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해녀의 삶과 숨-물숨'
우도 여인들은 오늘도 생존을 위해 맨몸으로 수심 10~20m의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숨이 끊어질 즈음에야 휘파람, 아니 통곡소리 같은 '숨비소리' 내뱉으며 이승으로 돌아오는 그녀들을 우리는 '해녀'라고 부른다.

제주 해녀들의 물질은 이승의 밥이 되고, 남편의 술이 되고, 아이들 연필과 공책이 되었고, 1960~1970년대 제주도의 경제를 일으킨 원동력이 되었다.

첫 물질을 시작하는 애기해녀들을 향한 선배들의 첫 가르침은 전복을 따는 기술이 아닌 '물숨을 조심하라'는 말, 즉 바다에선 욕심내지 말라는 것이다. 하여, 섬 여인들은 숨을 참고, 자신의 욕심을 자르고, 욕망을 다스리며 바닷속에서 평생을 늙어간다.

제주출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고희영 감독이 펴낸 「해녀의 삶과 숨-물숨(나남)」은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한평생 바다와 함께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을 6년 동안 취재한 기록이다.

또한 그녀들의 은밀하고, 외로운 바닷속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된 나와 인간의 슬픈 욕망의 이야기이도 하다.

저자 고희영 감독은 제주중앙여고와 제주대학교를 졸업한 후 오랫동안 방송작가로 일해 오다가 영화사 '숨비'를 설립하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신간 「해녀의 삶과 숨-물숨(나남)」은 고희영 감독이 6년간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기록을 엮어낸 책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고희영 감독은 우연한 계기로 우도의 해녀를 다큐멘터리에 담아보기로 했다. 이어진 자료조사를 통해 이전의 다큐멘터리에는 해녀가 목숨 걸고 잠수하는 바닷속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에 제주 우도로 곧장 달려갔다.

종전의 해녀 관련 다큐멘터리는 ‘강인한 여성’, ‘한 많은 삶’과 같은 전통적인 여인의 형상을 그려내며 보는 이의 심금을 울렸다. 그래서 불쌍하고 가련한 혹은 불행하고 억척스러운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래서였을까? 해녀의 바다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포부와는 다르게 우도로 달려간 제주도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돌아온 것은 냉대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전의 제작자들에게도 촬영은 그만큼 쉽지 않았다. 바다는 구경도 못한 채 이리저리 치였을 것이다. 그들이 담을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으리라.

해녀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보리빵 배달녀가 되어 전조등도 없는 자전거로 어둠에 싸인 섬 길을 헤쳐나가다가 길 아래로 구르길 여러 번. 없는 살림에 카메라가 부서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갖은 노력으로 조금씩 마음을 열며 겨우 바다에 발끝을 담갔다. 그렇게 6년. 딱히 시간을 정해뒀던 것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 고희영 감독
                                                                                저자 고희영은 SBS〈그것이 알고싶다〉,〈뉴스추적〉의 작가로, KBS〈수요기획〉,〈KBS 스페셜〉 등의 PD로 활동하며 10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베이징으로 거처를 옮긴 뒤 영화사 ‘숨비’SOOM:BE를 만들어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다. 베이징과 제주 우도를 오가며 6년 동안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물숨〉A LITTLE BIT MORE이 개봉을 기다리며, 방송인 이동우 씨의 감동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시소〉SEE-SAW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중국 문화대혁명이 남긴 상처를 담은〈1966~1976〉과 마지막 도공의 이야기를 담은〈비법〉SECRET METHOD을 제작 중이다. 저서로는《다큐멘터리 차이나》(나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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