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1일 “아픔을 이겨내고 화해와 상생을 이뤄낸 제주는 새롭게 확장된 평화의 개념을 잉태·발전시킬 최적지”라며 제주도의 가치를 강조했다. 아시아 정세가 격변하는 만큼, 제주도의 ‘확장된 평화’ 개념이 동아시아 간 대외관계의 가교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이날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5’ 개회사를 통해 “제주를 모태로 하는 평화로운 세계, 평화 개념의 확장은 크게 3가지로 나뉠 수 있다”며 △제주 자연에서 우러난 치유의 평화 △제주섬의 다양성이 키워낸 관용의 평화 △에너지 평화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제주의 어머니인 청정 대자연은 휴머니즘조차 초월한 생명공동체다. 자연에 대한 약탈을 부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대자연에 순응해 온 제주인들 자체가 평화”라며 “또한 제주섬은 이해관계와 옳고그름을 모두 녹여나가면서 공존의 공간으로 탈바꿈해왔다. 세계인들이 제주에 와서 공존하고 소통하며 치유를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에너지의 생성과 소비의 전 과정이 평화롭게 실천되는 제주가 바로 평화의 시범이 되고자 한다”며 “바람과 태양의 섬인 제주는 아무리 써도 마르지않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원천이다. 이에 힘입어 폐기물이 줄어들고 탄소없는 섬이 완성됨으로써 에너지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제10회 제주포럼은 평화담론의 지적 용광로가 될 것이며, 평화 실천의 인큐베이터가 되고 평화자본을 축적해가는 평화 기업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노력으로 제주는 평화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이번 제주포럼이 평화의 외연을 확대하고 깊이를 더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새로운 신뢰와 조화의 아시아 시대를 위해 제주의 역할을 기대한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외부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반 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21세기는 아시아 태평양의 시대”라며 “좀더 많은 대화가, 특히 한중일 간 대단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린바 있다. 신뢰와 조화가 이뤄진다면 아시아는 전 세계를 새로운 미래와 평화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축사에서 “제주포럼의 주된 미션은 동아시아의 다자적 협력을 통한 공통의 평화와 번영을 꾀하는 것”이라며 “2차대전 후 독일과 한국은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동시에 지난 60여년 간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양국은 비슷한 미래과제를 지닌 파트너로서 우리의 국제적 책임을 인정하고 긴밀하게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와 조 클라크 전 캐나다 총리, 리샤오린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10회를 맞이한 제주포럼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전날 원 지사와 만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 대담했던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기조연설에 앞서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 특별대담 형식으로 ‘통독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과 관련한 의견을 개진했다.

두 사람은 독일 체제통합과정에서의 후유증,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동방정책과 아데나워 전 총리의 서방정책이 각각 통일에 미친 영향을 비롯해 통일에 관한 국가 내부적 이념 갈등, 동서독 동화의 문제 등을 짚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슈뢰더 전 총리는 일본을 향해 "아베, 야스쿠니 신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라"라며 "독일이 잘한 것이 있다면 과거사를 다룬 방식"이라고 아베의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아울러 이날 포럼은 △한반도 통일의 경로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민관네트워크 구축 전략 △국제법상 사이버 범죄, 테러 및 전쟁의 규제 △아시아 평화와 여성 인권 △한중일 간 전환적 파트너십 △자유시장과 환경보호주의의 공존 필요성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전자정부 △제주형 국제자유도시 조성 전략 등 총 20개의 세션으로 진행되며, 오는 22일 폐회한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