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팀장

제주도가 풍력을 이용해 상업발전을 시작한지도 벌써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긴 시간 동안 풍력발전은 제주도의 새로운 발전의 기회였고, 발판이었다. 반면 최근 풍력발전사업은 공익보다 사익을 쫓고, 환경파괴 논란과 지역갈등을 만드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도민사회에서 풍력발전에 대한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가운데 제주도는 여전히 풍력발전 위주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풍력발전은 육상에서 해상으로 개발을 확대해 가며 논란과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에 따라 육·해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사업예정자로 선정된 제주에너지공사의 풍력발전지구 후보지 공모결과 발표는 이런 우려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1개의 육상후보지와 3개의 해상후보지가 선정되었는데, 발표 이후 당초 공고 내용(육상 2개소, 해상 2개소)과 다른 공모결과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 해명하라는 비판에서부터 해상풍력발전으로 인한 해양환경과 경관파괴에 가속화 될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도민사회의 이런 우려에 대해 제주도와 에너지공사는 어떠한 해명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유야무야 넘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제주도와 에너지공사는 풍력발전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해상풍력에 이렇게 많은 양을 보급하려는 것일까. 이렇게 제주도와 에너지공사가 풍력발전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계획에서 찾을 수 있다.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도는 육상풍력발전지구지정으로 심각한 논란이 이는 와중에 이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은 놀라웠다. 2030년까지 제주도내의 전력공급을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100% 대체하고, 기름으로 운행하는 자동차 또한 모두 전기자동차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마트그리드 거점지구 추진, 전기자동차 시범도시 구축, 해상풍력 2GW 개발을 주요 추진계획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당초 공고내용 보다 많은 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신청에 따라 해당 사업자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개발논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200MW였던 육상풍력설비용량이 이 계획에서는 300MW로 상향되어 발표되었다. 이후 대부분의 신청사업자가 풍력발전사업권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이렇듯 겉으로는 거창하고 진보적인 계획인 것처럼 포장된 계획의 이면에는 공익을 외면하고 사익을 쫓는 속내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

또한 이런 논란을 떠나서 이 계획은 도민사회의 검증은 고사하고, 공론화 작업도 없이 발표되었다. 그러다보니 계획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늘 물음표가 따라 붙었다. 과연 해상에 2GW의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것이 가능하냐는 물음에서부터 풍력발전으로 100% 에너지자립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의문까지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래서였을까 계획은 슬그머니 변경되었다. 해상풍력발전 사업규모는 1.9GW로 변경되었고, 풍력으로 100% 에너지자립을 하겠다는 계획은 58%로 줄어들었다. 물론 이렇게 변경되는 과정에서 도민공론화와 의견수렴은 제대로 이뤄진 바 없다. 결국 과도하고 무모한 계획에 대한 점검이나 재검토 없이 내용물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포장만 새롭게 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제주도는 풍력만이 대안임을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경관과 해양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이라는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신기루로 대응하고 있다. 언젠간 이런 기술이 보급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지만 당장에 이뤄질 사업들은 이런 기술과 무관하게 제주도의 고유한 해안경관과 환경을 파괴하며 건설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현재 추진 중인 해상풍력발전사업들은 해안선에서 불과 1㎞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설되게끔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해당지역의 해안 경관은 심각한 훼손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저주파로 인한 해양동물 피해, 어장파괴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대안 없이 언제 이뤄질지도 모르는 신기술을 대안으로 주장하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일본이 개발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후쿠시마의 미래’, 반잠수식 선체 위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저면에 강력한 지지케이블을 연결한다. 초고가의 설치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이미지

그렇다면 정말 제주도에 풍력발전을 보완할 대안은 없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대안은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바로 태양광발전이다.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바로 태양광발전이었다. 어떤 크기와 형태로도 가공이 가능하고, 햇빛만 있다면 언제든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어떤 지형이나 공간에서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많은 국가들을 매혹시킨 것이다. 게다가 태양광발전은 단순히 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생산하는 것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가정이나 사업장의 전기를 절약해 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유용성은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런 태양광발전의 가능성이 과연 실현가능한 것일까란 물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에 대한 대답은 이미 국내에 많은 실증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육지부에서는 건물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전기를 소비하는 도시가 전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택에 3KW 태양광발전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뛰어 넘어 서울시의 경우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할 수 있는 소규모태양광발전기 보급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 덕분에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1단계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단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삼각산고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최근 건물 옥상 내 빈 공간을 이용한 태양광발전소 설치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국외사례는 더욱 놀랍다. 아예 도로를 태양광발전시설로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먼저 추진하려 한 곳은 바로 네덜란드다. 2009년 시작된 ‘솔라로드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의 450㎢에 달하는 도로를 태양광발전시설로 만들어내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도로 100m당 2~3가구가 1년간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만약 네덜란드의 전 도로를 태양광발전시설로 만든다면 네덜란드 국민 전체가 태양광만으로 전기를 공급받게 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게다가 이 계획은 단순히 계획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2014년 11월 70m 규모의 자전거도로를 솔라로드로 만들어 시험개통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프랑스도 합류했는데, 프랑스는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보도블럭을 생산해 1000㎞를 깔 계획이다. 프랑스정부는 보도블럭 1㎞ 당 5,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 계획은 장기프로젝트가 아닌 5년 동안 이뤄지는 사업이며 사업규모는 2억~3억(한화로 약 2600억원에서 4000억원 사이) 유로가 될 전망이다.

▲ 네덜란드 ‘솔라로드 프로젝트’, 현재 70미터 구간을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내구성, 안정성, 실제 생산전력량 등을 확인하고 있다. @솔라로드 제공
▲ 프랑스의 ‘와트웨이’ 태양광 보도블럭, 내구성과 적정수명을 입증한 제품으로 기존도로에 접착제를 이용해 고정하는 방식이다. @GCR 제공

이렇듯 태양광발전은 제주도에서 풍력발전을 보완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가며 많은 리스크를 짊어진 해상풍력에 공을 들여야 하는 걸까. 아직 이렇다 할 기술진보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해상풍력을 위한 예산 규모라면 네덜란드나 프랑스가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뿐더러 각종 논란도 피할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제주도가 풍력발전에 집착하는 이유는 발전사업을 단순히 경제성에 두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육상풍력발전이 고수익을 냈기 때문에 해상풍력도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런 판단에는 해양환경과 경관에 대한 고려가 부재하다는 점 이외에도 많은 우려점이 존재한다. 먼저 전기생산이 필수공공재로 공공성과 공익성이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부재하고, 다음으로 경제성 부분도 아직 해상풍력이 국내에서 상업발전을 시작한 바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존재한다. 게다가 제주도의 혹독한 바다날씨는 풍력발전기의 내구도와 안전성 그리고 안정적 운영에 방해요소로 손꼽힌다. 이런 이유로 해상풍력의 최적지를 서해안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렇게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자칫 사업실패로 연결될 수 있고, 이렇게 발생한 피해는 해당기업 뿐만 아니라 도민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상풍력발전 계획이 단순히 경제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려는 것은 단순히 경제성과 새로운 성장발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 존망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절실한 선택이며, 화석연료고갈에 대비하고 핵발전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계획은 이런 당위성은 빠진채 오로지 경제성에만 집착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을 제주도의 현실에 맞게 그리고 도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형태로 변화시켜야 한다. 풍력에 집착된 형태의 계획이 아닌 풍력을 포함해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가 어우러져 진정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핵발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획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계획의 완성에 다다를 수 있고,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 부디 인류의 위기에 눈감지 말고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계획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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