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원희룡 후보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로 당선된 지 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도청에서 쏟아낼 원희룡 도정 1년 각종 성과 보도자료에 맡기고 비판적 시각으로 원희룡 도정의 1년 주요이슈에 대해 되돌아본다

 원희룡 도정의 협치 1년 무엇을 남겼나?

마을회관에 걸려있는 원희룡 도정지표

‘협치가 뭐야?’ 낯설기만 했던 단어가 제주사회에 잠깐 회자하더니 이제는 그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기세등등했던 ‘원희룡의 협치시대’는 이제 읍면동사무소나 마을회관용 액자의 장식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선거공학적으로‘대역전의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지난해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는 정책적 자신감으로 ‘협치’를 화두로 꺼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상대 후보진영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선거 로고송으로 채택했지만 ‘세대교체론’의 프레임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단 한 명의 아이도 구해내지 못한 무능한 정권임이 확인됐지만, 정권 심판론은 제주선거에서는 반영되지 못했다.

원희룡 후보가 후보 시절 제기한 ‘협치’는 선거철 나오는 그냥 듣기 좋은 정책으로 그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원 후보는 선거 막바지였던 2014년 5월 29일 선거방송토론회에서 “도민과 시민사회단체 분야별 전문가 등이 모여서 도정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협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원희룡 지사는 6월 13일 당선자 신분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취임 6개월 안에 수평적 협치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관련 위원회 구성은 물론 ▲이슈별 ▲지역별 ▲업무형태별로만 아닌 기관형 협치, 시민사회단체 지원 등을 실시하겠다고까지 했다.

7월 1일 취임 이후 ‘협치’는 원희룡 도정의 ‘랜드마크’로 주목받았고 협치정책실 구성과 조례안 입법예고, 협치 관련 각종 토론회도 연이어 개최됐다.

행정을 중심으로 모든 정책 이슈에 ‘협치’란 단어가 포함되기 시작했고 입에 잘 붙지 않았던 ‘협치’가 조금씩 도민들에도 익숙해져 갔다. 원희룡 도정의 ‘검색어 1위’단어가 됐다.

그러나 당선 1년을 앞둔 요즘, 원희룡 도정 주변에서는‘협치’의 울림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그 흔한 도청 보도자료에서조차 사라져가는 인기 없는 단어로 전락했다.

 알맹이 없는 원희룡 도정의 ‘협치’

원희룡 도지사

소리는 요란했지만 ‘원희룡 도정 협치 1년’에 대한 평가는 냉담하다.

도의회에서는 ‘협치(協治)가 아닌 무단통치(統治)’라는 등 날이 선 비판이 있었다.

쉽게 협치를 권력을 나누고 정책 결정 과정에 도민들의 적극적이고 민주적 참여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난 1년간은 허송세월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희룡 도정의 가장 큰 기관형 협치 대상자인 도의회와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인 양 1년 내내 사실상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도지사와 같은 당 소속인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도의회인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협치’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인사, 조직, 예산 등 도지사의 핵심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도 협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직사회 인사 역시 전임 도정 세력들의 부활, 변함없는 측근 기용, 그 이상도 아니었다. 삼수생 신분까지 갔던 제주시장 인사는 결국 ‘고작 우근민 세력이냐’는 시민단체의 비판까지 나왔다.

MB정권의 대변인 출신까지 도민 세금으로 월급 주는 정무부지사로 등용시켰지만 차기 강원지역 총선의 이력서만 될 뿐 의회와의 관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선거 공신은 등용하지 않겠다’고 원희룡 도지사의 다짐은 선거 사무장을 도 산하 기관장으로 잠시 보냈다가 다시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는 ‘회전문 인사 신공’까지 펼치며 거짓말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산하 기관 인사 역시 뚜렷한 기준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예산 문제는 도지사의 예산편성독점권만 무한 반복하면서 예산 전쟁으로 표현될 정도로 지리멸렬하게 도의회와의 ‘밀당’만 있었을 뿐이다.

도민사회에 공언했던 예산개혁, 예산 혁신은 여전히 기자회견용 발언에 머물러 있다.

갈등 사안에 대해 협치를 통한 새로운 해법도 제시되지 못했다.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 문제는 강정 주민들에게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지만, 박근혜 정부와 해군은 공권력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으로 강정 주민만이 아닌 원희룡 도정의 호언마저 짓밟아 버렸다. 더는 갈등의 탈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2015년 5월 31일 현재 대집행의 기억이 여전한 강정마을, 경찰력의 감시 아래 군 관사 공사는 이미 공사장 담장을 훌쩍 넘기면서 콘크리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협치’ 대신 ‘불통’ 시대로

제주사회 주요 이슈별 정책에 대해서도 협치의 원리가 작동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주요당사자나 공론화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강행되면서 관련 분야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협치’ 대신 소통 없이 강행하는 정책들이 속속 등장했다. 환경단체는 물론 어민들도 반발하고 있는 탑동 해상 대규모 매립 계획은 사전 공론화는커녕 깜짝 발표로 협치 도정을 무색하게 했다.

일차 산업 정책의 근간 중 하나인 감귤정책도 논란의 중심이다. 원지사는 정치작물로 표현하며 감귤 정책의 변화를 선언했지만 ‘일방통행식 정책’이라며 농민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전농 제주도연맹, 전여농 제주도연합에 이어 한국농업경영인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도 지난 5월 17일 성명을 통해 "이번 구조혁신 방침은 농민의 생존에 대한 대책 없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정책"이라며 "원희룡 도정은 이번 구조혁신 방침을 추진하기에 앞서 농민들과 대화를 통해 농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제도를 보완한 뒤 단계적인 추진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정책적 내용의 문제점과 함께 소통 부재를 질타한 셈이다.

신화역사공원 내 카지노 추진 문제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소송 전에 휘말려 있다.
드림타워 문제 역시 후보자 시절 “ 투자가 아니라 300년 만의 투자라도 따질 것은 따지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드림타워가 세워지면 30년이 아니라 300년 동안 제주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우 지사를 직접 겨냥했다.

그러나 원 도정 하에서 드림타워 허가가 이뤄지자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강도 높은 성명을 통해 원희룡 지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연대회의는 성명에서 “원 도정이 진심으로 도민을 위한다면 대규모 카지노를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많은 학생들이 통학하는 지역에 허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카지노 불허방침을 밝히는 것이 도민의 도지사로 보여줘야 할 기본”이라고 촉구했다.

원희룡 지사가 직접 문제없다고 공언하며 제출한 사업계획을 다시 회수하는 소동까지 빚은 국내 1호 영리병원 추진에 대해서는 “제2의 홍준표가 될 것”이라며 전국의 보건의료단체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다 제주도의사회 제주한의사회, 제주치과의사회, 제주약사회, 제주간호사회 등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다시 10년 넘은 제주사회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해군기지 못지않게 중요한 영리병원 문제를 사회적 공론화 없이 깜짝 쇼하듯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문제”라며 지난 5월 20일에는 도청 앞에서 첫 집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가출한 협치, 다시 돌아와 새로운 운영원리 되어야

‘협치’를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전임 도지사들에 의한 독단, 일방소통 식 행정 행위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컸던 제주로서는 새로운 도정의 모습을 원했다. 단순한 생물학적 나이로 상징되는 지역 정치의 세대교체가 아니라 시대교체가 되길 희망했다.

도지사의 막강한 권한을 도민과 나누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투명하고 사전 공감대 형성을 통한 새로운 행정의 모습을 원희룡 도지사를 통해 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1년 원희룡 도정의 첫 번째 출시작인 ‘협치’는 일단 흥행에 참패했다. 한때 술자리 안줏거리라도 됐었지만 이제 도민들은 더는 ‘협치’를 화젯거리 떠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협치로 상징되는 새로운 제주사회의 소통방식과 정책 결정 방식은 필요하다. 적어도 ‘협치의 기본’은 원희룡 도지사 자신의 가진 권력을 내려놓고 도민과 나누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인사, 예산, 조직 등 도지사의 핵심 권력을 꼭꼭 손에 쥔 채, 엘리트주의로 무장한 채 ‘내가 하면 정답이야’라고 외치면서 ‘협치’를 말한다면 이는 거짓 구호에 불과하다.

원희룡 도지사의 임기는 아직도 1,125일이나 남아있다. 민선 시대 떠날 때 제대로 박수받는 도지사를 만나본 적이 없는 제주도민들로서는 이제 다른 도지사의 모습을 찾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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