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노인상담사) 고기봉

치매는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1위로 나이가 들수록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환자 당사자 인격의 황폐화는 물론 온 가족의 삶의 질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치매란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및 수행기능 등이 저하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인 다발성 장애를 말한다.

과거에는 노화현상의 하나라고 생각됐으나 최근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 뇌질환이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또 치매를 근원적으로 치료하기는 어렵지만 약물치료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기억력이나 언어능력 등 인지 기능을 더욱 오래 보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절실하다.

치매를 이기려면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과 큰 소리로 책 읽기도 도움이 된다. 가족들 역시 두려워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부모님에게 이상이 느껴지면 곧바로 전문의에게 찾아가야 하고, 기억을 붙잡는 일을 함께 해야 한다.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다. 자동차 키를 못 찾아 헤맨다면 건망증이고, 자동차 키를 손에 쥐고도 시동 거는 방법을 모른다면 치매의 전조 증상이다. 부모님을 사랑의 눈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필자의 어머니도 치매를 앓고 계시다. 필자는 오늘도 어머니에게 물어본다. “어머니, 오늘 뭐 했어? 오늘이 며칠이야? 아까 뭐 먹었어?”라고. 결국 관심과 사랑이 어머니가 필자를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등록 치매환자 수는 2010년 2076명, 2011년 2837명, 2012년 3835명, 2013년 4208명, 2014년 4379명으로 4년새 갑절 이상 증가했다.

특히 도내 65세 이상 노인(8만2411명)을 대상으로 한 유병률(2014년 기준 제주 11.1%) 조사에 따른 치매환자수는 2012년 7280명에서 지난해 8934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 등록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4555명(51.0%)은 제대로 된 관리·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도내 치매환자 실종자 수(제주지방경찰청 접수 기준)가 2011년 54명, 2012년 89명, 2013년 94명, 2014년 108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 역시 꾸준히 느는데 반해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은 오히려 감소, 시대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지원되는 치매 조기 검진 및 치료관리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어 제주도가 치매 관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매 환자를 둔 가정에서는 가족 모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어 치매가 암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여기는 현실을 감안, 제주도는 치매 치료 및 관리를 위한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 외부 기고는 본 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