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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이야기> 아베 수상 70년 담화의 사면초가
제주투데이 | 승인 2015.08.11 09:50

일본의 8월은 자연현상의 무더위와 함께 전쟁과 식민지정책이라는 역사적 사실로 인한 뜨거움이 곁들여진 화학반응에 의해 그 무더위는 언제나 기승을 부린다.

전후 70년인 금년은 히로시마, 나가시마 원폭투하에 대한 재조명, 전쟁에 대한 비참함들이 기획 시리즈로 각종 미디어들이 내보내고 있다.

<전쟁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대명제와 대합창 속에 일본인 피해자는 기사마다 넘쳐흘러서 기사를 읽을 때마다 가슴 아프다.

이렇게 비참한 피해자가 속출하게 된 동기와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는 어디에도 없는 부재의 기사들로 넘치고 있어서 씁쓸하다.

다른 해의 8월과 달라 일본열도는 그래서 더욱 달아오르고 있는데 최고 권력자인 아베 수상의 발언들이 거기에다 불을 지르고 있다.

"침략과 사죄"라는 단어 사용을 의식적으로 극력 피하고 아니, 무시하고 이 단어를 사용해야 할 때에도 무라야마, 고이즈미 담화 계승이라는 간접 화법을 사용해 왔다.

작년에는 "침략"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면서 일본의 침략마저 부정하는 발언을 국회 심의에서 자신만만하게 논전을 폈다가 발언을 취소하기도 했었다.

두번 다시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면서 엉뚱하게도 이 논리를 무라야마, 고이즈미의 50년, 60년 담화 속에 들어있는 <침략과 사죄>라는 표현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 해부터 내년에는 70년 수상담화를 발표하겠다면서 <미래지향>에 중점을 두겠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

<침략과 사죄>는 남용할 만큼 사용해 왔으니 무라야마, 고이즈미 담화 계승이라는 인식 속에 전후 70년 동안 일본이 세계평화에 기여한 사실을 중심으로 한 내용을 전면적으로 넣겠다고 했다.

언제까지 <침략과 사죄>를 되풀이하고 자학사관(自虐史觀)에 빠져야 하느냐면서 자신이 수상일 때 이것을 수정하고 역사에 남을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의지가 넘쳐날 정도였다.

강력한 여당 자민당에 대항할 야당이 없고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베 수상의 강력한 라이벌이 없는 일본 정치 속에 그의 발언과 의견은 보편적 무게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아베 수상의 보수 본질의 체제 속에 우경화 일변도로 기울어지던 일본의 흐름이 멈춰지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들어서 그 기류에 이상이 일어나고 있다.

헌법을 무시한다는 <집단적자위권>, 1천 5백억엔에서 2천 5백억엔을 들죽날죽하는 2020년 올림픽을 위한 <신국립경기장> 건설에 따른 무책임론과 아베 수상 측근들의 정제되지 않는 극한적 발언들은 압도적 자민당의 오만함을 여지없이 들어내고 있다.

매주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는 지지율이 30%로 떨어지고 부지지율이 40%를 넘고 있으면서 자민당에 위기의식이 감돌고 있다.

지난 8월 7일 아베 수상 자문기관인 <21세기구상간담회>가 7회의 간담회 속에 작성한 보고서 중에 <침략>이라는 사실이 명기되었다는 기사는 각 신문 조간마다 1면 톱기사로 보도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요미우리신문에는 이와 관련기사로서 1면에 나카소네 야스히로(97) 전 수상의 기고문을 발표했는데 일본의 아사아전쟁은 <침략>이었다는 커다란 기사 제목으로 게재했다.

물론 나카소네 전 수상이 지금까지 침략전쟁이 아니었다고 부정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이렇게 예민한 시기에 새롭게 전통 보수 요미우리신문 1면에 게재했다는 사실이다.

더욱 필자가 놀란 것은 이날 요미우신문의 사설은 <수상도 "침략"을 명확히 인정하라> "과거에의 반성과 사죄가 빠지면 안된다"는 제목 속에 단독 사설을 제재했었다.

보통 때는 언제나 2개 사설을 동시에 게재하는데 이날은 <21세기구상간담회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며서 사설만이 아니고 해설기사까지 <침략 명기>의 긍정이 대세라고 했다.

언제나 보수 자민당 정책을 지지하고 아베 수상의 정치 신념에도 적극적 지지에 가깝게 사설은 몰론 해설기사까지 논진을 펴왔던 요미우리신문의 이 사설에 놀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오늘(11) 아침 요미우리신문 1면 톱기사는 <70년담화 "침략" 명기에>라는 제목과 <수상 "사죄:오와비:おわび 표현 검토>라는 작은 제목까지 덧붙여서 보도하고 있다.

또 오늘 아침 7시 NHK TV는 70년담화에 "사죄:오와비"를 삽입 여부에 대한 여론 조사를 보도했다. 넣어야 한다는 찬성은 42%, 반대 12%, 어느 쪽도 아니다는 34%였다. 전체적 찬성은 약하지만 찬.반에 대해서는 찬성이 압도적이다.

70년담화를 외국어로 번역할 때 번역문을 놓고 언제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해서 물의를 이르키는 예가 많아서인지 몰라도 스가 관방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국제적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번역판도 14일에 발표할 생각을 피력했다.

약 1년전부터 아베 수상 스스로의 70년담화 발언을 놓고 한.일.중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 파문을 던진 담화는 무라야마, 고이즈미 담화 중심인 <침략과 사죄>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할 태세이다.

국민의 대다수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국가비전을 당시의 최고권력자 한 사람의 정치신념으로 좌우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수상은 이것을 인식하고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일본 지식인, 야당만이 비난하는 소리가 아니고 자민당 원로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 왔었다. 8월 14일 날 각의결정 후, 70년 담화는 발표된다. 아직도 자세한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지난 1년간의 70년담화는 아베수상의 퍼포먼스였으며 일본어로는 <히도리시바이独:り芝居>였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상대가 없는데 혼자 흥분하고 설침"이라는 의미와 "일인극"을 뜻한다. 즉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잘 쓰는 <독불장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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