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정책자문위원 강영봉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현 교육감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고교체제 개편에 관한 연구용역을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하여 지난 7월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올해 내로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른 지방의 고교체제 및 교육과정 운영 등을 알아보기 위해 학교 방문도 했다. 이러한 교육청의 행보는 현 고교체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임과 동시에 고교체제 개편의 시급성과 절박성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교육청의 추진하는 면면을 보면서 고교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며 오래전부터 필자가 바라던 바이다. 하지만 연구용역 결과에서 제안한 대안을 토대로 고교체제가 개편하면 교육감이 우려했던 평준화고의 고입 경쟁력 완화에는 기여할지 모르나 읍·면지역의 고등학교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형극에 이룰 것이며 진정 아이들의 가야할 사회적 길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연구용역과 교육청이 지향하는 바를 필자 나름으로 정리해 보면 평준화고의 확대 증원을 통한 평준화지역 일반고의 입시 경쟁률 완화와 학업 스트레스로 학업부적응 학생을 위해 소질과 적성을 살린다는 취지의 예·체능을 가미한 학교 정체성의 혼재된 종합고로 고교체제를 개편하고자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 이르기까지는 현실의 문제만을 보고 당장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조급성과 결단코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집착심 때문으로 앞으로 예견될 온갖 문제들을 놓치고 있어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재 아이들의 무대는 글로벌 사회의 주도자로서 그들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비롯해 급변하는 산업군이나 직업군 등의 세계를 예측하지 못한 고교체제 방안으로 지금의 고교체제보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든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키고, 우려하는 바를 모두 해소할 수 있는 완벽한 정책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교체제 개편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불만을 넘어 심히 우려를 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고교체제 개편을 성급히 추진하는데 대해서 많은 학부모를 비롯한 도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제가 있음을 외치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육 수요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반드시 재임 기간에 해야겠다는 아집과 경직된 사고에 의한 정책은 수요자인 학생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할 수 있는 고교체제의 개편을 기대할 수 없다. 그 누군가에 의해 다시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며 또한 어떠한 정책도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여러 가지 실패한 사례들을 봤을 때도 일방적이고 성급히 추진된 정책이나 사안들인 것이다. 더구나 교육정책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책을 만들고 정책을 이행한 당사자는 욕 한번 먹으면 그만이고 책임을 지거나 손해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에 의해 휘둘린 학생은 평생 살아가는데 개인의 삶의 가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주지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고교체제 개편을 서두르지 말고 속도 조절하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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