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써두었던 필자의 졸시 두편을 소개한다. 
 
대물림
 
지난 70년간 한여름 매미 울음처럼
통일!  통일! 부르짖으면서도
유전병처럼 통일병을 못 고치고 있다.
 
30년이 일세대라면 삼세대에 걸친
대물림이다.
 
함께 가는 통일의 길, 평화와 풍요의 사랑 길!
 
통일의 힘은 국가의 영원한 자원, 미래의 무궁한 에너지!
 
통일 이룰 8천만, 평화와 화합의 전도사!
 
통일은 이렇게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화려한 구호들은 허공에 메아리치고
<우리의 소원>만 방방곡곡에 울려퍼지고 있다.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
후손들에게 절대 이 통일 유전병을
대물림해서는 안 되는데.
 

다음은 몇년 전에 쓴 동포 이야기 시이다.
 
생색내기    
 
좀 지난 옛날까지는
그래도 일본에 산다고 약간 허세도 부렸는데
고향 제주에서도 일본을 이웃처럼 드나드니
그 도금도 완전히 벗겨져 버렸다
 
도움만 받던 제주도가
이제는 동포 여러분들을 돕겠다고
제주도 높으신 분들은
일본에 올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감지덕지하여 지하철 무임 승차하 듯
초대 비행기 타고 제주에 내렸더니
텔레비 카메라와 기자들이 몰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우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란다
가난하게 산 것 밖에 없는데
왜 이러는지 어리둥절했다
 
그때였다
우리를 데리고 온 젊은 동포 한 사람이
돕겠다는 미담 속에 이것은
여러분들에 대한 인권 경시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아, 왜 이렇게 하는지 이제사 알 수 있었다
가난한 것도 부끄러운데
그 부끄러움을 찰각 찰각 찍는 
고향 기자들의 셧터 소리들이
가슴을 찌르고 숨을 꽉 막히게 했다
 
오른 쪽이 하는 것을 왼손이 먼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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