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없는 해산 선거라는 비난 속에 치뤄진 일본 중의원(국회)선거는 여당 자민당과 공명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중의원 의원석은 지역구인 소선거구의 정수가 지난 선거보다 5석이 준 295석이고 비례가 180석으로서 합계 475석인데 자민당과 공명당이 325석을 획득했다.(선거 후 자민당 추가 공인 1석 미포함)

대의 없는 선거라는 비난은 여당 내에서도 일어났었지만 "아베노믹스"와 현 정권에 대한 신임 투표라는 정면 돌파를 강행한 아베 수상의 전략의 승리이기도 했다.

해산 당시만 하드라도 자민당의 승리 라인은 과반수인 238석이라는 숫자를 제시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높이뛰기처럼 조금씩 숫자를 올렸던 선거가 290석이라는 경이적인 비약으로 연립 공명당과 함께 헌법 개정 발의도 가능한 삼분의 이의 의석을 획득했다.

2년 전 선거에서 압승한 294석의 의원석을 얻고 정권을 탈취한 아베정권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아베노믹스"와 "집단자위권" 등 발목 잡혔던 굵직 굵직한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통과 시켰다.

역사인식의 몰이해로 한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부터 아베 수상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지구의:地球儀 조감도 외교"라는 구호 속에 약 2년 사이에 무려 50개국의 순방을 마치면서 외교적 공세를 폈다.

아베 수상의 일사불란하고 독선적에 가까운 리더십은 국민의 보수 경향을 부추기며 정권의 지지율을 높이는 구심력이 되기도 했으며, 이 상승 기류를 교묘히 이용한 해산 국회의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압승의 원인은 야당의 집안 싸움으로 인한 이합집산이었다. 일본에는 공식적으로 모두 9개 정당이 있는데 자민당과 공명당이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은 7개이다.

선거 전, 제일 야당인 민주당 국회의원 수가 62명으로 그 외의 당이 무소속까지 합해서 55명으로 모두 117명인데 자민당 293명, 공명당 31명 합계 324명의 여당과 상대하기란 달걀로 바위치는 격이었다.

2년 전,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의 가장 큰 패배 원인은 서로 노선이 다른 집안 싸움인 당파 싸움이 그칠 줄 몰라서 결국 분열 선거를 치뤘으며 이번에는 다른 야당에서 또 일어났다.

이러한 연쇄적 현상은 야당 스스로가 군소정당으로 전락 시켰으며, 구심력 잃은 야당으로서 자민당을 견제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고 또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베 수상을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그의 지위를 굳히게 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이 11석을 공산당이 13석을 이번 선거에서 더 획득했지만 결국 야당 의석을 서로 빼앗는 꼴이 되었으며, 제일 야당인 민주당 가이에다 당수의 낙선은 이번 선거에 있어서 야당의 패배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여당 자민당의 2중대나 다름없었던 최우익인 이시하라 의원이 중심이었던 <차세대당>의 19석 중 2석으로 몰락한 것과 하시모토 오사카시장이 이끄는 <유신당>이 2년 전 열기와는 달리 1석을 잃고 겨우 현상 유지한 41석을 차지한 것은 일본 국수주의에 찬물을 끼얹는 현상이어서 주목을 끌지만 자민당의
압승으로 그 빛은 퇴색하고 말았다.

일본은 이렇게 보수주의로 국력을 자석처럼 끌어모아 아베정권은 의기등등한데 일본에서 보는 고국 한국의 현실은 너무나 참담하다.

한국 정계의 권력 핵심지인 청와대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권력 다툼의 집안 싸움은 그 진부조차 가리지 못한채 럭비공처럼 어디로 튀는지 모르게 갈팡지팡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 문서 유출 사건과 같은 행위는 다른 나라에서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 사건이다.
대통령 최측근 비서들인 가신 사이의 갈등과 대통령 형제가 개입되었다는 찌라시 문서 운운은 실로 가공할 노릇이다.

찌라시는 일본어인데(ちらし) 동사 찌라스(散らす)의 명사형으로 흩뜨리다. 퍼뜨리다 등의 의미로 전단, 삐라, 광고지 등의 의미도 갖고 카타카나로 찌라시(チラシ)로 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신문 조간에 끼워서 배달되는 전단(광고지)을 말할 때 잘 쓰는 단어인데 이 단어가 한국에서 이러한 곳에서 은어로 사용된다는 것을 필자는 처음 알아서 놀랐다.

그 정도의 수준 밖에 안 된다는 문서가 왜 인명 피해까지 일어났으며, 한국을 발칵 뒤집혔는지 담당부서에서는 그 진상을 빨리 캐내야 한다.

가뜩이나 우울한 국민들 앞에 이번에는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한진그룹의 대한항공 부사장의 부적절한 회항 소동으로 국내는 연일 심각한 뉴스로 외국에서는 비아냥의 뉴스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것 역시 발단은 일방적인 집안 싸움에서 일어났다. 고객 서비스를 위한 자세가 메뉴얼대로 행해 지고 있지 않다는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원에 대한 도에 지나친 행위가 세계적인 뉴스로 등장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지적 사항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데 공적인 교통 수단의 비행기까지 국내도 아닌 외국에서 회항 시켰다는 사실은 제왕적 지위권 남용이다.

고국의 정.재계에서 이렇게 비생산적인 소모성 공방전 속에서 앞으로 얼마나 제자리 걸음 아니, 뒷걸음질 쳐야 하는지 암담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도 반으로 접어들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이 슬픈 한국의 자화상에서 담당부서에서는 하루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마무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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