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버프'. 갓 아이를 얻은 선수가 분유 값을 벌고자 맹활약한다는 신조어다. 실제 가장이 된 뒤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 송진형(28)도 마찬가지다.

송진형은 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9라운드에서 팀의 4-2 완승을 이끌었다. 로페즈의 세 골 중 2도움을 기록하며 완전히 올라섰다.

부상으로 부침을 겪은 시즌이라 의미가 더 깊었다. 지난 4월 훈련 도중 발목을 다친 송진형은 6월 중순이 되어서야 복귀했다. 스스로 "선수 생활 중 가장 큰 부상이었다"고 표현할 만큼 상태가 좋지 못했다. 부상 경험이 많지 않았던 터라 후유증도 오래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딸 하은 양이 세상에 나왔다. 아내의 출산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송진형은 아버지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한결 커졌다는 후문이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얼마 전 딸이 태어나 가장이 된 뒤 더 힘을 내는 것 같다"며 송진형의 최근 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송진형은 팀을 수렁 속에서 건져냈다. 1무 4패로 5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렸던 제주는 27라운드 광주 원정에서 송진형의 결승골로 승점 3점을 거머쥐었다. 팀 내 수비 조직의 소통 문제 탓에 측면으로 자리를 옮긴 송진형은 페널티박스 모서리 인근에서의 강력한 슈팅으로 승리를 선사했다.

28라운드 서울전에서도 활약은 계속됐다. 제주는 지난 10년간 이겨보지 못했던 서울에 승리를 거뒀다. 2012년 제주에 입단해 무승의 세월을 함께 보낸 송진형이었기에 더욱 값진 순간이었다. 주포 로페즈가 빠진 상황에서 송진형의 무게도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1-1 상황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득점으로 팀에 일조한 송진형은 대전전에서 도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홀로 욕심내기보다는 더 좋은 위치를 선점한 로페즈의 결정력을 믿었다. 간결하고도 정확한 패스로 팀 동료의 득점을 두 번이나 도왔다.

조성환 감독도 대만족한 모습이었다. "그 동안 부상 탓에 좋은 경기력을 못 보였다. 발목 부상으로 인해 두 달 넘게 결장했다"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였기에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송진형은 최근 3경기에서 2골 2도움으로 팀 3연승을 이끌었다. 8위 제주는 6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히며 상위 스플릿 도약의 불씨를 살려나갔다. 이에 송진형은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지금의 기세라면 남은 경기에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송진형은 오는 13일 울산과의 홈 경기에서 오늘의 선수로 뛴다. 제주가 추억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한 이벤트에도 주인공으로 나섰다. 송진형은 경기 홍보 포스터에서 양준아와 정다훤과 함께 반짝이 무대 의상을 입으며 90년대를 풍미한 아이돌 스타일로 변신했다.

팀을 위해 반짝이 혐오증을 이겨내는 투혼(?)을 발휘한 송진형은 "제주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평소 반짝이 의상을 정말 싫어하는데 팬들의 향수를 불러모으기 위해 참았다. 촬영 중에 흩날리는 반짝이를 먹기도 했지만 정말 즐겁게 준비했다. 이제 팬들이 즐길 시간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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