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의한, 시민의 영화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오는 토요일(23일)부터 나흘간 이어진다. ‘국제’영화제에 걸맞게 10개국 34편의 작품이 다섯 개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되는 데,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들이 제법 눈에 띈다. 미리 만나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주요 상영작 중 꼭 봐야 할 버킷리스트, 다섯 개의 작품을 꼽아봤다.

△아! 세월호... 그러나 우리는 변화했을까? 

[업사이드 다운 Upside Down/김동빈 감독]

강정국제평화제는 첫 개막작을 [업사이드 다운]으로 선정했다. 유가족과 전문가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영화는, 뒤집힌 세월호를 말함과 동시에 뒤집힌 한국사회, 뒤집힌 우리의 가치세계를 담아낸다. 지난 14일 개봉한 업사이드 다운은, 절제된 시선으로 세월호 사건의 병폐를 꿰둟는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젊은 다큐멘터리스트 김동빈 감독은 4명의 유가족 아버지와 16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해 영화를 구성했다. 아버지들이 들려주는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이야기, 그 묘한 울림은 더 이상 이들이 ‘숫자로 취급되는 존재’가 아닌 각자의 소중한 사연과 관계를 지닌 ‘사람들’ 이었음을 실감시킨다. 70분의 영상을 바라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아! 세월호... 그러나 우리는 변화했을까?” 23일/오후 6시/서귀포성당

△유전자 조작 식품, GMO. 무감각에 가려진 위기

[GMO OMG/ Jereny Seifert 감독]

우리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버린 유전자 조작 식품 GMO. 건강한 식탁의 위기를 함께 떠올리지만 어떤 영향을 어떻게 주고 있는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역사상 가장 중대한 식량 수급시스템의 변화에 직면한 인류, 단순히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식사로만 GMO를 봐야 할까.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티의 소작농들은 왜 GMO 씨앗을 불태우는가.

<다이브!(2010)>를 통해 미국 LA의 대형 슈커마켓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음을 고발해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한 감독 제러지 세이퍼트는 이 영화에서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미국인들에 의해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GMO의 실태를 고발한다. 감독이 말하는 GMO와 식량의 위기. 무감각에 가려진 그 위기를 제대로 목격하자. 24일/ 오전 11시/ 강정마을회관

△부서진 카메라가 전하는 증언의 생생함!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 Emad Burnat & Guy Davidi 감독]

아들의 성장기록을 담으려 큰 마음 먹고 장만한 한 대의 카메라. 그러나 그 카메라는 하루 아침에 제 땅을 짓밟힌 현실을 담고 다시 권리를 찾는 투쟁의 기록으로 채워진다. 무력에 네 번이나 부서지면서도 카메라는 그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개인의 삶을 세상의 진실로 꺼내놓는 기록. 부서진 카메라가 전하는 증언의 생생함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바로 이 영화.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를 보시라.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발인’ 마을에 사는 에마드가 아들의 성장기록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구입한 이후, 이스라엘 점령촌에 집안 대대로 농사지어 온 땅을 뺏기면서 투쟁의 기록을 담아낸 일종의 증언서다. 에마드 부르낫의 데뷔작이면서 후반부 이스라엘 영화감독 디바디가 합류해 공동작업 했다. 2012년 선댄스 영화제와 2013년 에미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25일/오후 7시 30분/ 강정마을회관

△강정과 오키나와... 주도면밀한 미군의 동아시아 전략에 저항하는 작은 마을의 이야기.

[우리 승리하리라/Mikami Chie]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폐막작은 [우리 승리하리라]가 선정됐다. 강정과 긴밀한 연대를 맺는 오키나와의 이야기. 황진미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강정마을에서 일어난 진통들이 순전히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했을까,는 오키나와 문제와 일맥상통 한다. 미군의 동아시아 전략과 관계해 대만과 오키나와, 강정 등 많은 섬들이 겪고 있는 아픔. 그러한 저항은 단순히 섬사람들의 무네가 아니라 연대를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며 폐막작으로 이 영화를 선정한 이유를 전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 걸맞게, 폐막식의 기운을 용기를 복돋는 과정으로 마무리 짓기 위한 영화제측의 구상이기도 하다.

미카미 치에 감독은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한다면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주둔한 대규모 미군 병사는 당일 내로 전원 철수하게 돼 있다. 대신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등이 미군을 대신해 싸우게 되는 형국이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놓인 오키나와, 그리고 같은 상황의 강정을 바라보게 할 [우리 승리하리라]. 이번 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26일/오후 7시/강정의례회관

△너의 꿈을 무대에 올리며 그날 가라앉은 304개의 꿈을 떠올린다.

[열 일곱 살의 버킷 리스트/윤솔지 감독]

열 일곱 살의 감독이 열 일곱 살의 꿈을 무대에 올린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친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록밴드 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 영화를 가득 채우는 그 순수한 열정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바다에 가라앉은 304개의 꿈을 떠올리게 한다.

흥겨운 록밴드 공연과 애도의 행위가 어우러지는 아이러니함. 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어린 너의 ‘꿈’과 오버랩 되며 대체 우리가 어떤 세상에 있는 것인지 되물어 눈물짓게 만든다. 열 일곱 살의 감독이 만든 열 일곱 살의 버킷 리스트.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리스트에 올린다. 26일/오후 1시 30분/강정마을회관

△[플러스] 조약골 프로그래머(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추천하는 바로 이 영화!

[헝거/Steve McQueen]

강정국제평화영화제를 직접 준비하고 있는 조약골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영화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를 준비한 조약골 프로그래머

어느 영화도 놓칠 수 없다 자부하지만 그래도 한 편을 고른다면(기자가 선정한 영화를 제외한) [헝거]를 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를 추천 리스트에 올리는 이유로 “저희 영화제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핵심 키워드가 바로 ‘삶’이다. 한자로는 生, 영어로는 LIFE. 강정마을이 같은 상황이라고 본다. 극단적으로 힘들지만 삶으로써 상황에 맞서고, 생존하며 시대의 억압에 맞서는 그 끈질긴 모습. 그 자체가 감동이기 때문이다.”며 “이 영화를 보며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네 차례의 단식, 그리고 옥중 단식까지 하셨던 양윤모 선생님이 떠오르는 영화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크게 3부로 나뉘는 영화 [헝거]는, 1981년 북아일랜드에서 옥중 단식으로 사망한 보비 샌즈를 그리며 ‘목숨을 건 단식’이라는 논쟁적인 사건을 절제된 시선으로 다룬다. 절제된 시선으로 보비 샌즈의 눈을 대신하기도,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하는 카메라는 그의 투쟁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이 극단의 상황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어떤 의식으로 나타내는 가를 보여준다. 200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기도 했다. 26일/오전 11시/강정평화센터

한편,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오는 23일(토요일) 오후 6시 서귀포성당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흘 간 강정마을 등지에서 진행된다. 감독과의 대화는 물론, 평화포럼과 평화영화학교, 평화북콘서트 등도 준비됐다. 순수 시민들의 열정으로, 시민들의 자본으로, 시민들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영화제는 비상업적 영화로 모든 영화가 무료로 상영된다. 다만, 당일 아침 10시 30분 강정마을회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예매를 해야 한다. 기타 행사로는 고깃배가 바다에 나가는 맑은 날 오후 2~5시에 마련되는 ‘바리장(평화센터 사거리)’과 통물거리 공연(통물거리, 오전 11~7시) 등이 준비된다. 자세한 사항은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홈페이지 www.ipffig.org 또는 페이스북 www.facebook.com/ipffig 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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