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철은 지친 심신을 달래 줄 시원한 맥주 한잔이 그리운 계절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길맥이 유행이다. ‘길맥’은 길거리 맥주의 줄임말이다. 새로운 수제맥주 거리로 자리 잡은 서울 이태원은 길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골목 모습과 문화까지 크게 바꿔 놨다.

서울에서 북병남주(北餠南酒)란 말이 전해 내려온다. ‘북촌은 떡을, 남촌은 술을 잘 빚는다’는 옛말이다. 여기에서 남촌은 서울 남산 아래, 지금의 이태원 일대를 가리킨다. 조선시대 역참(驛站)이 있던 이곳엔 관리나 과객에게 탁주를 파는 주막들이 널리 형성됐다고 한다.

지금 이곳을 채우고 있는 건 구수한 누룩 냄새 대신 ‘수제 맥주’의 향기다. 경리단길과 해방촌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개성있는 맥주집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더 부스’ ‘크래프트 웍스’ ‘맥파이’ 등은 이태원에 수제 맥주 열풍을 불러 일으킨 삼총사로 꼽힌다. 이들 가게는 경리단길 초입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제주출신 양성후(29세) 사장이 창업한 ‘더 부스’는 이들 삼총사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수제맥주집이다.

양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창업 전까지 투자자문사에서 3년간 근무했다.  그런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지인 3명과 공동으로  수제맥주집 ‘더 부스’를 만든 것이다.

대동강 맥주

그동안 ‘더 부스’에서 만든 수제맥주는 젊은이들의 입맛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최근 새로 출시한 ‘대동강 페일 에일(Pale Ale)’이란 맥주는 손님들이 길고 복잡한 이름 대신 그냥 ‘대동강맥주’라고 부른다.

이 가게에서 대동강맥주를 팔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더 부스’의 공동 창업자는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미스트’ 한국 특파원 출신인 다니엘 튜더(33). 그는 지난 2012년 “한국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기사를 써 화제를 일으켰다. 튜더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신메뉴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더 부스의 양 사장은 “덴마크의 유명 맥주 브랜드인 미켈러사와 합작 개발한 제품”이라며 “부드러운 거품 위로 올라오는 소나무 향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대동강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신제주 몰트나인(공동책임 양길현, 브랜든)과 구제주 카페더비어(대표 이영철)에서 만날 수  있는데 몰트나인과 카페더비어는 수익금중 100만원을 매달 제주지역사회에 기부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더 부스' 양성후 사장
이태원 맥주의 힘은 맥주집의 젊은 사장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제조법으로 직접 소량 생산하는 에일Ale) 맥주에서 나온다. 그동안 국내 맥주 시장을 주도한 건 라거(Lager) 맥주였다. 효모를 맥주통 아래쪽에서 발효(하면발효)시켜 만든 라거는 황금색 빛깔에 톡 쏘는 탄산으로 청량감을 준다. 반면 에일은 맥주통 위쪽에서 효모를 발효(상면발효)시켜 깊은 향을 풍기고 다양한 맛을 낸다. 양 사장의 수제맥주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성공의 배경엔 라거 맥주 일색인 국내 맥주 시장에 싫증을 느끼며 개성있는 맥주 맛을 찾는 젊은 층의 트렌드를 잘 분석하고 맥주에 그 맛을 반영한 결과다.

양 사장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제주출신 현직 대학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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