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김정도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에 대한 얘기를 언론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가 우연히라도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듣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기후변화의 정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이 생활주변에서 특별히 체감하는 기후변화라는 것은 ‘덥다’, ‘춥다’와 같은 기온에 관련된 것 정도가 대부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체감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기후변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피해는 제주도에 이미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0년 봄 제주도는 이상저온과 잦은 강수로 인해 농작물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2012년 3월에는 기습한파가 찾아오더니 4월과 5월에는 이상고온현상으로 여름과 같은 더위가 찾아왔다.

봄에 발생한 이상기후만큼이나 여름에 발생하는 이상기후의 영향은 더욱 큰 피해를 낳는다. 2010년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는 수많은 도민들을 고통스럽게 했고, 폭염으로 인해 많은 도민들은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특히 여름가뭄이 기승을 부렸던 2013년에는 심각한 농업피해와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예측하지 못한 가을철 기습태풍과 황사의 피해 그리고 겨울철에 기습한파와 고온현상은 제주도 여기저기에 많은 피해를 남겼다.

올해는 슈퍼엘니뇨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늦가을부터 시작된 비 날씨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슈퍼엘니뇨 마저 기후변화로 인해 그 영향력이 더욱 강력해 졌다고 평가한다.

더욱이 제주도는 4면이 바다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상승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결국 제주도가 기후변화로 입는 가장 심각한 피해는 해수면상승이란 말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해안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상승으로 70%가 해안정비사업 타당성 검토를 요하는 4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았다.

그만큼 해수면상승이 제주지역 해안에 극심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심각한 해수면상승으로 인한 위협을 받고 있는 제주도는 대한민국 어느 지역보다 해수면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가뜩이나 해수면상승으로 인한 위협이 심각한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해수면상승 속도마저 높은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의 해수면 해역별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연간 2.46㎜로 남해가 3.22㎜, 동해 2.60㎜, 서해1.6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률이 연간 1.8㎜인 점을 고려한다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제주도다. 제주도는 전국 최고 수준인 연간 5.68㎜의 상승률을 기록함으로써 해수면상승 속도가 전국에서 단연 최고다.

결국 기후변화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제주의 해안지역은 엄청난 피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피해는 단순히 인간사회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 또한 제주도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제주도에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식물이 바로 구상나무다. 2013년 ‘기후변화와 아열대산림의 생태’를 주제로 개최된 국제심포지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숲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구상나무 숲에는 1㏊ 당 691~1,707그루의 구상나무가 있는데 그 중 18.8%는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죽은 나무의 34.8%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에 의한 생리적 장애로 나머지 65.2%는 강한 바람, 폭설, 폭우 등 기후 극한값의 변동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었다.

더 큰 문제는 구상나무와 같이 자생하는 북방계 고산식물 또는 여기에서 파생한 특산식물 145종이 구상나무와 같은 운명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그 중 제주특산종 23종은 영원히 지구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생물의 멸종은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해,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영양순환을 방해한다. 간단히 말해 생물의 죽음은 인간문명의 죽음을 앞당긴다는 말이다.

이렇듯 우리가 기후변화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느냐 와는 별개로 이미 기후변화로 제주도는 심각한 위협에 처해있다.

물론 이런 기후변화의 위협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걸쳐있는 위기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한 지역만, 한 국가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CCC)이다.

특히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그 어느 총회보다 의미가 남달랐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직접적으로 해쳐나갈 수 있는 신기후변화체제를 결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11월 30일부터 2주일의 일정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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