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찾아 온 폭설과 한파

지난 23일부터 사흘동안 제주는 사상 유래없는 폭설과 한파로 멘붕에 빠졌다.

공항은 8만명 넘는 체류객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됐고 연일 언론에선 제주도의 무기력한 위기대응을 질타했다.

여기에 ‘제주공항 1만원 박스 폭리’ ‘난방비 누가 내나’ 등 우리의 씁쓸한 민낯을 보여주는 얘기들만 가득했다.

JTBC 손석희는 ‘시장이 지킨 워싱턴, 시민이 수습한 제주도’란 타이틀을 붙인 [앵커브리핑]을 통해 하얀 감옥으로 변했던 제주도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차분하면서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어려운 위기에 처했을지라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공항에서 노숙하는 체류객

이제 제주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피해복구, 재난 매뉴얼 구축 등 새로운 현안들만 늘어났다.

좀 늦었지만 32년 만에 몰아친 폭설과 한파에도 침착하게 추위와 싸우며 현장에서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들의 얘기를 해볼까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 직원들의 현장일지다.

기록적인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터지는 사고를 예상하고 홍성택 본부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먼저 유관 업체 인력까지 투입해 긴급복구반 40조를 편성했다.

이들의 임무는 현장에서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 일이다. 이들은 소리없이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냈다. 물론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칭찬하고 싶은 점은 많은 건수를 처리한 것도 있지만 초기에 발빠르게 복구에 대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한파로 평소에 100여개에 불과했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무려 20배 넘는 2078개 발생했다. 연인원 1500여명이 함께했던 현장의 노력으로 그나마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들은 누수탐사업체 등 60여 군데 전문업체와 함께 동파 수도계량기 교체뿐만 아니라 40여개소의 누수를 복구하는 등 상수도 공급이 빠른 시일 내 안정화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상수도 동파계량기 교체 작업

많은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에 ‘어쩔 수 없었다’ ‘처음 당한 일이라 그렇다’라고 자신을 애써 위로한다.

그래도 그렇게 말하고 지나가기엔 뭔가 개운치 않다.

아무리 위기 상황이라도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손석희 앵커의 멘트처럼 사흘 동안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 직원들과 관련 업체 직원들이 함께 현장에서 쏟은 노력은 그냥 지나치기에 아쉬워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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