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문위원 강영봉

누가 우리 교육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2016년 제주교육은 그 동안 굳게 닫혔던 학교 교육의 빗장을 풀고 올 3월 새 학기부터 공립 대안교육기관을 설치·운영한다고 한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진정한 참교육의 진가가 발휘되는 출발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제주에 대안학교 설립을 학수고대했던 필자로서는 환영과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잘 모르긴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기쁨과 설렘, 아니면 우려로 만감이 교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교육 현장의 문을 학교 교실 밖에서 새롭게 열었다는 그 자체가 제주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대단한 의미인 것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필자는 1977년 석래명 감독이 제작한 ‘고교얄개’가 문득 떠오른다. 당시 필자는 고교생으로 ‘고교얄개’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가물거리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듯 그 때에도 오늘 날처럼 학생들의 않고 있는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아니면 더 심했다고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고교얄개’ 영화를 회상해 보면 지금 학교 현장과 우리 사회에서 골칫거리라고 하는 학생들의 학업부적응, 학교폭력, 이성문제, 교권침해 등 어느 것 하나 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영화 줄거리는 말썽꾸러기 두수(이승현)와 영호(진유영), 모범생 호철(김정훈) 학생은 같은 반 학생이며, 유독 학생들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백상도(하명중)총각선생 간 그 시대의 학교문화와 학생들의 생활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하지만 말썽꾸러기 두 학생은 모범생 호철 학생을 괴롭히는 것은 다반사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에게까지 온갖 애꿎은 장난과 조롱을 일삼는 문제 학생으로 지금 같으면 퇴학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진 한 선생님과 주변 동료와 사람들의 관심으로 퇴학을 면하고 오히려 공부 잘하는 모범생보다 의리와 봉사정신 등 학교의 리더자로 거듭나는 청소년기 학생들의 자화상을 보여준 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가 시사해 주듯이 오늘 날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생활지도하고 교육을 하고 있는지 성찰의 기회와 많은 교훈이 담겨있어 대안교육기관에 더욱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왜 학생들이 학업부적응, 학교폭력, 음주 및 흡연, 비행 등 각 종 문제들을 일으키는지 새로운 시각에서 학생들의 언행을 바라보고 훈육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까지 수박 겉핥기식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들여다보아 문제아, 학교부적응으로 치부해 온 건 아닌지 되돌아보는 기회인 것이다. 미래의 성공과 안락한 삶을 위해 ‘한 때 공부를 포기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사람구실 제대로 하겠나.’라고 막장 드라마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언제부터 모든 학생이 학교 교육만이 만능인양 고집해 왔던 게 수 많은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고 학업중단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 사회에 험난한 길을 가도록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이러한 학교 틀 안에서 좋든 싫든 버터야 했던 경직된 교육이 대안교육이라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교육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은 학생의 시각에서 또 다른 다양한 교육방향이 필요함이 시작은 학업부적응, 학교폭력 등 학생들의 문제 해결에 많은 기여할 것이다. 학생들이 몸부림치며 말하고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은 학교 교육의 폐해를 대변하는 것이다. 어른들보다 더 통찰력 있게 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학교는 학생들의 행동이 철없다고 못됐다고 치부만 하지 말고 다른 대안들을 찾아 주어야 한다.

앞으로 대안교육기관이 어떻게 운영될지는 모르지만 더 큰 틀에서 진일보 하는 대안학교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첫 출발인 만큼 학교 교육과정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력을 살리고 세상의 견문을 넓히며 자존감을 심어주는 대안교육기관으로 운영하면 대안교육의 성공은 확신하리라 본다.

학생들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누군가의 자그만 조력만 있으면 어떤 세찬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처럼 미래 사회를 디자인하는 주인공으로 이 사회를 아름답게 장식할 것이다. 당장은 못되고 괴팍한 녀석이지만 그가 바라는 바를 알고 인도하면 모두가 선한 양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 대안교육이 진가가 빛나는 그날을 위해 함께 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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