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띠가 소속된 인도네시아 공연팀이 컨테이너로 마련된 출연자 대기실에서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연팀에 소속된 무용수는 총 9명. 인도네시아 관광청 직원들과 취재팀도 먼나라의 지역축제를 위해 동행했다. @변상희 기자

제주 첫인상 ‘바람 많은 섬’

무슬림이라 먹거리 걱정했지만 별 문제 없어

지난 4일 들불축제가 시작된 새별오름. 중앙무대는 갖가지 공연이 이어지고, 무대 옆 출연자 대기실은 북적였다.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왔단다. 그들의 전통춤을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졌다. 출연자 대기실에 인도네시아 무용수들이 화려한 복장을 챙기고 있었다.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사진요청을 받아도 공연팀은 싫은 내색없이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변상희 기자

서로의 복장을 챙겨주며 공연시간을 대기하고 있던 무용수들이 기대를 안고 대기실을 나왔다. 인터뷰를 청하자 모두 ‘오케이’한다. 머리에 무거운 왕관을 쓰고, 치마는 얇아 바람에 추웠을테지만 곧 시작될 공연에 들뜬 모습이다. 그녀들이 복장을 갖추고 길을 나서자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몰려든다. 몇몇은 그녀들의 화려한 의상에 멋지다고 해준다. 몇몇은 또 사진찍자고 포즈를 요청하기도 한다. 싫은 소리 하나 없이 포즈를 잡아주는 그녀들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번 들불축제를 위해 제주를 찾은 29살의 '에띠(Etty)'. 공연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해주고 있다. @변상희 기자

인터뷰를 하게 된 그녀의 이름은 에띠(ETTY). 29살 프로 무용수다. 제주는 처음이지만 세계 곳곳을 다니며 전통춤을 선보인단다. “우리가 오늘 선보일 춤은 각 지역별 전통 춤이에요. 인도네시아에는 지역별로 춤이 독특하거든요” 무용수 곁에서 화려한 의상 퍼포먼스를 곁들인 ‘퓨전댄스’도 준비했다. 그녀들이 선보일 전통춤의 프로그램을 따로 리플렛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보일만큼 그녀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들인 노력이 커보였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축제에 참여한 그녀들 또한 무슬림이다. 때문에 먼 나라에 공연을 오면서 걱정한 부분이 바로 ‘먹거리’였다. 그런 그녀에게 제주에 와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을 물으니 “떡볶이랑 비빔밥이요.”라 한다. 의외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아 놀랐단다. 간장 된장 말고 특별한 향신료나 고기 위주의 식단이 아니라서 가능한 얘기다. 특히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이 곧 시작된다. 인도네시아 팀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제주 들불축제'의 추억을 남긴다. @변상희 기자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묻자 ‘따뜻함’이라 얘기한다. 제주에 와서 길을 헤맬 때, 이런 저런 도움이 필요할 때, 선뜻 그녀들에게 손을 내밀어준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전통춤 본공연이 시작되면 따로 멘트할 시간이 배정되지 않아 직접 인사는 못하지만 “반겨주셔서 고맙고, 언젠가 꼭 인도네시아에 오세요. 멋진 나라에요”라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려한 의상이 새별오름과 어울린다.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에 맞춘 춤사위는 무대를 어느새 꽉 채웠다. @변상희 기자

공연이 시작됐다. 기대보다 더욱 화려한 춤사위였다. 느린 박자의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에 맞춘 그녀들의 춤이 반짝였다. 무대는 그녀들의 미소로, 또는 빛으로 꽉 찼고 사람들은 먼 나라의 전통춤에 매료된 모습이었다.

며칠 후면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그녀에게 제주에서의 ‘들불축제’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먼 나라의 무용수가 지역 축제에 초대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오름’에 ‘불을 지르는’ 이색축제의 기억. 인연으로 제주의 한 오름에서 인도네시아를 알렸듯, 그녀들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서 얘기할 ‘제주의 들불축제’가 궁금하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