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김정도
요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중요한 논란거리로 부상해 있다.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핵발전소를 13기 더 짓고, 석탄화력발전소를 21기 신설하겠다는 정부안을 통과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핵발전소에 대해서는 어떠한 계획도 없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기존에 전기소비 증가율을 0.5%로 잡았다가 갑자기 4.3%로 늘려 잡는 널뛰기를 감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기요금까지 할인해 주겠다며 전기소비 증가를 노리고 있기까지 하다. 이번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민을 위한 계획이 아닌 발전소를 위한 계획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계획에서는 국민여론마저 철저히 무시당했다. 6월 18일 열린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는 사전 입장권을 배부 받은 소수의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고, 용역회사가 참석자의 가방을 검사하는 등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 동원되었다. 더군다나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의 이해당사자인 삼척과 영덕 주민들은 공청회 참가를 위해 이른 새벽 서울에 올라왔지만, 의견 전달은커녕 공청회장에 조차 입장할 수 없었다.

정부는 전기 공급을 위한 대안이 핵발전과 석탄화력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해답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냉난방을 위해서는 2차 에너지가 아닌 1차 에너지인 가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단열개선사업을 통해 에너지가 덜 들어가는 또는 아예 필요 없는 건물을 지을 수도 있다.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해 자체 생산된 전기로 냉난방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렇게 과도한 전기 공급계획은 결과적으로 전기저장장치(ESS)개발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패시브 하우스’와 같은 에너지 절전형 주택 공급의 기회도 박탈한다. 물론 신재생에너지에 들어가는 지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자리 잡으려는 제주도에 있어서도 이번 계획은 분명 악재다.

이렇게 이번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입안 과정이 보여주는 것은 철저한 정보통제와 부족한 여론수렴, 특정 이익집단으로의 특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행태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적지 않은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굉장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어떨까? 제주도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여론수렴, 치밀한 자료 분석과 검토를 통해 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걸까? 대답은 ‘절대 아니’다. 현재 제주도는 새로운 에너지계획인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계획을 발표하며, 새로운 성장의 기회와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번 계획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고 것인지 의문이다.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LNG발전소와 공존할 수 있을까?

현재 수립되고 있는 국가 최상위 전력계획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 LNG발전소 건설계획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중부발전은 제주시 삼양동 현 화력발전소 부지에 200MW 규모의 신규 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한국남부발전의 105MW급 한림복합화력발전소의 연료 또한 LNG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런데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계획’에는 LNG발전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 대신 2020년을 목표로 연료전지 60MW, 2030년을 목표로 연료전지 520MW 계획만이 포함되어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가 필요한 신재생에너지로서 여기에 필요한 수소생산은 현재의 기술수준을 고려한다면 LNG에서 추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LNG에서 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를 추출할 경우 과연 LNG를 직접 연료로 하는 복합화력발전소도 계획대로 계속 추진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계획은 허구였던 걸까?

제주도는 2012년 5월 2일, 해상풍력 2GW, 육상풍력 300MW, 태양광 100MW 등을 통해 2030년까지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력공급을 대체하겠다는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3년 뒤, 지난 5월 26일에 발표한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계획에서는 2030년 기준으로 풍력 2,350MW, 태양광 300MW, 기타 40MW 등 2,690MW 이외에 연료전지 520MW, ESS 1300MW가 포함돼 있다. 특히 육지로부터 해저송전선로를 통해 공급받는 수전량을 제외해 신재생에너지 전환율을 85~100%로 설정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풍력과 태양광 이외에 추가적으로 1820MW 규모의 발전설비를 설치해야만 신재생전환율이 85~100%에 달한다는 것이다. 불과 3년 전의 계획을 뒤흔드는 계획이다.

결국 지난 계획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을 이번 계획을 통해 실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이번 계획이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계획의 우수성 때문에 진행하는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연료전지는 LNG에서 수소를 추출해 사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탄소 배출이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카본 프리’를 위한 억지 주장을 계속 만들고 있는 셈이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목표보다 가능한 목표로 제시되어온 50% Carbon Free + LNG복합화력으로의 수정은 왜 고민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어려운 계획만을 남발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사업비 3조원, 그리고 제주도의 출자금 규모는?

제주도는 이번 계획에 들어갈 사업비 규모를 구체적인 설명대신 2020년까지 3조원이 투입될 것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중 1조원은 제주도, LG, 한전이 설립하는 SPC에 출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나머지 2조는 국제시장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이 내용대로라면 제주도가 일정부분의 재원을 조달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렇게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에너지설비용량에 따른 사업비 규모와 재원조달방안 등 경제성 분석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더군다나 도비가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도의회 등의 동의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서도 투명한 정보공개는 필수적이다. 특히 열악한 제주도의 재정여건 상 제주도의 출자 규모 및 출자금 조달방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히 하지 않을 경우 자칫 지방재정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

과잉된 에너지설비용량, LG를 위한 특혜일까?

현재 ‘글로벌 에코 플랫폼 계획’에 따르면 제주도내 전력설비는 무려 4,510MW다. 이는 2013년 2월 고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계획보다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7년 기준 제주권 최대전력은 하계 893MW, 동계 778MW이고, 정격 용량(총전원설비용량)으로 보더라도 2,223MW(석유 685MW, 신재생 938MW, HVDC 600MW)로 되어 있다.

도대체 이렇게 과잉된 전력설비가 제주도에 왜 필요한 것일까? 이는 사업파트너인 LG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 LG는 계열사인 LG화학을 통해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LG퓨얼셀시스템즈코리아에서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연료전지와 ESS를 LG의 제품으로 설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LG라는 대기업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이 포함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가 연료전지와 ESS를 어떤 방식으로 구매할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의구심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거듭나고 이를 통해 에너지자립으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에 반론을 제기할 도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연구와 검토 그리고 도민의 의견수렴 없이 진행된 계획은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계획에서 도민의견이 수렴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에너지위원회 등의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제주도가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결국 이번 사업 역시 정부 주도하에서 변질되고 있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다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 에너지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안정한 에너지수급을 바로잡고 극심해지는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당연히 충분한 대화와 의견을 수렴에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공개되고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계획에는 이런 부분이 녹아들어 있지 않다. 전기 없이 살 수 없는 시대, 전기는 곧 도민의 삶과 직결된다. 그만큼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곧바로 도민 삶의 질 저하로 연결된다. 제주도가 도민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면, 이번 계획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도민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고, 그에 따라 기업도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 수치에 현혹되어 잘못된 길을 걸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못된 길을 되돌아 올 순 있지만, 잘못된 길을 걷는 동안의 갈등과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주도정이 깊이 유념해 이번 논란에 답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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