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춘에 맞춰 벌이는 제주의 입춘굿 놀이,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 의미가 크다.

왜냐하면 유독 어려운 시기에 제주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요즘 제주는 여러 모로 어렵다.

제2공항 건설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있고 한동안 들썩이었던 개발은 법적으로 철퇴를 맞아 원점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여기에 32년 만에 들이닥친 폭설과 한파는 애써 키워 온 감귤과 밭작물을 송두리째 삼켜 버렸다.

설상가상인가, 제주미래를 설계한 제주미래비전도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옛 제주사람들은 만나면 ‘안녕들 허시우꽈’라는 안부 인사를 전하곤 했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하루하루 무사하길 바라는 인사말이다.

요즘 새삼 이 인사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다시 입춘에 관한 이야기다.

언론에서 올해도 입춘굿 놀이에 쓸 '낭쉐(木牛)'를 만들었다고 한다.

‘낭쉐’는 해마다 이맘때쯤 나타나는 도민들에게는 친숙한 관심거리다.

작년엔 모양이 이랬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낭쉐'는 소의 형상을 본떠 나무를 엮어 만든 제주 입춘굿 놀이의 '주인공'이다.

다양한 형태의 '낭쉐'

입춘굿에 대한 최초의 기록인 「탐라록」에는 "입춘 날, 호장은 관복을 갖추고 나무로 만든 소가 끄는 쟁기를 잡고 가면 양 쪽에 어린 기생이 부채를 들고 흔든다. 심방 무리들은 활기차게 북을 치며 앞에서 인도하는데 먼저 주사로부터 차례로 관덕정 마당으로 들어와 밭을 가는 모양을 흉내냈다. 이것은 탐라왕이 직전하는 풍속이 이어져 내려온 것을 말한다"라고 쓰여 있다.

탐라왕이 직접 ‘낭쉐’를 끌고 밭을 가는 시늉을 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심재집」 「제주도실기」 「남국의 무속」 등의 옛 문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어 입춘굿과 ‘낭쉐’의 존재가 입증되고 있다. 곧 ‘낭쉐’는 제주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신성한 존재였던 셈이다.

지난 1999년부터 ㈔제주민예총이 집행하는 '탐라국 입춘굿'에서 ‘낭쉐’가 해마다 만들어 지고 있다.

문헌에 따라 제작된 ‘낭쉐’를 끌고 다니다가 관덕정 마당에 모셔놓고 낭쉐코사를 진행하는 것이 입춘굿의 '대미'다.

올해 ‘낭쉐’는 제주의 석학인 심재 김석익 선생의 '해상일사'에 기록된 내용에 따라 오방색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올해 오방색 '낭쉐'

올해 오방색 ‘낭쉐’에 담겨진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2016년 丙申年, ‘낭쉐’를 끌고 밭을 가는 원희룡 지사를 상상해 본다.

제주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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