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 사건 희생자에 대한 사실조사를 요구하면서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행정자치부가 최근 제주도에 4.3 사건 희생자로 결정된 인물 가운데 남로당 핵심 간부 등으로 활동한 불량 위패가 있다는 보수단체 주장을 받아들여 제주도에 관련 사실조사를 하도록 했다.

정부가 4.3 사건 희생자에 대한 재조사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는 처음이다.

4.3 평화공원에 모셔진 제주 4.3 희생자는 14000명에 달하고 있지만 보수단체는 좌익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희생자로 포함됐다며 2년 전부터 위패 철거와 재심사 등을 요구해왔다.

그동안 재심사 문제에 유보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보수단체 요구를 받아들여 재심사의 사전절차 격인 희생자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말 제주특별자치도에 공문을 보내 4.3 희생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된 희생자는 모두 53명으로 제주도는 희생자들의 생사여부와 과거 좌익 활동을 했는지 현장 방문과 증언 등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와 제주도가 추진하는 희생자 실태조사에 대해 4.3 유족회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단체의 주장에 객관성이 떨어지고 이미 4.3 위원회 심의에서 희생자 결정이 난 사항을 정부가 다시 조사한다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문현 4.3희생자 유족회장은 "희생자로 결정된 지 이제 몇 년인데 이제 와서 왜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중앙위원회에서도 희생자 결정에 이의가 없었고 현재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도는 이달 안으로 희생자 53명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4.13총선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문대림 후보와 위성곤 후보도 각각 성명을 내고 정부의 조치를 비난했다.

문대림 예비후보는 "희생자 재심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난해 4.3추념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3희생자 재심사에 대한 제주도민의 우려에 대해 '그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일부 보수단체의 끊임없는 4.3왜곡 시도에도 불구하고 소송에서도 이미 수차례 패소한 일이다"며 "그런데도 4.3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놓고 행자부가 권한도 없는 제주도에 재심사 대상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위성곤 예비후보는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한 제주 4·3사건에 대한 공약을 이행하기는 커녕 극우세력의 4·3흔들기에 편승하는 이번 사실조사 요구는 아직도 4·3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는 제주도민에게 비수를 꽂았다"고 얘기하면서 "행정자치부의 '제주도 4·3희생자 사실조사' 요구를 철회해야 하며, 희생자 및 유족들의 신고 상설화를 담은 '4·3특별법 일부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박근혜 정부는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지난 2005년 제주 4.3위원회 결정대로 실태조사 결과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실이 새롭게 발견될 경우에는 희생자 재심사가 불가피해 향후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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