에게 약품 분진에 노출된 점 등을 유산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의 근거로 들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질병판정위원회를 개최해 이들의 산재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다 2009~2010년 집단으로 유산하거나 선천성 심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들은 지난해 초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공단은 심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들 4명에 대해 “태아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산재 승인을 거부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자연유산한 간호사들에 대한 산재 승인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심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들과 자연유산을 한 간호사들은 같은 환경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역학조사 보고서 내용은 소송을 제기한 간호사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마지막 변론에서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임신한 여성의 태아에게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산업재해에 포함시키는 것이 과연 법률 해석으로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법령을 개정하는 입법적 보완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가”라며 이 부분이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토론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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