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및 지역 에너지 자립을 위해 출범한 제주에너지공사가 창립 3주년을 맞았다. 전국 최초의 지역에너지공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제주에너지공사는 그간 현물 출자를 받은 풍력단지를 운영하면서 행원단지의 노후 풍력발전기를 교체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30MW 규모의 동복단지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풍력발전시스템 출력성능 및 전력품질 시험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증 받는 등 풍력발전 확대보급과 제주도의 에너지자립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도내 가정에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는 등 도민사회와 함께하려는 노력도 기울여 왔다. 이렇게 제주에너지공사는 도민의 공기업으로서의 나름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당초의 설립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갈 길이 여전히 먼 것도 사실이다.

# 과연 에너지공사는 설립취지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을까

제주에너지공사의 가장 큰 설립취지는 도가 직영하는 풍력발전단지의 효율적인 유지․운영이었다. 풍력발전의 보다 전문적인 유지·운영의 필요성이 제주에너지공사의 설립을 이끌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만큼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제주에너지공사는 기본적인 관리와 안전진단만을 하고 있을 뿐 중고장 수리와 정밀진단 등의 핵심적인 유지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
현재 행원, 신창, 김녕의 경우 외주업체에 용역을 맡긴 상태고, 준공한지 3년이 지난 가시리풍력단지와 조만간 완공될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는 제작사가 유지보수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더군다나 이런 외주업체도 도내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계업체거나 도외업체다. 도내 풍력발전 생태계를 키워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목표와는 분명 괴리감이 있다. 결국 이러한 수준의 운영이라면 에너지공사 설립 이전처럼 도청 공무원들이 직영하면서 유지보수업무를 전문업체에 외주용역으로 맡기는 게 수익창출을 위해 더 합리적 일 수도 있다는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제주에너지공사는 제주풍력공사?

제주에너지공사는 관련 조례에 따라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이외에, 석유․가스․석탄 등의 생산, 수송, 분배, 판매, 그 밖에 이와 관련된 사업과 집단에너지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육․해상 풍력발전만을 추진해 에너지공사라기 보다는 ‘풍력발전공사’에 가깝다. 이성구 사장은 취임 이후부터 해상풍력은 제주도의 유전(油田)이라면서 이 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주지역 전력거래단가(계통한계가격, SMP)가 하락함에 따라 이전처럼 육상풍력발전사업에서 큰 수익을 얻기 힘들고, 이보다 막대한 규모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해상풍력사업은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 원희룡 도지사 또한 지난달 말 TV토론에 출현해 해상풍력은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계획이나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계획 상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에 억지로 맞춰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력과 에너지공사의 자본력으로 추진하기 힘든 해상풍력사업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 제주도민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수급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LNG발전소 폐열 재활용 난방공급, CNG를 이용한 공영차량 연료충전, 한림화력발전소의 LNG 연료전환에 따른 잉여 유류탱크를 활용한 석유류 수급 및 비축사업, 집단에너지 사업, 동복․북촌풍력단지 인근에 조성되는 폐기물매립장 및 소각시설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자원을 이용한 에너지사업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 중 일부는 이미 2014년 3월 에너지공사가 수립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들의 추진상황은 현재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 제주에너지공사, 변화가 필요하다

도민사회가 원하는 것은 제주에너지공사가 에너지사업을 통해 에너지자립은 물론 도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하지만 3년간 제주에너지공사는 풍력발전에 매몰돼 도민사회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의 조직구조와 운영방향을 점검할 때가 되었다. 조직운영의 민주화, 설비운영의 전문화, 사업운영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꿔나간다면 도민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주에너지공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 역시 가만히 지켜볼 것이 아니라 원희룡 지사 본인이 스스로 약속했듯이 이성구 사장의 중간평가 등을 해야 한다. 부적합 인사를 강행한데 따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제주에너지공사의 공신력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성구 사장 또한 전임 사장처럼 중도하차를 면하려면, 지난 몇 달 보다 더 가열찬 경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와 도의회는 에너지공사가 본래의 설립취지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과감하게 해나가야 한다. 제시된 목표들이 에너지공사 혼자 힘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너지공사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과감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견제가 있어야 건강한 공사로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도민사회 역시 제주에너지공사의 성공이 곧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고 끊임없는 관심과 감시를 해야 할 것이다. 부디 제주에너지공사가 창립3주년을 계기로 도민사회를 대표하는 공기업으로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혁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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