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용감귤 처리를 놓고 농민들이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비상품감귤 수매 가격이 수년째 동결된 데다 출하량이 단기간에 몰려 가공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제주농협 등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롯데칠성음료, (주)일해 등 도내에서 감귤농축액을 생산하는 업체가 하루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약 1650톤 규모다. 그러나 실제 수매되는 물량은 2000톤을 훌쩍 넘기고 있는 실정으로,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업체들은 야간작업까지 하며 '풀가동'하고 있지만, 기계 과부하 우려 등으로 수매물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공공장 앞 도로는 가공용감귤을 처리하기 위해 비상품을 싣고 온 화물차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감귤 농가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비상품감귤을 버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 탓에 몇 시간 동안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단 한 푼이라도 건지고 싶은 절박한 심정 때문이다.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공용 비상품감귤 수매단가는 ㎏당 160원으로, 3년째 같은 가격이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턱없이 낮은 수매 가격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상품감귤이라 하더라도 20㎏ 한 상자 값이 고작 3200원에 불과, 인건비와 기름값 등을 제외하면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반면 관련 업체와 관계 당국은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160원 가운데 110원은 가공업체가 부담하고, 50원은 제주자치도가 지원하고 있다. 하루 수매량을 2000톤으로 가정할 경우 제주도가 부담해야 하는 지원금은 1일 1억원 정도다. 관계당국이 올해 처리물량을 최대 10만톤으로 전망하고 있음에 따라 도가 지원해야 할 총금액은 50억원에 달한다.

수매단가를 인상할 경우 감귤농축액 판매가도 상승, 음료회사에서 상품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값싼 수입산 오렌지가 들어옴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감귤 출하시기 초반에 감귤 값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농가들이 비상품부터 처리하기 위해 가공용감귤을 한꺼번에 출하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으로서는 분산 출하 외에 뾰족한 해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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