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당연무효 결정이 내려져 사실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 대해 원희룡도정이 연일 강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이 판결을 나온지 5개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촌극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최고 사법기관의 판결을 수용하지 못하는 원도정의 행태는 법치주의라는 대전제를 철저히 무너뜨리고 있다. 이렇게 법도 도민여론도 무시하며 막장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마저 동조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제주도의 후속 행정조치 회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짐과 동시에 원희룡도정이 했어야 하는 일은 대법원의 ‘사업계획 원천무효’ 판결을 받아드려, 사업계획 무효 고시를 하는 것이었다. 이는 법치주의를 존중한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행정조치다.

그런데 원도정은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절차를 진행시키지 않고 있다. 원도정은 드림타워 등 개발사업 허가에 앞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에 자신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행정절차가 중요하다는 것이 개발사업에 대한 원도정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런데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행정절차의 잘못이 명확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개발사업에 있어 행정절차를 강조해온 원도정이 이번 사안에는 유독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와중에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대한 공사중지 가처분까지 받아드려졌고,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실시계획 인가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명백히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주도는 왜 사업을 강행하려 하는 것일까?

제주도특별법개정만 바라보는 제주도

원도정이 대법원 판결 등을 무시하고 있는 배경에는 제주도특별법을 개정해 이번 문제를 풀어보고자 하는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원도정은 함규진 국회의원 등 여야의원 21명을 내세워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국회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을 추진 중인 내용은 겉으로 보면 관광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보기 좋은 포장으로 쌓여 있다. 하지만 그 포장을 풀어보면 유원지 시설의 범위에 관광시설을 포함시키고 유원지 시설의 결정과 구조 그리고 설치기준을 도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민복리와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유원지에 이와 아무런 관련 없는 사업자의 수익만을 위한 관광시설을 해도 되게끔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결국 유원지의 조성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사업자의 이익을 위한 입법을 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제주도특별법 개정 취지를 이해하는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마치 부조금 내 듯 자신의 명의를 내주는 형태의 입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입법을 통해 국민의 복리와 삶의 질 개선에 힘써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써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셈이다. 가뜩이나 정치혐오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에 더욱 큰 정치혐오만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주의 잘못된 개발사업에 대한 관행을 바로 잡기는 커녕 발의의원 21명 중 절반에 해당되는 10명이나 이번 입법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제주지역 국회의원이 단 한명도 참여하고 있지 않은 입법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행태 역시 도민의 분노를 불러오기 충분했다. 그리고 제주지역 국회의원이 이번 발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상황은 일파만파로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특별법 개정 논란으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예래동의 지역갈등만 날로 격화되고 있다. 같은 날 다른 시간에 각각 사업재개와 사업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가 하면 사업재개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에서는 주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잘못된 개발사업과 행정행위가 결국 마을공동체까지 산산이 부셔놓고 있는 것이다.

황당한 사업자의 압박, 이제는 제주도가 결단 내려야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 이번엔 사업자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9개 기업으로 구성된 외국인투자기업협의회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도정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투자정책 변화 때문에 사업하기가 힘들어져 자치단체에서 사업부지를 매입해주면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협박성 멘트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투자하는 사업이 원도정의 투자정책 변화와 상관없이 법적인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다는데 있다. 결국 원도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행정행위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왜곡된 목소리로 여론을 호도하려고 드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원희룡 도정이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이미 문제는 분명하고, 그 문제를 치유하는 방법 역시 확실한 상황에서 합당한 행정행위를 미루는 것은 혼란을 더욱 키우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원도정은 지금 당장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의 사업인가를 취소해 지금의 혼란 상황을 끝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지역주민과 도민사회가 공감하는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자연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겠다는 원희룡도정이다. 더욱이 제주도 난개발 해결의 실마리가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있다. 이번 문제의 해결은 바로 원도정이 원하는 자연의 가치를 바로세우는 일이고, 도민의 복리와 삶의 질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는 일이다. 부디 이런 도민의 열망을 저버리지 말고 원도정이 제대로 된 행정조치를 취해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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