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황우석 교수의 기사가 이곳 일본 신문의 톱 기사로 게재되었다. 신문의 간판인 일면 컬럼난에 12월23일자 마이니치신문 <요로쿠>(余銀)에는 다음과 같이 써있었다.

과학과 정치를 둘러싼 사상 최대의 스캔들은 옛 소련의 생물학계에서 주름 잡던 농학자(農學者) 루이센코의 사건이다.유전자의 존재를 부정했던 그의 학설은 당시 공산주의 사상에 적합했기 때문에 당과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그는 농업과학 아카데미 총재에 승진했다.

잔인한 것은 그의 학설에 반대했던 생물학자들에 대한 정치적 박해였다. 소맥(小脈:밀)의 기원의 연구로 알려진 세계적인 유전학자 바비로후는 그 때문에 옥사(獄死)할 정도였다.

미국 과학지에 논문을 게재한 다른 거물학자도 <비애국자>라는 비난을 받고 자설(自說)을 포기했다.다수의 생물학자가 추방의 시련을 당했으나,루이센코 본인도 독재자 스탈린의 사망으로 인해 결국 실각의 운명을 맞았다.

과학에의 정치 이데올로기의 개입이 남긴 것은 여러 사람들에게 상흔과 러시아의 생물학과 농업생산의 뒤떨어짐뿐이었다.지금 돌이켜보면 터무니없는 우행(愚行)뿐이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압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자의 연구 성과가 날조가 아닌가하는 소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오늘의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다.물론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연구 의혹이지만 공동 연구자의 고발이 계속되어 점점 의심이 짙어지는 새로운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

어쨋든 과학분야에서 한국 처음으로 노벨상을 안겨 준다는 국민의 꿈을 떠맡았던 황교수였다.그 연구 문제점을 다뤘던 TV국이 <배반자>라는 뭇매질을 당했다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전세기(前世紀)의 러시아 고사(故事)가 떠오른다.

과학계에도 교수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었던 연구자는 없었던거 같다.국민의 열기를 배경으로 교수에게 파격적인 가세를 했던 한국 정부이지만 의혹의 부상(浮上)으로 그 책임을 추궁당할 것 같다.

날조가 사실이면 언어도단이지만,이데올로기의 독단이나 내셔널리즘의 열광에 과학이 휘말려들지 않는 지혜를 정치가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이상의 요로쿠 컬럼의 전문이다 설마 황교수가 날조할 줄이야 하고 우리 한국 국민들이 굳게 믿었던<성선설>의 붕괴였다.

* 김길호 님은 현재 일본 오사카에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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