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실시간뉴스
편집시간  2019.7.23 화 05:42
상단여백
HOME 문화/생활 4.3 이슈&이슈
“할머니 만나러 오는 분들 위해 청소라도 미리 하려구요”제주주민자치연대 진아영할머니 삶터 보전 자원활동
김민영 기자 | 승인 2016.03.19 13:16

<제주투데이 43 68주년 기획>= 4.3을 기억하는 우리들의 방식 자원활동

      

진아영 할머니가 생활하던 방의 현재 모습

    

“진아영 할머니 만나러 오는 분들 위해 미리 미리 청소도 하고 꽃도 심고 하려구요”

늦잠을 자도 되는 토요일인 3월 19일 오전 9시30분,  제주주민자치연대 회원과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한림읍 월령리 진아영 할머니 삶터를 찾았다.  

'무명천 할머니'로 유명하지만 자치연대는 상징화된 이름보다 원래 할머니의 본명을 사용한다.  

‘선인장 마을’인 월령리 골목을 들어서 '물어물어' 찾아갔던 진아영 할머니 삶터는 이제 마을 안 곳곳에 이정표까지 생겨났다. 4․3 기간을 비롯 탐방객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곳이다.

이날 자원활동에는 오현중학교, 동중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초등학생 등 15명이 참여했다.

진아영 할머니는 제주 4․3 당시 얼굴에 총상을 입고 평생을 업보처럼 여기다 2004년 9월 타개했다.

그러나 할머니의 사연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월령리 마을과 제주주민자치연대 등 시민단체가 참여해 삶터 보전 운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9월에는 제사도 지내고 간단한 문화제도 진아영 할머니의 작은 마당에서 열기도 했다.

2008년부터 본격화된 삶터 보전 운동은 민간중심이라는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거창한 방식보다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가 결합되면서 자연스럽게 4․3을 전해가는 방식이다. 직접 할머니 삶터에 있다보면 구구절절한 해설이 필요치 않는다.

특히 다른 4․3유적지처럼 오히려 원형을 훼손하거나 '네모'반듯한 유적지로 만드는 방식이 아닌 진아영 할머니를 생전의 자취를 최대한 생전의 삶이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2008년도 삶터보존 운동을 기획하고 참여했던 문화인들도 화려한 문화예술작품 보다는 소박함을 강조했고 실제 이러한 원칙이 지금 진아영 할머니 삶터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TV, 옷가지, 이불, 머리핀, 약봉지, 심지어 전기세 고지서에 이르기까지 할머니 생전 쓰던 물건들이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허영선 시인과 김경훈 시인이 무명천 할머니 관련 시를 새겨 놓은 전시물도 튀지않고 할머니 방에 여전히 소박하게 걸려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2∼3개월 한번씩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청소도 하고 날씨가 괜챦으면 이불을 널고 말리기도 한다. 2008년에 시작했으니 자원봉사활동도 횟수로는 8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현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율동아리인 '월령소년들'을 만들어 직접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의 방면록을 깨알같이 분석한 보고서까지 만들어서  화제가 됐었다.  

자원활동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진아영 할머니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오늘 참가한 청소년들은 진아영 할머니가 누구인지 모를 수 밖에 없다. 할머니를 알기 위해 자원활동 이전에 할머니가 살던 작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할머니의 ‘다큐’를 먼저 봤다.

이날은 진아영 할머니 삶터 가꾸기를 위해 지원을 해왔던 일배움터 오영순씨도 중학생 아들과 함께 자원활동에 나섰다.

이날 자원활동의 ‘핵심 미션’은 화단을 새롭게 조성하는 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양창용 조직위원장이 직접 삽을 들고 낡은 화단을 갈아 업고 수국 등을 새롭게 식재했다.  참가자들 모두 일손을 거들면서 1시간 남짓만에 마무리됐다.  

박외순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은 “통상 3월말부터 방문객이 이어지면서 할머니삶터를 찾는 이들을 위해 마당도 정비하고 방도 구석구석 청소를 미리 하기 위해 찾았다”면서 “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진아영 할머니 삶터 가꾸기를 꾸준히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제 고운 얼굴로 도올라 환생하려네 
   
                                           - 김경훈 시인
 
무명천 풀고
오늘 여기 누웠네
멍에처럼 날아간 턱을 옥죄던
무명천 벗어두고
꽃상여도 없이
호곡할 복친도 없이
여기 오늘 홀로 누웠네
고운 잔디옷 입고
서천 꽃밭 가는 길
부끄러이 숨어 핀 가을꽃 벗삼고
날아오른 마음이 새소리 길 삼아
저 세상 가려네
악귀같은 이승의 기억일랑
가는 길 낮잠 삼아 벗어버리고
이제 고운 얼굴로 도올라 환생하려네
무명천 매지 않은 맨 얼굴로 살려네
그렇게 다시 여기 온다고 말하려네
말을 하려네

8
0
이 기사에 대해

김민영 기자  carax02@hanmail.net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제주투데이 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무로 1길 5 정도빌딩 3층  |  대표전화 : 064-751-9521~3  |  팩스 : 064-751-9524  |  사업자등록번호 616-81-44535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01  |  등록일 : 2005년 09월 20일  |  창간일 : 2003년 07월 23일  |  발행·편집인 : 김태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태윤
제주투데이의 모든 콘텐츠(기사)에 관한,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제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ijejutoday.com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