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현판식 행사에 참여한 학교 관계자들 (오른쪽 첫째와 둘째가 이사장과 총장)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이하 한교협)가 17일 성명서를 통해 이 대학 이사장과 총장의 자진사퇴를 재차 천명했다.

이 성명은 이 대학 이사장 김병찬 씨와 총장 김성훈 씨가 최근 도내언론에 “제주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광고를 내고, 감사원 감사결과 지적받은 자신들의 비리에 대해 해명을 시도한 것에 따른 것이다.

한교협은 이사장 부자의 해명이 “한 마디로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라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잘못된 법규해석이나 부하직원의 업무미숙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들의 변명에 전혀 진정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성명의 요지는 크게 세 개로 요약된다.

우선 이사장 부자가 일간지 광고의 서두에서 “제주한라대의 ‘세계적 수준의 대학 (WCC)으로의 선정”을 언급한 것은 “자신들의 비리를 희석시키려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교수들은 “그렇다면 세계적 수준의 대학의 이사장과 총장이 어떻게 등록금 횡령과 입시부정을 저지르고, 비판적인 교수들과 직원들을 걸핏하면 해직과 정직 등 중징계를 일삼을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다음으로 유치원 횡령에 대한 해명 부분이다. 교수들은 “이사장은 개인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며 감사원의 ‘횡령’ 판정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설립인가도 받지 않은 채 10년 동안 법인이 보유해 오다가 사실이 적발된 후에야 마지못해 설립자금을 반환한 것만 봐도 분명히 횡령”이라며 반박했다.

이 성명은 감사에서 밝혀진 가장 심각한 비리로 ‘부외계좌’ 즉 이른바 비자금 계좌의 존재를 꼽았다. 교수들은 “유치원 횡령과 관련된 비자금 계좌만 해도 3개 계좌”라며 “여기에다 학교주변 농지구입을 위해 편법을 동원해 엄청난 불법자금이 투입될 때도 마찬가지로 여러 비자금 계좌들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하지만 불법계좌들의 총 규모와 입출금 내역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어 밝히지 못했다”며 이번 감사원 감사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압수수색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의 추가적인 수사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들은 “이사장 부자가 정말 자신들이 결백하다면 자진해서 불법회계에 대한 경위와 진상을 밝히고 모든 비자금 계좌들에 대한 입출금내역과 비자금 규모를 깨끗하게 공개함으로써 진정으로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할 것”을 요구했다.

한교협은 끝으로 제주한라대가 본시 도민 세금으로 설립된 도민의 대학이었다며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면서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는 제주도의 분발을 촉구했다.

 

[ 제주한라대학교 교수협의회 성명서 ]

 

도민 여러분!

제주한라대가 제주의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언제나 제주한라대학교(이하 제주한라대)에 많은 관심과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주신데 대해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교수들이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도민들 앞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은 감사원 결과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고 정확한 진상을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지난 2월 4일 제주한라대 김병찬 이사장과 김성훈 총장이 감사원 감사결과와 관련해 제주 주요 일간지들의 전면광고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저희 제주한라대학교 교수협의회 (이하 한교협)는 이사장 일가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일말의 개전의 정이라도 보이기를 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광고에서 드러난 그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한교협은 이러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사라져버리는 심정입니다.

무엇보다도 김병찬 일가는 도민들에게 구차한 변명을 하기보다 먼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정확하고 올바른 진상을 알리고 절실한 용서를 구했어야 마땅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우리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이하 WCC대학)’으로 선정된 것을 운운하며 마치 그것이 자신들의 큰 공로라도 되는 양 자찬을 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적당히 희석시키려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감사원의 특별 감사를 받은 치욕적인 사실을 감안하면 WCC대학 선정은 결국 교육적 여건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사욕만 키웠던 셈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세계적 수준‘이라는 대학에서 이사장과 총장이 학생들의 등록금 횡령과 입시부정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세계적 수준‘을 내세우는 대학이 교수들과 직원들이 쓴 소리한다고 걸핏하면 해직과 정직 등 중징계를 일삼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최소한의 민주적 소통장치인 대학평의원회 마저 편법을 동원해서 무력화 시킬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비교육적인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분들이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라고 어떻게 감히 입에 담을 수 있습니까.

또 감사원이 지적한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 김병찬 부자가 내놓은 해명들을 보며 어이없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그분들의 해명은 한 마디로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잘못된 법규해석이나 부하직원의 업무미숙 탓으로 돌리거나 혹은 진정성이 없는 변명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김병찬 부자는 유치원 횡령과 관련해 “개인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유치원이 유아교육과의 실습교육을 위한 것이며 유치원설립계획 인가만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감사원의 ‘횡령’ 판정이 다분히 오해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 정황들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유치원을 횡령할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다면 유치원 설립 당시 김병찬 학장은 정관변경을 하면서도 왜 설립인가는 교육부에 신청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은 유치원을 지난 10년 동안 법인의 재산으로 보유해 왔음에도 계속 사실을 숨겨왔습니다. 그러다가 노조에 의해 감사청구가 되고 감사원 감사를 통해 유치원 설립자금이 학생등록금인 교비에서 지출된 것이 적발되어서야 그 설립자금을 대학으로 슬그머니 반환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감사에서 드러난 가장 심각한 비리는 이사장 일가가 부외계좌 즉 이른바 비자금 계좌를 운용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감사원은 유치원 횡령과 관련해 3개의 비자금 계좌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그분들은 이 불법 계좌를 통해 교비를 빼돌려 유치원을 설립하는데 31억 원의 교비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불법계좌들의 총 자금규모와 입출금내역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어 밝히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다 학교주변 농지 구입을 위해 편법을 동원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찬가지로 상당한 비자금 계좌들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하면 숨겨진 비리들이 투명하게 밝혀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입니다. 그분들이 자신들이 정말로 결백하다면 자진해서 불법회계에 대한 경위와 진상을 밝히고 모든 비자금 계좌들에 대한 입출금내역과 비자금 규모를 깨끗하게 공개함으로써 진정으로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마땅합니다.

또 교비로 사용돼야 할 거액의 발전기금을 아버지 이사장이 멋대로 법인의 필요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아들 총장은 학교가 75억 원을 들여 매입한 학교부지에 대해 단 7,500 만원의 돈으로 일부 지분을 취득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하는 이른바 ‘알박기’를 자행했습니다. 거액을 투입하는 대학이 그 정도 돈도 없어서 하필 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겠습니까. 이사장과 총장이 부자지간이 아니라면 이런 비양심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게다가 이사회의 다른 이사들도 대학운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무를 망각하고 부정행위를 방조하거나 오히려 사후승인을 해주는 거수기 노릇을 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제주한라대는 본시 도민 여러분의 세금으로 설립한 공립간호학교로 탄생된 도민을 위한 도민의 고등교육기관이었습니다. 현재의 발전마저도 도민 여러분의 애정 어린 성원이 없었더라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대학이 현 위기를 극복하고 도민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또 한 번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지도감독기관인 제주도는 아직도 미온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민 여러분들의 질책과 격려만이 제주도가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도록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도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제주한라대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저희 교수들의 노력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6년 2월 17일

 

제주한라대학교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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