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증 입국 베트남 관광객 (CCTV화면 캡쳐)

제주에 무사증으로 관광 왔다 행적을 감추거나 붙잡힌 베트남인들에 대한 수사가 16일로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13일 숙소를 무단 이탈한 무사증 베트남인 56명 중 이날까지 19명을 찾아내 불법 취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베트남인들이 당국의 수색이 강화됐다는 사실을 알고 도내 모처에서 은신해 있는 것으로 보고 직원을 모두 수색에 투입하는 등 추적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과 해경 등은 사라진 베트남인들이 제주도를 벗어나는 것을 막고자 공항과 항만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15일 낮 제주시 한림읍 식품제조공장에서 3명(남)을, 같은 날 오후 10시 40분께 제주시 연동 애초 숙소 인근 다른 숙박업소에서 6명(남2, 여자4)을 찾아냈다.

앞서 13∼14일에도 10명(남9. 여1)을 붙잡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들 베트남인은 조사가 끝난 즉시 추방돼야 하나 이들의 사정을 고려해 17일 베트남항공 전세기편으로 강제추방할 예정이다.

이들 베트남인은 지난 12일 베트남항공 전세기를 타고 5박6일 일정으로 제주관광을 온 베트남인 155명 가운데 일부다.

외국인 50여 명이 한 번에 숙소를 무단 이탈한 것은 2002년 제주 무사증 입국 제도 도입 이래 최대 규모다.

이처럼 제주에 무사증으로 들어와 체류하던 외국인 중 1450명이 2014년 한해에 사라졌다. 이 가운데 349명은 검거됐으나 800여명은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불법으로 제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제자유도시 제주가 외국인들의 불법체류 경로로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8년 유커(중국인 관광객) 대거 유치를 겨냥해 도입된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가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 활성화에는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일부 유커의 무단이탈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도 도입에 따른 빛만큼 그림자도 짙은 것이다.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외국인은 모두 130만여명이다. 연간 43만여명꼴이다.

지금까지 무사증 입국자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이지만 최근엔 베트남 관광객도 조금씩 늘고 있다.

문제는 30일간 비자 없이 제주에만 머물 수 있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여 동안 무사증 입국자 가운데 3000여명이 흔적을 감출 만큼 제주가 불법취업을 노린 무단이탈·밀입국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당국의 단속망을 피하는 이들의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법인 활어운반차와 냉동탑차, 이삿짐 차량, 화물트럭 등에 몰래 숨는 것은 여전히 ‘애용’된다. 최근에는 레저용 차량 선루프, 고무보트와 낚시어선까지 동원된다.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해 배편으로 전남 완도나 목포, 부산으로 빠져나간 뒤 위조된 주민등록증과 여권 등을 이용해 다른 시·도로 몰래 숨어 들어간다. 유커의 제주도 탈출에는 전문 밀입국 알선조직이 개입돼 있다. 이들은 돈만 주면 국내 다른 시·도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분증까지 만들어 준다. 알선조직 책임자는 한국인이 많았으나 중국인으로 대거 바뀌고 중국인 결혼이주여성들도 가담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 총책과 연락망을 갖추고 ‘고객’을 끌어모은다.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무사증 제도가 정착한 제주에 중국인 입국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신분증을 위·변조해 다른 지방으로 무단이탈하려는 악용 사례가 증가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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