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역사의 한 가운데서 시사 만화와 만평으로 살아왔던 산증인 양병윤화백(71)이 27일 오전 급환으로 별세했다.

도내 언론사에서 시사만화 '황우럭'을 연재하고 있는 양 화백은 대한민국 언론사에 빛나는 '1만회 달성'의 대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시대의 대변자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양 화백은 어려서부터 만화광이었다. 작가의 꿈을 키우며 독학습작을 하던 가까머리 그는 고교 2학년때 서울에서 발간되는 학생잡지 '학도주보'에 만평이, 월간잡지 '아리랑'에 만화가 실리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8년 제주신문 화백 겸 기자로 입사해 황우럭을 연재한 그는 제주신문 편집국장과 이사,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어 제민일보 논설위원 등을 거친 가운데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한라일보에서 만화와 만평을 연재했다.

황 화백은 27일자 한리일보 황우럭 '10600'호와 만평을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급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돌아올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이날 작품은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됐다.

'황우럭'은 40여년간 민중의 애환을 함께 하면서 민의를 대변하고, 부정과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 온 격랑의 우리 현대사를 살아온 산증인이다. 60,70년대 유신독재정권과 80년대 서슬 퍼런 신군부 시절에는 혹독한 검열과 탄압을 특유의 익살과 '촌철살인'의 기지로 이겨낸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문민정부와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사만화 '황우럭'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1만회 대하를 집념과 열정으로 건너왔다. 칠순을 넘도록 양 화백은 세상의 모든 불평등을 향해 우럭의 등가시 같은 붓끝으로 '황우럭'에 계속해서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유족들은 중앙성당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으로 세부적인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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