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라현(奈良縣)에는 있는 가이드단체에 소속해서 한국에서 오신 분들에게 한국어 자원봉사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이케다 츠네오(池田 常雄)라고 합니다.

미리 요청을 받고 가이드를 하는 경우와 세계 문화유산의 절인 동대사와 흥복사에서 말을 걸어서 가이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혹시 한국에서 오셨습니까? 저는 여기서 자원봉사로 가이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절에 대해서 좀 설명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한국 사람인 것을 알면 저는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한국말을 건넵니다. 괜찮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설명을 듣고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기뻐하는 분들도 계셔서 보람을 느낍니다.

이전에 일본 NHK방송에서 가이드를 하는 장면을 취재하고 싶다는 의뢰를 받고 한국에서 오신 젊은 남자 두 사람을 가이드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가 그들에게 감상을 물었더니“교토에는 이러한 가이드가 없었는데 나라에는 계셔서 정말 좋았습니다."라고 기분 좋은 대답을 했습니다. 이 모습은 TV뉴스로 방영되었습니다.

가이드를 해보면 여러 만남이 있습니다. 이것도 가이드의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유명한 분들을 가이드할 때도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동대사를 방문 하셨을 때 동행한 적이 있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일본 사람이 전 대통령과 동행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런 사정이 있었습니다. 동대사에서는 제 한국어 선생님이신 나라한국교육원 원장님이 설명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께 동대사에 관한 설명자료를 참고로 드렸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선생님으로부터 같이 가자고 요청을 받고 저도 가게 되었습니다.

동대사에서는 스님이 일본말로 설명하셨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일본말 을 완벽하게 이해하셔서 저희들의 역할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또 이런 만남도 있었습니다. 저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어 라디오강좌를 듣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한국의 대학교 교수님 일행을 가이드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 중에 한 분이 일본의 대학원에 유학중 라디오강좌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당시의 교재를 보았더니 바로 그 선생님의 사진과 이름이 있었습니다. 20여년만의 만남이었습니다.

더 하나 소개합니다. 한국의 유명한 야구선수인 박찬호 선수 부모와 작은아 버지 부부를 가이드한 적이 있습니다.

박찬호 선수는 1년동안 일본의 오릭스에서 활동하셨는데 그 때 오릭스구단이 가족들을 일본에 초대했습니다. 물론 오릭스는 프로가이드를 요청했는데 그 가이드가 제 친구였습니다.

그녀한테서 내일 나라에 갈테니까 가이드해 달라고 의뢰를 받고 제가 가이드했습니다. 박찬호 선수 아버님이 정말 보통사람이어서 오히려 놀랐습니다. 제가 “아버님도 야구 하세요?"라고 물었더니 그냥 웃으셨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분들은 일본 사람이 한국말을 하면 아주 좋아합니다. 제 서투른 한국말이라도“정말 잘 하시네요. 어디서 공부하셨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느 때 한 할머니가 “일본에 오래 사는 한국인이에요?”라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역시 발음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신 것 같습니다.

또 어느 일본 사람은 “일본 외무성에 계셨어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외무성에 있었다면 지금쯤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중에 나라현에는 장관을 경험하신 분도 자원봉사 가이드로서 활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한국사람한테서 가끔 “일본 사람이냐? 한국 사람이냐?”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일본 사람이지만 우리 조상이 백제에서 오셨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가이드를 마칠 때 가끔 나라현의 지도를 보여 줍니다. 나라현내의 3개 자치체와 한국의 3개 자치체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며, 나라현과 충청남도가 우호협정을 맺는 등 나라와 한국의 깊은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나라현의 모양이 한반도 모양과 놀랄 만큼 닮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마친 후, 일본에게 있어서 한국은 가장 가까운 나라이며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면 많은 분들이 자기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하십니다.

그 중에는 박수를 치는 분도 계십니다. 개인과 개인과의 거듭되는 유대야말로 나라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이 우호는 계속 이어진다고 저는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자원봉사 가이드를 할 생각입니다.

이상의 이케다 씨의 기고문 전문이다. 이케다 씨는 나라현에서 공무원 생활을 정년퇴임해서 한국어 자원봉사 가이드를 하고 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오사카 <한국청년회의소> 주최 한국어웅변대회에서 입상을 한 적도 있다.

필자와는 <한글 나눔 강좌>에서 약 십여년간 같이 했으며, 제주 마라도와 안동 지역의 한국문화 탐방도 두 차례나 같이 간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7일은 소설가 이 호철 선생님 일행들과 식사도 같이 한 우한파(友韓派) 지인이다.

이럴 때에 지금까지는 "친한파"라는 단어를 사용했었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갖고 있는 "친일파"라는 단어 개념에 부정적 요소가 많은 한국의 정서를 생각하면, 우한파가 적절하고 또 상대 개념으로 필자는 우일파(友日派)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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