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제주의 탈핵시위

청정지역을 지향하는 제주에도 반핵운동이 상륙했다. 원전을 반대하는 전국 교수 및 교사 모임은 10월 31일 토요일 오전 10시 관음사에서 “핵발전소 없는 국토”를 기치로 발대식을 갖고 일명 ‘탈핵생명올레’를 위한 도보순례에 나섰다.

탈핵생명올레에 참가한 10 여명의 교직자들은 관음사를 출발해 제주대학교를 거쳐 제주시청까지 8km를 걸으며 거리시위를 통해 반핵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제주시내로 들어선 이들은 주말 휴일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약 4천 장의 반핵홍보 유인물을 배포했다.

무책임한 원전정책

탈핵생명올레는 원자력발전소가 인명과 환경에 치명적인데도 핵폐기물 대책도 없이 무책임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또 현 정부의 원자력 중심 에너지 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 한, 후손들에게 아름답고 안전한 세상을 물려줄 수 없게 된다며 제주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한국 탈핵에너지 교수모임의 전 임원으로서 이번 캠페인을 공동 기획한 이원영 교수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30배가 넘는다”며 “특히 현 정부가 막무가내로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는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탈핵운동을 비롯해 4대강 공사반대 운동과 생명윤리운동 등 학계의 환경운동을 주도해 온 대표적 학자로 꼽힌다.

우리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탈핵생명올레의 또 다른 주축인 윤용택 교수도 “핵발전소 사고 피해가 미치는 범위가 수 백 킬로가 넘는다”며 “우리지역도 결코 핵발전소와 무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생태철학자로서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강정주민들의 아픔과 함께 하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힘써 왔다.

윤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이 땅에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이 운동에 나서게 됐다”며 “육지의 원전들의 사고로 인한 피해만이 아니라 핵무기나 이와 유사한 형태가 제주에도 들어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 완전폐쇄해도 아무 문제없다

이들 탈핵운동가들의 주장은 궁극적으론 우리나라의 모든 핵발전소가 완전히 폐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폐쇄에 따른 부작용이다. 초록교육연대 대표로서 이번 캠페인에 동참한 김광철 교사(서울 신은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총 24개 핵발전소에서 전기량을 모두 합해도 전체의 30%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우리나라 전력예비율이 18%에 달하며 대체에너지 활성과 에너지 절약만 이뤄지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그는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독일은 서방 주요국 중 최초로 모든 원전들의 전면 폐쇄를 선언한 국가다. 이 나라는 전체 17기의 원전 중 노후한 8개 원전의 가동을 전면중단하고 나머지 9기도 2022년까지 완전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초 산업계와 정계의 우려와 달리 에너지 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태양 에너지 활용과 에너지 절약운동이 주효한 덕분이다.

원전폐쇄 오히려 지역경제에도 도움된다

이들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형과 기후 상으로 독일보다 오히려 태양광 발전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태양광 패널의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진데다 지역기업들이 설치와 유지관리를 담당함으로써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탈핵생명올레는 이날 오후 4시 제주시청에 도착해 제주민중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11월 1일 오전 10시 관덕정을 출발해 오후 4시 제주공항에서 총 12.5 km의 도보순례를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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